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갈색 다리 : 모두의 평범한 하루를 위해
작은 연못의 다리를 수리했습니다. 기둥을 연결하는 나무들을 튼튼하게 보강한 뒤, 다리 바닥과 같은 짙은 갈색으로 칠했습니다. 수리가 끝난 다리는 예전의 노란 다리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과 어우러졌습니다.
조금 더 튼튼해진 다리에 올라 연못의 물고기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물은 맑지 않고 뿌옇게 보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수면 가까이 올라와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침을 먹고 싶은지 큰 입을 뻐끔거리는 물고기도 있었습니다. 먹이는 관리사님이 주시는 일이라 나는 그저 물고기들의 뻐끔거림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연못 바닥에는 부유물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잉어가 움직일 때마다 바닥이 일렁이며 물은 조금씩 더 탁해집니다. 그래도 비단잉어와 빨간 금붕어들이 아프지 않고 잘 지내주어 고맙습니다. 연못에는 새 물이 계속 보충되고, 탁한 물은 조금씩 빠져나갑니다. 노란 다리보다 짙은 갈색 다리가 연못과 훨씬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교장실에 들어와 창문을 열었습니다. 신선한 바람이 들어오도록 환기를 시키고, 주말 동안 목이 말랐을 화분들에게 물을 주었습니다. 얼마 전 옮겨 심은 파인애플도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햇볕을 좋아할 것 같아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두었습니다.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한 금전수도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화분받침을 두 개 더 구입했으니 이제 파인애플과 금전수도 교장실에서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인애플은 열매를 보여주기까지 2년 정도가 걸리고, 금전수도 천천히 자라는 식물입니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알맞은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겠습니다. 새 친구들이 들어오면서 먼저 있던 화분들의 자리도 조금씩 바뀔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잘 지낼 수 있도록 공간을 다시 배치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냉장고 냉동실에는 붕어빵 반죽 네 개가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오전이 지나면서 반죽은 천천히 해동됩니다. 오후에는 다시 냉장실로 옮겨 놓고, 화요일부터 사흘 동안 붕어빵을 구울 수 있습니다.
늘 그렇게 해왔지만 1학년 아이들은 오늘 왜 붕어빵이 없는지 묻습니다. 화요일부터 다시 구울 거라고 이야기한 뒤, 금방 나온 바삭한 뻥튀기를 두 개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뭔가 허전해 보이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뻥튀기를 맛있게 먹으며 복도로 나갔습니다.
붕어빵 반죽은 교장실에 네 개, 교무실과 행정실, 급식실, 교직원 휴게실 냉장고에 스무 개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모두 합하면 스물네 개입니다. 이 반죽들은 일주일에 하나씩 해동되어 맛있는 붕어빵이 되어 아이들과 교직원들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냉동실에 붕어빵 반죽이 넉넉히 들어 있으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재료는 모두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제 내가 맛있게 굽기만 하면 됩니다. 늘 해오던 일이라 걱정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새로운 식구가 된 친구가 학교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란색 다리처럼 눈에 띄게 튀어나오는 존재가 아니라, 짙은 갈색 다리처럼 어디서 바라보아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우리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 친구가 오면서 누군가는 학급에서 자신의 자리를 조금 옆으로 옮겨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각자가 조금씩 자리를 양보해야 새로운 친구가 편안하게 자리 잡을 공간이 생깁니다. 우리는 다 같이 잘 지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살아가면 됩니다.
새로운 가족이 된 친구도 시간이 지나면 학교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고, 자신만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붕어빵 반죽은 넉넉합니다. 혹시 부족해질 것 같으면 조금씩 나누면 됩니다. 붕어빵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 먹는 것도 먹지 않는 것도 각자의 선택입니다. 나는 그저 가능한 한 모든 아이들이 두 마리씩 먹을 수 있도록 붕어빵을 구우면 됩니다.
모든 아이들이 오늘과 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 또한 평소와 다름없이 붕어빵을 구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6.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