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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 이창동 / 한국 / 2000 / 10.0
<아름다움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의 변두리를 자꾸 헤매는 자의 이야기>
1999년 봄, 영호는 한 야유회에 허름한 차림으로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그의 행색과 행동에 영문을 알 수 없지만, 그를 받아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영호는 계속 이상한 행동과 말을 합니다.
결국, 그는 철도 위에서 '나 다시돌아 갈래'라고 외칩니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갑니다.
이창동 감독의 걸작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는 사실상 한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1인칭으로 서술되어 있는 영화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영호라는 인물에게 계속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는 영호라는 인물을 완전히 옹호하진 않습니다. 그것을 건조하게 그러나 영호라는 인물의 감정을 절절하게 그려내는 모순적인 방식을 통해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처음에 영호라는 인물을 보게 되면 미스테리 투성이입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영호는 사실 한국 사회, 한국 역사 속의 권력자이자 가해자로 그려집니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다시 역사 속 피해자로 그려집니다. 그것이 하나의 거대한 곡선처럼 느껴집니다.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한 인물에게 투영한 것은 빛 바래고 부서진 박하사탕 하나 뿐입니다.
이 영화는 결국 한 인생에서 완전히 나락으로 추락한 인물을 그려내고 있으나 그 시간적 구성을 역순으로 해놓았기 때문에, 그 비극을 역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꿈 같기도 하고 현실 같기도 한 그 상황들을 대사, 연출, 연기 등 모든 부분들을 활용해 압도적으로 펼쳐놓습니다.
영호가 살아오며 한 일들이 있습니다. 그 일들이 잘한 짓 거리든, 못한 짓 거리든 영화는 그것을 애처롭게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영호가 하는 일은 결국 어떤 상황과, 그 어떤 상황에서 느낀 영호의 감정 때문에 벌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이야기는 그렇게 펼쳐놓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면 영호의 표정과 행동에 이상한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이야기에서 느끼는 연민은 그 사람이 다 옳은 것을 했다는 것에 대한 찬탄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삶에 대한 회한 및 이해일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설경구가 보여주는 연기는 지하 밑바닥부터 저 높은 하늘까지의 모든 연기를 다 아우르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감각적인 연기를 하기에 보는 이를 넋빠지게 만들 정도입니다.
영화에서 활용하는 상징, 연출, 편집, 대사들이 곱씹어보면 곱씹을 수록 훌륭하고 소름이 끼칩니다. 수많은 이야깃거리와 해석과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또 한 번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