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67] 낯선철학하기 – 익숙한 낯설음
‘익숙하다’와 ‘낯설다’는 반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익숙한 대상의 물리적인 변화나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는 낯설음을 준다. 같은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기분, 감정 등에 변화가 있거나 가치관, 신념, 철학등의 지속적인 변화일 수 도 있다. 내가 대상을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시간과 지금 낯설게 보이는 두시간 사이에는 사실 직적인 차이가 없다. 단지 내가 무엇에 먼저 익숙해졌는지의 차이만 있다.
나는 농어촌지역인 성산읍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바다와 산(오름)을 가까이 하였고 시내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풍경과 자연을 누구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학창시절 여름이 되면 항상 바다를 놀러갔고 산에 올라서 곤충을 잡으러 다니기를 좋아했다. ‘성산일출봉’은 제주도의 장엄하고 소중한 기념물이며 제주도 관광산업의 핵심이라 불릴정도로 아주 많고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나와 친구들에게는 그저 ‘창문을 열면 보이는 뒷산’ 정도의 아주 익숙한 존재였다.
중,고등학교를 농어촌에서 졸업하고 제주대학교에 재학하면서 제주시내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1학기 시내생활은 모든 것이 ‘낯설음’으로 다가왔고 내게 설렘과 걱정, 기대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내생활의 ‘낯설음’은 ‘익숙함’ 또는 ‘일상’으로 다가왔다. 시끌벅적한 동네, 오염된 바다, 이기적인 사람들 모두 이제 나에겐 익숙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농어촌에서 2주간 생활하였다. 한학기동안 도시생활에 익숙해져버린 나는 내가 20년동안 살아왔던 동네가 낯설고 새롭게 느껴졌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한학기동안 나는 자연에대해 어색함이 느껴졌고 오랜만에 찾아간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에서는 내가 보지못한 광경, 새로운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성산일출봉 너머로 지는 석양, 바위사이를 지나다니는 곤충들, 사람소리는 들리지않고 거대하게 들리는 파도소리, 그곳에서 내가 발견한 아름다움은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본래의 아름다움이였지만 난 익숙함에 속아 미처 발견하지못한, 또는 자각하지못한 아름다움이다. 집근처의 성산일출봉, 그리고 섭지코지와 바닷가, 더 많은 동물들, 과장된표현일지 모르지만 내가 발견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형용하기위해서는 자연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이처럼 익숙한 대상들에게 찾지 못했던 가치, 아니면 자각하지 못했던 가치들이 숨어있다고 믿는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글귀가 있듯이 익숙함에 속아서 감춰진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보려는 습관을 기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