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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버닝] 간단 감상기 (스포 X)

작성자작은별|작성시간18.05.17|조회수759 목록 댓글 0

버닝 / 이창동 / 한국 / 2018 / 10.0



 <이창동의 새로운 길. 그만큼 매력적이고 색다른 에너지를 분출하는 길.>


 종수는 어느 날, 동네 친구 해미를 만납니다. 두 사람이 채 가까워지기도 전에, 해미는 갑자기 아프리카로 떠나고, 그곳에서 벤이라는 낯선 남자를 데려옵니다. 그리고 일어나는 이상한 일.

 과연 이 이야기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입니다.


 이창동 영화이지만, 기존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며, 그럼에도 그의 에너지는 전작들과 독특하게 이어집니다.


 이 영화는 거대한 사회(혹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인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처량하고 외로워서 정말 절망적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젊은이들(인간들)의 답답함과 외로움이 기본 소재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스토리 안에, 엄청난 것들을 가두어놓고 있는 게 이 영화의 진짜 핵심입니다.


 사회적, 윤리적, 여성사회적, 예술적, 종교적, 자연사회적, 인류학적인 갖가지 은유, 비유, 직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모든 내러티브를 담아놓았는데, 그것을 현실적인 캐릭터와 의미심장한 대사, 그리고 완벽하게 절제된 촬영과 편집으로 표현해냈습니다.


 영화는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감까지 그리고 있습니다.


 종수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행동, 해미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행동, 벤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행동. 그 모든 것들이 엇나가기도 하고, 절묘하게 들어맞기도 하고, 혹은 이상한 방식으로 분출되기도 하면서 표현됩니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소개하는 책 외에도,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다양한 영화들도 있었고, 그런 다양한 잔상들을 통해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흐름은 정적이지만,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들엔 무시무시한 분노와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이에 따라서는 엄청난 감정소모를 할 수도 있습니다.


 미스테리 스릴러로서도 정말 훌륭합니다. 이상한 인물인 벤을 앞세우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 종수는 끊임없이 뒤쫓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펼쳐지는 이상한 감정과 에너지는 종수와 관객들을 서서히 압도합니다.


 이 영화는 어찌보면 직관적이지만, 어찌 보면  모든 씬과 이야기 속에 비유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종수, 벤, 해미 캐릭터 자체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고, 그들이 하는 대사에도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으며, 그들의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 영화 속에서 종수의 직업(정확히 말하면 종수가 미래에 갖고자 하는 직업)을 상기해보면, 이 영화는 더욱 의미심장해지고 흥미로워집니다.


 이창동 감독의 전작 중 '밀양'은 후반에 가서 수직으로 에너지가 솟구치는 느낌이라고 볼 수 있고, '시'는 그 에너지가 안으로 안으로 계속 침잠하다 결국 그 에너지에 스스로 산화하는 느낌입니다. 반면 '버닝'은 에너지가 회오리 치며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다가 어느 순간 무작위의 지점에서 그 화력이 폭발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미스테리에서 시작해서 미스테리로 끝나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는 오롯이 관객의 몫입니다. 정말 어떻게 해석하든 무궁무진해서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입니다. 정말 전방위적으로 내러티브가 뻗어나가는 영화입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의 캐릭터, 대사, 촬영, 편집, 음악, 기타 모든 것들의 활용방식이 영화의 주제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몇몇 장면은 너무나도 슬프거나, 비극적인데도 뛰어난 미장센과 촬영방식으로 인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이상한 아이러니가 영화 곳곳에 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자, 어떻게든 그 분노를 터뜨리려는 자, 혹은 어떻게 그것을 터뜨릴지 모르는 자... 그런 모든 사람들의 섬뜩하고도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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