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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쓰리 빌보드] 간단 감상기 (스포 X)

작성자작은별|작성시간18.03.10|조회수515 목록 댓글 2

쓰리 빌보드 / 마틴 맥도나 / 미국 / 2018 / 9.0



 <뜨겁게 타오르는 한 어머니의 심지. 세상을 향해 차갑게 쏟아붓는 한 여성의 분노.>


 딸이 강간을 당하고 살해 당했지만, 여전히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경찰들. 밀드레드는 경찰의 무능함에 답답하고 화가 나서 마을 외곽에 있는 (지금은 전혀 쓰지 않고 있는) 세 개의 광고판에 자신의 돈을 털어 광고를 싣습니다. 자신의 딸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에 대해, 그리고 경찰과 경찰 서장의 무능함에 대해.

 이윽고 반응이 오기 시작하는 경찰, 언론, 그리고 마을 사람들. 엄마인 밀드레드는 점차 자신이 피해자의 가족이 아닌 마을의 위신을 해치려는 가해자로 둔갑되려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지만, 자기가 하려고 하는 일을 절대로 포기 하지 않습니다.

 한편, 밀드레드가 직접 광고판에 지명한 윌러비 서장은 혼란스러워진 마을을 바로 잡기 위해 신중히 고민을 합니다.

 반면, 인종차별주의자에 마마보이인 딕슨 경관은 밀드레드의 행태에 분노를 감출 수 없어 길길이 날뜁니다.

 이 마을은 앞으로 어떻게 될 까요? 그리고 밀드레드는 자신의 의지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베니스 국제영화제 각본상, 토론토 국제영화제 관객상, 각종 비평가 협회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이 작품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영화의 깊은 내부에 무시무시한 분노와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각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사정과 개인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보는 내내 어떤 불안감과 섬뜩함이 느껴집니다. 특히 딸을 잃은 밀드레드의 눈빛과 행동은 보는 사람을 완전히 압도하는 아우라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에너지를 함부로 쏟아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는 할 일이 있기 때문이죠. (물론 특정 순간에 가면 인물들은 한 번 씩 폭발합니다. 그 순간이 결정적인 장면이며, 이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사건들입니다.)


 쓰리 빌보드는 결국, 분노를 감춘 한 어머니가 광고판을 싣게 되면서 새로운 분노와 새로운 감정을 들끓게 하는 파문, 그 자체를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는 그런 분노를 이상하게 비틀고 비웃고 엇나간다는 것입니다.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인물들을 이상한 상황에 빠트리거나 당황시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완전한 블랙코미디이면서, 이상한 사회와 현상을 비꼬는 풍자 드라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엉뚱한 상황에서 이상하게 실실 웃게 되는 스스로를 보면 웃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궁금할 정도로 당황스럽습니다. (사실 맘 놓고 웃어도 상관 없고, 맘 놓고 화를 내도 상관 없고, 맘 놓고 울어도 상관 없습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든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들을 끔찍한 사건과 결부시켰기 때문에 더욱 훌륭하게 느껴집니다. 웃음의 끝맛은 쓰고, 눈물의 뒷맛은 담백합니다.


 결국, 누군가는 다시 살아갈 것이고, 수많은 감정 속에서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할 것입니다. 또한 누군가는 죽어서라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할 것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처음에 느꼈던 자신의 감정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잘못된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 혹은 또 다른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이 끊임없이 맞물리며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훌륭한 블랙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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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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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닻별 | 작성시간 18.03.11 개봉기다리고있는데 후기보니 더 보고싶네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 작성자포트거스 D 에이스 | 작성시간 18.03.15 오늘 보고왔는데 리뷰 좋아요ㅜ특히 맘 놓고 웃어도 울어도 화내도 상관없다는 문장이 맘에 드네요 저도 오늘 보면서 웃긴데 그냥 웃음꾹참고 봤던지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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