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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물고기(2026)

[앵콜] 따끈따끈한 이야기 -진드기(2015.10.12.)

작성자햇살같은|작성시간26.06.13|조회수26 목록 댓글 0

진드기

“어디에요? 빨리 좀 와요. 너무 추워요.”
요 며칠 가을 날씨가 매섭습니다. 오늘은 바람도 많이 불어서인지 더 춥게 느껴집니다. 길에서 기다리는 집사람과 막내가 춥습니다. 몇 번의 신호를 기다리고 나서야 자란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반가운 아내와 딸. 그런데 가만히 보니 얼굴과 팔에 모기에 물린 자국이 많습니다. 오늘 아침에 봤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학교에서 모기에 물렸는지 물어봅니다만 학교는 아니라고 합니다. 어제 오후에 아내가 가을에 입을 옷과 이불을 꺼내서 정리했었는데 거기에 ‘진드기’가 있지 않았을까 하고 아내가 이야기합니다. 아내의 입에서 ‘진드기’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한나는 울기 시작합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살인진드기에 대한 영상을 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글날 등산을 갔을 때도 진드기가 걱정이 되어 산길을 빨리 빨리 걸어가던 아이입니다.
속상합니다. 아이들의 상처를 보면 전, 갑자기 속상해집니다. 그리고 속상한 마음은 밖으로 온전히 드러납니다. 아내보다도 더 긴장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바로 아이들입니다. 자기 몸에 난 상처를 아프기 때문이 아니라 아빠의 속상해 하는 표정 때문에 더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이번 진드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얼어 있는 집안 공기는 각자 방에서 공부하는 있는 첫째와 둘째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큰 아이가 힘없는 엄마를 대신해서 한나를 목욕시키기로 했습니다. 목욕 준비하는 것 보고 저와 작은 아이는 마트에 갔습니다.
잠시 뒤 집에 돌아오니 큰 방은 불이 꺼져 있습니다. 한나는 진드기 걱정에 힘이 빠졌는지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잠들어 있는 한나 옆에서 아내는 스마트 폰을 보고 있습니다. 몸도 약하고, 원래 힘도 없는 아내는 늘 일찍 자리에 눕습니다.
“모기였어요. 모기가 한 마리 있었네요.”
“진짜? 모기에서 피가 나왔어?”
“예. 피가 나왔어요.”
모기라서 다행입니다. 잡아서 다행이네요. 오늘 밤은 별일 없이 푹 자고 내일은 활짝 웃는 한나의 얼굴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모기 물려서 가려운 아이에게 겁만 잔뜩 준 아빠가 참 미안한 밤입니다.
한나와 ‘푸른 하늘 은하수’를 같이 했었습니다. 황토 찰흙으로 장수풍뎅이를 만들기도 하고, 같이 나란히 앉아서 그림 일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란히 누워서 아빠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과자도 크게 좋아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노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더니 힘도 좀 없어진 것 같고, 밖에 나가면 빨리 집으로 돌아가지고 합니다. 방에서 거실에서 앉아서 자기 일 하다가도 엄마를 보면 늘 다가가서 뽀뽀를 하고 안아 줍니다. 저와도 조금씩 친해진 것 같은데 그래도 엄마와 비교하면 전 아직 멀었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나쁜 아빠인 것이 습관이 되어 잘 고쳐지지가 않습니다. 혼자서 일을 하고, 영화 보고, 책을 읽습니다. 신통찮은 일들입니다. 한나와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매일 조금씩 노력해야 합니다. 일을 조금 더 능률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진짜 진드기와 한 판 붙어야 합니다. 처갓집으로 고구마 캐러 가니까 말입니다. 원래 진드기를 무서워하는 한나인데 어제 오늘의 경험이 이번 주 토요일 처가 방문을 어렵게 하지나 않을지 조심스럽습니다.
무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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