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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도니스' 아네모네가 된 꽃미남의 얘기

작성자그래그래|작성시간11.08.16|조회수502 목록 댓글 0

시인 셸리가 친구 존 키츠의 죽음을 애도한 시 <Adonais 아도네이스>. 그 이름은 다름아닌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도니스(Adonis)이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그의 대모(代母)이자 연인이었다. 인간으로서 여신, 그것도 신들조차 사랑받기를 다투는 미의 여신의 연인이었으니 얼마나 행운아인가. 하지만 역시 행복은 클수록 그 누림이 짦은 것. 그의 인생은 짦았고, 대신 만인이 사랑하는 꽃 아네모네(Anemone)로 지상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화려히 꽃을 피운다.

그 신화를 읽어보자.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그리고 아네모네

 

키프로스의 왕 키뉘라스(Kinyras)에게는 누구든 한눈에 반하게 할 만한 미모를 가진 딸 '뮈라(Myrrha, 또는 스미르나 myrna)'가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이 유명한 여신보다 더 아름답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아프로디테를 분노케 만들었다.

 

여신의 벌을 받은 뮈라는 자기 아버지의 자식을 임신하는 운명에 처하고, 자신 몰래 이러한 사실이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된 아버지가 죽이려들자 이를 피해 도망친다.

그리고 붙잡힐 절명의 위기에서 여러 신들의 동정을 받아 향나무(몰약나무)로 변했다.
곧 뒤쫓아온 그녀의 아버지가 도끼로 나무를 두 동강 내버리니 그 속에서 아도니스가 튀어나왔다.
후일 아프로디테는 뮈라의 나무 앞에 나타나 아도니스를 찾아냈고, 불쌍히 여겨 저승세계를 주관하는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에게 아기를 맡겼다.

 

<Adonis. 탄생부터 평범치 않다. pen drawing by Poussin>

아도니스가 무럭무럭 자라 청년이 됐을 때 아프로디테는 다시 지하세계로 내려가 그를 데려가려고 했다.

키워온 정이 있는데, 페르세포네에게서 아도니스를 돌려받는 일은 쉽지 않았다. 두 여신은 다투기 시작했고 제우스에게 중재를 부탁했다.

제우스는 아도니스로 하여금 남은 인생의 3분의 1은 아프로디테와, 3분의 1은 페르세포네와, 나머지 3분의 1은 그가 원하는 사람과 보내도록 판결해 줬다.

물론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하였다. 칙칙한 지하세계와는 달리 지상은 한마디로 낙원이었다. 모든 것이 신기한 가운데 아도니스는 사냥꾼으로서 자질을 발휘하며 행복하게 지냈다.


그런 어느 날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에게 젖을 먹이다가 아들이 가지고 있던 화살에 가슴을 찔렸다. 순간 그녀는 재빨리 아들을 밀어냈으나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에로스의 화살에 맞은 사람은 누구나 처음 보는 이성(異性)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만다. 아프로디테 역시 아도니스를 보자 단번에 매혹되었다. 

 

그녀는 인간들이 자신을 위해 제(祭)를 올리는 마을들을 둘러보는 것도, 올림포스에서 벌어지는 신들의 향연에도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사냥하는 아도니스의 뒤만 따라다녔다. 

이제까지 자기의 용모를 아름답게 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늘 밑에서 휴식을 즐기던 아프로디테였으나, 이제는 수렵하는 옷차림을 하고 야생녀처럼 숲과 산을 돌아다녔다.

 

 

<Venus and Adonis. Sidney Harold Meteyard> 

그러나 언제까지 놀 수만은 없는 일. 신으로의 직무가 있기에 잠시 떠나야 했다. 그래서 아도니스에게 토끼나 사슴 등은 괜찮지만 사냥꾼에게 덤벼드는 늑대나 곰 등 위험한 동물은 경계하도록 이르고, 이윽고 백조가 끄는 이륜차를 타고 천공을 날아갔다.

 

 

 

 

<사냥 나가는 아도니스를 붙잡으려는 아프로디태. Gerard Hoet>


아프로디테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도니스는 커다란 야생 멧돼지와 대면하였다. 그것은 그가 여지껏 본 적 없는 엄청난 크기여서 아프로디테의 충고를 잊을 정도로 호승심이 발동했다.

사실 그 멧돼지는 변신한 신 아레스(전쟁의 신)였다. 아레스는 아프로디테의 연인 중 하나였는데, 페르세포네가 아프로디테의 아도니스의 대한 끊임없는 사랑에 질투, 둘 사이를 아레스에게 일러바치니 그가 아도니스를 해치려고 나타난 것이었다.
이를 알리 없는 아도니스는 개들이 멧돼지를 굴에서 몰아내자 손에 창을 들고 멧돼지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나 멧돼지는 창을 빼내기가 바쁘게 아도니스에게 달려들었다. 아도니스는 재빨리 도망쳤다. 그러나 멧돼지는 그를 추격하여 옆구리를 물어뜯었다. 아도니스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들판에 쓰러졌다.  

 

 

 

 

 

<아도니스를 물어뜯는 멧돼지>

아프로디테는 이즈음 멀리 하늘을 날고 있었는데 아도니스가 신음하는 소리가 공기를 타고 들려 왔다. 그녀는 다시 백조를 지상으로 향하게 했다.

이윽고 공중에서 피투성이가 된 아도니스의 시체를 발견하고 급히 지상에 내려 시체 위에 엎드려 가슴을 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도니스의 주검을 발견한 아프로디테. 1637, Jose de Ribera>


 

그녀는 운명의 여신을 원망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냐, 나는 무엇이든 운명의 여신의 승리로 돌리지 않겠다. 나의 슬픔은 언제까지나 남을 것이다. 나의 아도니스여, 나는 당신의 죽음과 나의 애통의 광경이 매년 새로워지도록 노력하겠어요. 당신을 나는 꽃으로 변하게 하리다. 아무도 이를 말릴 수 없을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그 피 위에 신주(神酒)인 넥타르(Nectar)를 뿌렸다.

 

<아도니스의 시체에 넥타르를 뿌리는 아프로디테와 시녀들. Franceschini>

피와 신주가 섞이자 마치 연못 위에 빗물이 떨어졌을 때 같이 거품이 일었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나자 석류꽃 같은 핏빛 꽃 한송이가 피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명하였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바람이 불어서 꽃을 피게 하고, 다시 또 불어서 꽃을 지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아네모네, 즉 '바람꽃(wind flower)' 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그 꽃이 피고 지는 원인이 다 바람이기 때문이다.

 

 

<꽃으로 소생한 아도니스. James Childs>

 


이 신화는 겨울 동안 말라졌다가 봄이 되면 싹트고 무성해지는 식물의 생태를 상징하고 있다.
 

Louvre 박물관에 있는 고대 그리스의 항아리. 붉은 채색에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의 신화를 담고 있다.

옛 그리스인들은 'Adonis Garden'이라고 하여 자기집 지붕을 덮을 듯이 금새 자라는 식물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수확하는 풍습을 의식처럼 치렀다.

<BC 425-375년의 항아리. 기름이나 물을 담는다>


* 아네모네에 얽힌 또 다른 신화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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