[一畫]
一客不煩二主, 一女不嫁二夫.
일객부번이주, 일녀부가이부.
한 객이 두 주인을 번거롭게 못하고, 한 여자가 두 사내에게 시집가지 못한다.
一葉落天下秋, 一塵起大地收.
일엽락천하추, 일진기대지수.
한 잎이 떨어지면 천하가 가을이며, 한 티끌이 일어나면 대지를 거둔다.
一葉落天下秋, 一塵起大地收. 一花開天下春, 一事寂萬法眞.
일엽락천하추, 일진기대지수. 일화개천하춘, 일사적만법진.
한 잎이 떨어지면 천하가 가을이며, 한 티끌이 일어나면 대지를 거두며,
한 꽃이 피면 천하가 봄이며, 한 일이 고요하면 만법이 眞이다.
一塵擧大地收, 一花開世界起.
일진거대지수, 일화개세계기.
한 티끌을 들면 대지를 거두고, 한 꽃이 피면 세계가 일어난다.
一塵飛而翳天, 一芥墮而覆地.
일진비이예천, 일개타이부지.
한 티끌이 날면 하늘을 가리고, 한 개자가 떨어지면 땅을 덮는다.
[二畫]
十年積果侍立, 學得眼橫鼻直①.
십년적과시립, 학득안횡비직①.
십 년 동안 善果를 모아서 시립해, 안횡비직을 배워 얻었다.
[註解] ①眼橫鼻直 : 눈은 가로 놓이고 코는 바로 놓임.
了了見無一物, 亦無人亦無佛.
요료견무일물, 역무인역무불.
또렷또렷 보지만 한 물건도 없고, 또한 사람도 없고 또한 부처도 없다.
二祖不往西天, 達磨不來唐土.
이조불왕서천, 달마불래당토.
이조가 서천에 가지 않았고, 달마가 당토에 오지 않았다.
人人壁立①萬仞, 箇箇鼻孔撩天.
인인벽립①만인, 개개비공료천.
사람마다 벽립이 만인이며, 개개인의 비공이 하늘을 취한다.
[註解] ①壁立 :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가 벽처럼 서있음.
人卽有形之鬼, 鬼卽無形之人.
인즉유형지귀, 귀즉무형지인.
사람은 곧 유형의 귀신이며, 귀신은 곧 무형의 사람이다.
[三畫]
口是招禍之門, 舌是伐身之斧.
구시초화지문, 설시벌신지부.
입은 곧 화를 부르는 문이며, 혀는 곧 몸을 치는 도끼다.
口欲談而辭喪, 心欲緣而慮忘.
구욕담이사상, 심욕연이려망.
입으로 얘기하려 하면 言辭가 죽고, 마음으로 인연하려 하면 思慮를 잊는다.
大道常在目前, 雖在目前難覩. 若欲悟道眞體, 莫除聲色言語.
言語卽是大道, 不假斷除煩惱. 煩惱本來空寂, 妄情遞相纏繞.
대도상재목전, 수재목전난도. 약욕오도진체, 막제성색언어.
언어즉시대도, 불가단제번뇌. 번뇌본래공적, 망정체상전요.
대도가 늘 목전에 있거니와, 비록 목전에 있지만 보기 어렵도다. 만약 도의 진체를 깨치고자 한다면, 성색과 언어를 제하지 말라.
언어가 곧 이 대도니, 번뇌를 斷除함을 빌리지 않느니라. 번뇌가 본래 공적하지만, 망상이 갈마들며 서로 纏繞하느니라.
大象不遊兎徑, 鷰雀安知鴻鵠?
대상불유토경, 연작안지홍곡?
큰 코끼리가 토끼의 길에 놀지 않나니, 제비와 참새가 어찌 홍곡을 알리오?
大象隱於無形, 大音匿於希聲.
대상은어무형, 대음닉어희성.
큰 形象은 무형에 숨고, 큰 소리는 희성에 숨는다.
大平治業無像, 野老家風至淳. 只管村歌社飮①, 那知舜德堯仁?
대평치업무상, 야로가풍지순. 지관촌가사음①, 나지순덕요인?
태평의 치업은 무상이며, 야로의 가풍은 지순하다.
다만 촌가와 사음에 상관하거늘, 어찌 순덕과 요인을 알리오?
[註解] ①社飮 : 社日(춘분과 추분에 가장 가까운 戊日)에 무리를 모아 음주함.
大海不宿死屍, 烈燄不藏蚊蚋.
대해불숙사시, 열염부장문예.
대해는 사시를 재우지 않고, 열염은 문예를 감추지 않는다.
[註解] ①蚊蚋 : 모기.
三十年弄馬騎, 今日却被驢撲.
삼십년롱마기, 금일각피려박.
삼십 년 동안 말 타기를 희롱하다가, 금일 도리어 나귀에게 차임을 입었다.
三十年弄馬騎, 今日被驢子撲.
삼십년롱마기, 금일피려자박.
삼십 년 동안 말타기를 희롱하다가, 금일 나귀에게 차임을 입었다.
