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파리 택배 기사의 48시간 / 보리스 로즈킨 / 프랑스 / 2026 / 7.5
<거짓으로 살아야 함에도, 계속 어긋남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
술레이만 상가레는 아프리카 기니에서 프랑스로 망명을 와서 현재 배달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직 정식 망명이 되지 않은 상태라 난민 브로커를 통해, 정식 망명 신청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인에게 계정을 빌려 배달 일을 하고 있고, 난민 전용 숙소에서 묵고 있는 형편이기에, 하루 빨리 신청을 해야 하지만, 계속 일이 꼬입니다.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 국제비평가연맹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는 갑작스런 침묵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서서히 술레이만의 목소리와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 주변의 차 소리 등 소음소리가 가득차기 시작합니다.
기니에서 어렵게 프랑스로 건너온 술레이만은 이틀 후 정식 망명 신청을 받게 됩니다. 그 전에 관련 서류들을 브로커에게 받아야 하는데, 브로커에게 서류들을 받으려면 그만큼 돈이 필요합니다. 돈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처음에는 무난하게 일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점차 일이 꼬이게 됩니다.
일이 꼬이는 건 결국 그의 거짓과 관련된 것입니다. 기니에서 프랑스까지 겨우 도착한 순간부터, 여기에 살아야 할 이유와 돈을 벌기 위해 타인의 것으로 만들어 낸 배달 계정, 기니에서 프랑스까지 오게 된 이유와 경위까지. 거의 모든 것들이 자기 것이 아닌 타인의 것이거나 타인의 의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슐레이만은 더 간절해지고 더 급해지고 더 초조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루 배달 일을 끝내고 겨우 지하철 막차를 타고 겨우 셔틀버스 막차를 타는 삶의 그 끄트머리에서, 그의 감정과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지내는 모든 공간은 빠듯하고 삭막하고 시끄럽고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느 순간에는 넉넉하고 다정하고 조용하고 명확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대비되는 순간들을 절묘하게 또 담담하게, 자연스럽게 표현합니다.
시간의 줄다리기 속에서 슐레이만이 겪는 모든 이야기들이 펼쳐진 후, 마침내 후반과 엔딩에 다다랐을 때, 보여주는 그의 모습과 침묵이 인상적입니다. 후련함일 수도 있고 반대로 또 다른 불안함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침묵 후에 슐레이만은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며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도시의 소음과 인물들의 대화와 다양한 군상들을 담담하면서도 선명하게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