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스레드 / 폴 토마스 앤더슨 / 미국 / 2018 / 9.5
<어떻게 들여다 봐도 이야기가 가능한, 전방위로 뻗어나가는 영화>
1950년대, 왕실과 사교계 의상을 만드는 디자이너 '레이놀즈'는 우연히 마주친 여성 '알마'와 사랑에 빠집니다. 아름다운 일상이 가득할 것만 같은 두 사람. 하지만, 서로 다른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로 거대한 혼란에 사로잡힙니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입니다. 각종 비평가 협회에서 음악상 및 의상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사랑의 이야기를 다루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남성과 한 여성이 우연히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두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로 혼란을 겪으며 그 고통을 이겨나가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폴 토마스 앤더슨은 하나의 이야기로 수 십 개의 내러티브를 퍼뜨려 나가는 재주가 있는 감독입니다.
이 영화는 방금 말했다시피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써도 매력적입니다. 동시에 남성 지배 공간에 한 여성이 들어가 반기를 들고 엄청난 혼란을 주는 기묘하고도 섬뜩한 스릴러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한 남성이 자신의 예술 욕망을 펼치다가 한 여성을 만나며 겪는 산전수전 일대기, 혹은 그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는 늘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특정 인물에 대입하거나 어떤 상황을 놓고 도덕적 판단과 가치기준을 내밀지 않고, 이야기 그 자체로 모든 상황을 표현합니다. 그렇기에 보는 이에 따라선 혼란스러울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이 영화 또한 마찬가집니다. 영화는 어떤 특정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인물들의 모든 혼란을 가감없이 다루고 있습니다. 사랑, 일 그 외의 모든 과정 속에서 도무지 어찌할 바 모르는 인물들을 내버려두고 질주하게 만듭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모든 캐릭터가 폭발하게 되고, 이윽고 잠잠해지고, 또 다시 어찌할 바 모르다가, 자신의 의지대로 나아갔다가, 뒤돌아 서서 고민하고, 결국엔 이야기의 결말까지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선 특히 음악이 화려하게 잘 쓰였습니다. 의상의 화려함만큼 음악도 보는 이를 섬뜩하게, 혹은 황홀한 감정에 젖도록 만듭니다.
촬영방식은, 감독이 전작 영화들을 찍었을 때처럼 이상하고도 절제력있는 매 순간순간들이 표현되어 매력적입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이제 칭찬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로 뛰어납니다. 그와 더불어 알마 역을 맡아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레슬리 맨빌 등 최고의 연기자들과 연기를 펼친 빅키 크리엡스의 연기는 가히 시한폭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즉 구체적인 이야기는 은근히 숨기는 등 완벽하게 절제하면서도, 영화에 그대로 보여지는 테두리들은 아주 사정없이 내뿜어 대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