上大人①丘乙己②, 化三千③七十士. 爾小生八九子④, 佳作仁可知禮⑤.
상대인①구을기②, 화삼천③칠십사. 이소생팔구자④, 가작인가지례⑤.
상대인 구을기는, 삼천칠십의 선비를 교화하였나니.
너희 소생 팔구자도, 좋게 仁을 짓고 가히 예를 알리라.
[註解] ①上大人 : 공자. 上은 대인에게 글을 올린다 함이니 이르자면 叔梁紇임. ②乙己 : 一身. 乙은 一과 통하니 말하자면, 一身이 교화한 바가 이와 같다. ③三千 : 제자 중에 六藝(禮、樂、射、御、書、數)를 통달한 이가 七十二人. 너희들도 그와 같이 仁義禮智信을 짓고 알리란 뜻. ④小生八九子佳(八九는 七十二니 말하자면 제자 三千 중에 七十二人이 다시 佳함. ⑤可知禮也 : 仁禮가 서로 用이 됨이니, 말하자면 七十의 제자가 잘 仁을 하고, 그 禮를 가히 안다 함임.
上無片瓦蓋頭, 下無寸土立足.
상무편와개두, 하무촌토립족.
위로는 머리를 덮을 조각기와도 없고, 아래론 발을 세울 한 치의 땅도 없다.
上無片瓦蓋頭, 下無卓錐之地.
상무편와개두, 하무탁추지지.
위로는 머리를 덮을 조각기와도 없고, 아래론 송곳을 세울 땅도 없다.
川有珠則川媚, 人蘊道則高閑.
천유주즉천미, 인온도즉고한.
하천이 구슬이 있으면 곧 하천이 아름답고, 사람이 도를 쌓으면 곧 높고 한가롭다.
[四畫]
今日任運騰騰, 明日騰騰任運. 心中了了總知, 且作佯癡縛鈍①.
금일임운등등, 명일등등임운. 심중료료총지, 차작양치박둔①.
금일도 임운등등하고, 명일도 등등임운하나니.
심중에 요료히 다 알지만, 다만 양치박둔을 짓는다.
[註解] ①佯癡縛鈍 : 거짓으로 어리석고 묶이고 둔한 체함.
木匪繩而靡直, 理非敎而不圓.
목비승이미직, 이비교이불원.
나무는 먹줄이 아니면 바르지 못하고, 이치는 교가 아니면 원만하지 못하다.
不知眼中有翳, 却怨空裏生花.
부지안중유예, 각원공리생화.
안중에 가림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도리어 허공 속에 꽃이 남을 원망한다.
不知月之大小, 不管歲之餘閏.
부지월지대소, 불관세지여윤.
달의 대소를 알지 못하고, 해의 餘閏에 상관하지 않는다.
不可以有心求, 不可以無心得. 不可以語言造, 不可以寂默通.
불가이유심구, 불가이무심득. 불가이어언조, 불가이적묵통.
가히 유심으로써 구하지 못하고, 가히 무심으로써 얻지 못하고,
가히 어언으로써 짓지 못하고, 가히 적묵으로써 통하지 못한다.
不落見聞窠臼, 乃可歸家穩坐.
불락견문과구, 내가귀가온좌.
견문의 과구에 떨어지지 않아야, 이에 가히 귀가하여 온좌하리라.
不逢出世明師, 枉服大乘法藥.
불봉출세명사, 왕복대승법약.
명사의 출세를 만나지 못해, 헛되이 대승의 법약을 복용한다.
不惟打失鼻孔, 亦乃失却眼睛.
불유타실비공, 역내실각안정.
콧구멍만 잃었을 뿐 아니라, 또한 눈동자도 잃어버렸다.
水無待月之心, 月無投水之意.
수무대월지심, 월무투수지의.
물은 달을 기다리는 마음이 없고 달은 물에 투입할 뜻이 없다.
水無蘸月之意, 月無分照之心.
수무잠월지의, 월무분조지심.
물은 달을 담글 뜻이 없고, 달은 비춤을 나눌 마음이 없다.
水至淸則無魚, 人至察則無徒.
수지청즉무어, 인지찰즉무도.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도중이 없다.
心平何勞持戒? 行直何用修禪?
심평하로지계? 행직하용수선?
마음이 평안하면 어찌 지계하느라 노고할 것이며, 행이 정직하면 어찌 수선함을 쓰리오?
月無留影之心, 燈無傳輝之念.
월무류영지심, 등무전휘지념.
달은 그림자를 머물 마음이 없고, 등은 빛을 전할 생각이 없다.
月有忻潭之意, 水無愛月之心.
월유흔담지의, 수무애월지심.
달은 연못을 기뻐하는 뜻이 있지만, 물은 달을 사랑할 마음이 없다.
六十年來狼藉, 東壁打到西壁. 如今收拾歸來, 依舊水連天碧.
육십년래랑자, 동벽타도서벽. 여금수습귀래, 의구수련천벽.
