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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다섯 달 : 달콤한 향기는 멀리멀리

작성자햇살같은|작성시간26.06.08|조회수30 목록 댓글 0

붕어빵 다섯 달 : 달콤한 향기는 멀리멀리


붕어빵에 들어가는 반죽은 일주일에 5킬로그램짜리 한 통이 사용됩니다. 슈크림과 팥앙금, 초코시럽은 한 번 구입하면 꽤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팥앙금은 적당히 나누어 냉동실에 보관하고 필요한 만큼만 녹여 사용합니다. 슈크림과 초코시럽은 냉장실에 두고 씁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붕어빵을 구우면 가장 먼저 한 개를 먹어 봅니다. 맛이 괜찮은지 확인하는 일종의 품질검사입니다.

붕어빵 반죽은 한 달에 한 번씩 네 통을 구입해 냉동실에 넣어 둡니다. 처음에는 냉동실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한 주가 지나면 어느새 하나가 사라집니다. 붕어빵 반죽과 앙금은 학교 예산으로 구입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가 직접 구입하고 있습니다. 학교 예산은 써야 할 곳이 많아 매주 붕어빵 반죽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붕어빵을 굽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입니다. 어느새 6월이 되었습니다. 겨울 간식인 붕어빵이 날씨가 더워지면 자연스럽게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교장실을 기웃거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뻥튀기를 가지러 오는 아이들, 붕어빵을 먹으러 오는 아이들입니다. 시작은 쉽게 했지만 끝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오늘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교장선생님! 내부 논의 과정이 길어져서 연락이 너무 늦었습니다. 지난번 말씀하신 빵반죽 관련하여 지원이 가능할 듯하여 연락드렸어요. 시간 되실 때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굿네이버스 사무국장님이 보낸 문자였습니다.
우리 학교는 매년 굿네이버스의 장학금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며 몇 차례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얼마 전 회의에서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지원하는 사업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문득 붕어빵도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주 전 사무국장님께 혹시 반죽 지원이 가능한 사업이 있는지 여쭈어보았는데, 오늘 그 답이 온 것입니다.
중간놀이 시간에 아이들 피구 시합을 지켜보느라 휴대폰을 교장실에 두고 나갔는데, 돌아와 보니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남아 있었습니다.

제가 붕어빵을 굽는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침을 먹지 못하고 오는 아이들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아침을 거른 채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교장실에서 퍼져 나오는 달콤한 붕어빵 냄새는 작은 유혹이 됩니다.
아이들은 “사랑합니다.” 하고 인사한 뒤 뻥튀기 두 장 사이에 붕어빵 두 개를 넣어 햄버거처럼 만들어 들고 갑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난히 아침 붕어빵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붕어빵은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응원이 될 것입니다.

사무국장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굿네이버스에서 우리 학교에 붕어빵 반죽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월별 지원은 어렵지만 한 번에 총량을 지원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굿네이버스로부터 5킬로그램 반죽 스무 통을 지원받기로 했습니다. 붕어빵 반죽의 보관 기간은 6개월이며, 보관 장소는 냉동실입니다.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 연구실, 돌봄교실을 돌아다니며 냉동실 공간을 확인했습니다. 한 번에 반죽 스무 통을 보관할 공간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반죽 스무 통이면 앞으로 다섯 달 동안 붕어빵을 구울 수 있는 양입니다.
오늘 정말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또 반가운 손님이 학교를 찾아왔습니다. 고덕에 있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우리 학교 유치원을 둘러보러 온 것입니다. 유치원 선생님을 만나고 학교를 둘러본 뒤 교장실에서 학교를 소개했습니다.
부모님과 아이가 앉은 자리 뒤에는 뻥튀기 기계와 붕어빵 기계가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신기한 듯 자꾸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아이는 이번 주 목요일에 다시 방문해 유치원 친구들과 함께 활동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잘 적응한다면 우리 학교 유치원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은 아침부터 붕어빵을 더 달콤하게 구워야겠습니다. 우리 학교 붕어빵을 처음 만나는 친구가 오는 날이니까요. 아이들이 맛있게 먹고 있으니 새로 오는 친구도 맛있게 먹을 것입니다. 하는 일 없이 붕어빵만 굽고 있는 것 같은데 작은 소문이 조금씩 퍼지고 있습니다. 이제 굿네이버스 사업 속에도 우리 학교 붕어빵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달콤한 붕어빵 향기를 따라 아이들이 한 명씩, 또 한 명씩 모여듭니다.
올해의 붕어빵을 언제까지 구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동안은 계속 구워질 것 같습니다.
달콤하게,
고소하게,
정성껏 구워보겠습니다.

달콤한 향기가 멀리멀리 퍼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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