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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 따끈따끈한 이야기 - 거북이(2015.3.30.)

작성자햇살같은|작성시간26.06.20|조회수21 목록 댓글 0

거북이

출근길에 오늘은 학교에 가서 일을 좀 더 능률적으로, 빠르게 처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결국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별것 아닌 열쇠 정리를 하는 데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적어 내려가다가 이름과 열쇠가 맞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확인해 보니 결국 교실 배치도를 들고 학교를 한 바퀴 돌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확인하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배치도를 보고 학교를 둘러본 뒤 정리했더라면 30분은 아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생각하기보다 먼저 몸을 움직이다 보니 일을 두 번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바쁘게 움직여 정신없어 보이지만 정작 일을 끝내는 시간은 늦습니다. 저는 분명 거북이입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시간일 텐데, 이렇게 느릿느릿 일을 하다 보면 남들보다 인생을 조금 짧게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꾸벅꾸벅 조는 시간까지 더하면 시간을 참 낭비하며 살고 있는 셈입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이긴 것은 거북이였습니다. 토끼는 거북이를 이기는 것이 목표였지만, 거북이는 저 멀리 산 위에 꽂힌 깃발을 바라보고 걸었습니다. 자기만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걸어가는 거북이는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일도 없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 깃발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말입니다.

저 역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느린 거북이입니다. 하지만 토끼를 이긴 거북이는 아닙니다. 토끼처럼 서두르지만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해 다시 돌아가고, 또 반복하기 때문에 느려진 거북이입니다. 어쩌면 거북이 같지만 진짜 거북이는 아닌 셈입니다.

이제는 진짜 거북이가 되고 싶습니다. 일을 서두르기 전에 먼저 고개를 들어 깃발을 바라보아야겠습니다. 앞이나 옆을 지나가는 토끼를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곳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전진하는 거북이 말입니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마음이 어지러울 이유도 없습니다. 느리다고 해서 다른 사람 앞에서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결국에는 깃발에 가까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몸도 마음도 바쁘고 고단한 토끼보다, 느리더라도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가는 거북이가 살아가는 동안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왕 거북이라면 진짜 거북이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은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과 좀 더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장선생님을 이해하고, 교감선생님을 이해한다면 더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두 분을 조금이라도 더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매일 나의 깃발을 바라봅니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201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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