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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물고기(2026)

청어람, 청출어람 : 아이들은 무대에서 자란다.

작성자햇살같은|작성시간26.06.12|조회수36 목록 댓글 0

청어람, 청출어람 : 아이들은 무대에서 자란다.

 

오전에 출장이 있었습니다. 초·중등 교장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 연수였습니다. 나는 시간보다 조금 일찍 연수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연수 시작까지 여유가 있어 차를 적당한 곳에 세우고 에어컨을 켠 뒤 가방 속 책을 꺼냈습니다. 차 안은 고요하고 시원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연수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버스가 한 대씩 주차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승용차가 주차해야 할 공간인데 버스가 계속 들어오는 것이 이상해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버스 문이 열리자 풍물복을 입은 아이들이 하나둘 내렸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연주할 악기를 소중하게 들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생각이 났습니다. 오늘은 경기도 학생예능발표대회 시 예선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우리 학교 사물놀이팀 ‘청어람’도 참가하는 날이었습니다.

오전에 연수 일정이 있어 청어람의 공연을 보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공연장이 연수 장소 바로 옆 건물이었습니다. 2시간 연수를 충실히 들어야 하지만, 시간을 잘 맞추면 아이들의 연주 모습을 잠시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담당 선생님과 카톡을 했습니다. 
“10시에 첫 번째 팀 공연이 시작했고, 심사평까지 들은 뒤 저희가 두 번째 순서입니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다른 학교 사물놀이팀이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풍물복을 입고 힘차게 장단을 이어 갔습니다. 소리는 우렁찼고 박자는 정확했습니다. 연주가 끝난 뒤 심사위원은 아이들의 실력을 칭찬하면서도 “조금 덜 빠르게 연주해도 충분히 음악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며 다른 악기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보라고 심사평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무대를 내려가고 잠시 후 우리 청어람이 무대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2층 관람석에서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아이들은 금세 나를 알아보았습니다. 한 손에 악기를 든 채 다른 손으로 환하게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학교에서 늘 보는 아이들인데도 학교 밖에서 만나니 더 반갑고 특별했습니다. 가슴이 찡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나도 벽 쪽에 바짝 붙어 서서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공연을 지켜보았습니다.
가운데 상쇠인 현중이를 중심으로 5·6학년 아이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최선을 다해 연주했습니다. 사물놀이 연습이 싫다며 몇 번이나 교장실로 편지를 보내왔던 우빈이도 징을 힘차게 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한 달여의 시간을 점심시간의 즐거움까지 반납하며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무사히 연주를 마쳤습니다.
심사위원은 밝은 표정으로 연주한 점을 칭찬하며 다른 악기의 소리에도 더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장구와 북이 잠시 박자를 놓친 순간도 있었지만, 상쇠가 중심을 잘 잡아 주었다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는 심사평을 남겼습니다.

무대를 내려온 아이들을 기다렸다가 한 명 한 명 맞이했습니다.
“너무 좋았어. 정말 잘했어. 수고했어. 고마워.”
무거워 보이는 우빈이의 징을 함께 들고 대기실로 향했습니다. 아이들은 악기를 정리한 뒤 다른 학교 공연을 보기 위해 다시 공연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이제는 대회장 2층에서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나는 다시 연수 장소로 돌아와 남은 연수를 마저 들었습니다.

학교로 돌아가면 아이들을 다시 한번 칭찬해 주어야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학교 방송을 통해 아이들의 얼굴을 보여주고, 공연 영상을 보여 주며 동생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학교를 대표해 큰 무대에 올라 최선을 다하고 돌아온 형, 누나들입니다.
오늘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향한 자신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문득 연주를 끝내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가는 길에 한 친구에게 들었던 한마디가 떠오릅니다.
“선생님, 우리가 1등하면 도대회 나가는 건가요?”
그 아이는 사물놀이 연습이 싫어 여러 번 교장실을 찾아왔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공연을 마친 뒤에는 더 큰 무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예선 통과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들 마음속에 “조금 더 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살아가다 보면 하기 싫은 일도 있고,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자리도 있습니다. 때로는 엄청난 긴장감을 견뎌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지나고 나면 우리는 이전보다 조금 더 성장한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물러서지 말고 부딪쳐야 합니다. 
청어람 아이들은 오늘 한 계단을 올라섰습니다.
우리 학교의 청어람을 응원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청어람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큰 무대에 설 모든 아이들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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