육십 년 래로 낭자하였고, 동벽이 서벽을 타도했도다.
여금에 수습하여 돌아가노니, 의구히 물이 天碧에 잇닿았도다.
日不待火而熱, 月不待風而凉. 佛不待悟而成, 道不待修而證.
일부대화이열, 월부대풍이량. 불부대오이성, 도부대수이증.
해는 불을 기다려 뜨거운 게 아니며, 달은 바람을 기다려 서늘한 게 아니며,
부처는 깨달음을 기다려 이루는 게 아니며, 도는 닦음을 기다려 증득하는 게 아니다.
切忌有口者呑, 只許無舌者嘗.
절기유구자탄, 지허무설자상.
입 있는 자의 삼킴을 간절히 꺼리고, 다만 혀 없는 자의 맛봄을 허락한다.
天欲明而必暗, 人欲旺而必衰.
천욕명이필암, 인욕왕이필쇠.
하늘이 밝으려고 하면 반드시 어둡고, 사람이 왕성하려 하면 반드시 쇠한다.
天作孽猶可逃, 自作孽不可逭.
천작얼유가도, 자작얼불가환.
하늘이 지은 재앙은 오히려 가히 도피하지만, 스스로 지은 재앙은 가히 도망가지 못한다.
天際日上月下, 檻前山深水寒.
천제일상월하, 함전산심수한.
하늘가엔 해가 뜨고 달이 지며, 난간 앞엔 산이 깊고 물이 차다.
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同體.
천지여아동근, 만물여아동체.
천지는 나와 동근이며, 만물은 나와 동체다.
火不待日而熱, 風不待月而凉.
화부대일이열, 풍부대월이량.
불은 해를 기다려 뜨거운 게 아니며, 바람은 달을 기다려 서늘한 게 아니다.
[五畫]
未盡天下文章, 不得雌黃古今.
미진천하문장, 부득자황고금.
천하의 문장을 다하지 못하였으면, 고금을 자황함을 얻지 못한다.
[註解] ①雌黃 : 砒素와 硫黃과의 화합물. 옛날 誤記의 정정에 자황을 쓴 일로부터 시문의 添削, 辯論의 시비를 일컬음.
白雲三片四片, 黃鳥一聲兩聲.
백운삼편사편, 황조일성량성.
백운은 삼편사편이며, 황조는 일성 양성이다.
[註解] ①黃鳥 : 꾀꼬리.
生相慶死相吊, 出相送入相迎.
생상경사상조, 출상송입상영.
출생하면 서로 경하하고 죽으면 서로 조문하고, 나가면 서로 전송하고 들어오면 서로 환영한다.
生生常作津梁, 處處同爲法侶.
생생상작진량, 처처동위법려.
생애마다 늘 진량이 되고, 곳곳마다 한가지로 법려가 되다.
[註解] ①津梁 : 나루터와 다리.
生也猶如著袴, 死也猶如脫衫.
생야유여저고, 사야유여탈삼.
삶이란 마치 바지를 입음과 같고, 죽음이란 마치 적삼을 벗음과 같다.
石蘊玉以山輝, 水懷珠而川媚.
석온옥이산휘, 수회주이천미.
돌이 옥을 머금어 산이 빛나고, 물이 구슬을 품어 산이 아름답다.
示疾毗耶方丈, 文殊亦難近傍①. 看來無藥可醫, 只是忌口爲上.
시질비야방장, 문수역난근방①. 간래무약가의, 지시기구위상.
비야리 방장에서 질병을 보이니, 문수도 또한 근방하기 어렵다.
보아 오매 가히 치료할 약이 없고, 다만 곧 입을 警戒함이 상책이로다.
[註解] ①近傍 : 곁에 가까이 함.
玉不琢不成器, 人不學不知道.
옥보탁보성기, 인불학부지도.
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을 이루지 못하고,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도를 알지 못한다.
只有受璧之心, 且無割城之意.
지유수벽지심, 차무할성지의.
다만 벽옥을 받을 마음만 있고, 또 성을 베어 줄 뜻이 없다.
只解貪觀白浪, 不知失却手橈.
지해탐관백랑, 부지실각수요.
다만 흰 물결을 탐하여 볼 줄만 알았지, 수중의 노를 잃어버림을 알지 못하였다.
出息不隨衆緣, 入息不居蘊界.
출식불수중연, 입식불거온계.
날숨에 중연을 따르지 않고, 들숨에 온계에 거처하지 않는다.
打頭①不遇作家, 到老只成骨董②.
타두①부우작가, 도로지성골동②.
처음부터 작가를 만나지 못하면, 늙음에 이르도록 단지 골동을 이룬다.
[註解] ①打頭 : 打底와 같음. 처음부터. 처음. ②骨董 :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것이 한데 섞인 것. 이 글에선 쓸모없는 물건을 가리킴.
玄道在於妙悟, 妙悟在於卽眞.
현도재어묘오, 묘오재어즉진.
현도는 묘오에 있고, 묘오는 卽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