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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밀밭파수꾼™ 작성시간20.05.07 다양한 관계 속에 놓여 있는 나를 아무런 문제없이 잘 수용하는 까닭은 그 관계 속에서도 여전히 나라고 하는 통일된 자아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 아렌트가 지적했듯이 평범한 가장이 인류 전체에 끔찍한 죄를 짓는 전범이 될 수 있는 것은 통일된 자아 인식과 도덕관념이 분리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만일 지금 내가 고문하고 있고, 죽이고 있는 그 사람이 나와 내 가족처럼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그런 끔찍한 죄를 저지를 수 없겠지요. 우리는 일상에서 익숙함을 바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도덕적 감수성을 무디게 만듭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를 묻기를 포기하면서, 주변의 다른 사람들 속에 숨어버립니다. 익숙한 낯설음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익숙하게 여겼던 것을 낯설게 보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무렇지도 않아서 있는지 없는지 의식조차 못했던 것들에게로 눈을 돌리고, 그것을 인식하게 만들며, 그렇게 그 가치를 매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