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에세이 설법

목탁새(啄木鳥) 소리를 들으며

작성자영축산|작성시간25.03.21|조회수123 목록 댓글 13

 

 

                                                     목탁새(啄木鳥) 소리를 들으며

 

                                                                                                        지 안

 

 

  춘분(春分)이 다가오는 요즈음 아침 산책을 하기가 훨씬 좋아졌다. 같은 시간대지만 봄이 오는 길목이라 밝아져서 좋고 영하의 찬바람이 조금은 부드러워진 것 같아서 좋다.  6시 반에 방을 나와 소나무 숲을 지나 계곡 쪽으로 걸어간다. 만 보 걷기를 일과처럼 하고 지내다 보니 걷는 것이 이젠 습관화되었다. 아직도 우스운 한글 사자성어(四字成語)가 머릿속에 박혀 있다. ‘걸살누죽’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이 말을 의지해 그동안 부지런히 걸어온 셈이다.

 

 하루 세 차례 식전 식후마다 20분에서 30분 정도 걸으니 내가 생각해도 꽤 부지런히 걷는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자진해 걸은 것이 아니고 주위의 권유를 받아들여 시작했다. 10여 년 전부터 혈당 수치가 높아져 병원의 권유대로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이 걸어야 한다는 조언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러한 건강상의 이유보다 내가 걷기를 좋아하게 된 것은 우연히 이브 파칼레가 쓴 『걷는 행복』이란 책을 읽고서부터다. 걸어서 세계 일주를 했다고 소문이 난 그는 “걷기 속에 인생이 들어 있고, 깨달음이 들어 있다.”는 말을 남기고 데카르트의 유명한 말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을 고쳐 ‘나는 걷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로 바꾸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도 걷기를 잘해보리라고 마음 먹었던 것이다 .

 

 그는 인간의 지성이 걸음에서 잉태됐다고 하였고 위대한 성인들이 성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전생부터 많이 걸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석가모니나 예수 그리고 마호메트까지 걸으면서 가르침을 전했다고 하였다. 불교의 교조 석가모니 부처님의 경우 실제 제자들과 함께 걸으면서 가르침을 전하는 장면이 초기 경전에는 자주 나온다.

 

 또 ‘자연으로 돌아가라(Return to nature)’를 외쳤던 장자크 루소는 숲속의 산책을 즐기면서 “철학의 첫 스승이 사람의 발”이라고 하였다. 머리나 가슴이 아닌 발이 철학의 스승이다? 혹자는 동의하기 어려운 말일런지도 모르겠다.

 

 흔히 소요(逍遙)라는 말을 써 왔는데 마음 내키는 대로 슬슬 거닐며 돌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소요에는 꼭 가야 하는 목적지가 필요 없다. 소요철학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동양의 노자와 장자의 철학을 무위(無爲) 혹은 소요철학이라고 하였다. 심지어 걷는 것을 육체적 운동이 아니라 정신적 운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도자들의 세계에서는 도를 닦는 것이 길을 가는 것이다. 길을 가는 것이 지리적 공간이동으로 보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뜻은 정신적인 길을 바로 찾는 것이다. 따라서 소요하는 것이 정신공간을 확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소요철학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내가 산보를 할 때마다 계곡 건너편 소나무에서 탁목조(啄木鳥)우는 소리가 들린다. 이 새는 특별한 새다. 보통 딱따구리라고도 부르는데 절에서는 목탁새라고 한다. 꼭 목탁을 치는 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사실 울음소리인지 나무를 쪼는 소리인지 잘 모를 정도이지만 들어보면 꼭 목탁 내리는 소리 같다. 목탁을 내린다는 것은, 목탁을 칠 때 처음 두드릴 때보다 두드리는 속도가 빨라져 가는 것을 목탁을 내린다고 한다. 총림이나 대중이 많은 사찰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목착을 쳐서 대중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공양 시간을 알리는 목탁이 있고 운력 시간을 알리는 목탁도 있다. 또 비상 목탁을 치면서 범종을 같이 울리기도 한다.

 

 목탁(木鐸)이란 불교 의식에 쓰이는 도구로 일종의 타악기 형식인데 본래는 물고기 모양을 한 목어(木魚)에서 비롯되었다. 목어라는 이름이 백장청규(百丈淸規)에 처음 쓰였다고 알려져 있다.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어서 눈을 감지 않는데 비유하여 만들어진 기물로 ‘깨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목어가 모양이 바뀌어 속이 파인 둥근 나무통에 손잡이가 달려 있는 형식으로 바꿔진 것이다. 물론 크게 만들어 손에 잡지 않고 바닥에 놓고 두드리는 것도 있다. 염불을 하거나 대중이 모여 경전을 외울 때 운율과 박자를 맞추기 위하여 목탁을 친다. 또 목탁은 맑은 정신을 유지하도록 경책하는 소리를 내는 역할이 있다.

 

 흔히 언론을 두고도 ‘사회의 목탁’이라 말해 오기도 했다. 이 말은 언론의 본래 기능인 정론의 역할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정보사회에 각종 언론매체가 등장하여 알려주는 소식이 너무 다양하다. 신문 방송뿐 아니라 각종 유튜브들이 등장하여 서로 다른 소식을 알리며 때로는 상반된 주장을 하기도 한다. 가짜 뉴스도 등장하고 혹세무민하는 이야기들도 참 많이 횡행한다. 그야말로 말세의 후유증이요 난세의 혼란인 것 같다.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장단 맞출 데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목탁새처럼 정직하고 쪼고 정직하게 울어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좋은 소식을 듣고 싶은데...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天海玄山 | 작성시간 25.03.22 _()()()_
  • 작성자慈月性 | 작성시간 25.03.22 _()()()_
    고맙습니다.
  • 작성자송안 | 작성시간 25.03.23 🙏🙏🏻🙏🏼
  • 작성자如幻 | 작성시간 25.03.28 🙏🙏🙏
    댓글 이모티콘
  • 작성자향기구름 | 작성시간 25.04.12 글을 읽으니 사유의 뜨락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