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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감독 칼럼

NoMore_Victim's VIEW - #2. 석현준과 남아공. 그리고 송진형

작성자NoMore_Victim|작성시간10.03.31|조회수2,159 목록 댓글 9

 

 

 요즘 해외축구팬들에게 한국 선수 중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대개 아약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석현준'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작년 여름 제발로 아약스를 찾아가 다짜고짜(?) 신청한 입단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아 아약스 입단에 성공한 석현준은 리저브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최근에는 1군 무대에서도 간간히 교체투입되며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알리고 있다. 게다가 요즘 자주 들려오는 리저브 경기에서의 연속골 소식과 경기 후 '석현준 OO전 볼터치 모음' 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오는 동영상에서 석현준이 보여주는 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간결함과 민첩함이라니! 이 모든 것들은 축구팬들을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도를 지나쳤다. 일각에서는 석현준 국대론도 모자라 석현준을 월드컵에 데려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에겐 매우 기분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 민가감한 발언이지만 필자는 감히 이 주장을'사대주의에서 우러나온 현실적이지 못한 발상'이라 칭하겠다.

 

 우선 국가대표팀은 현재 새로운 선수를 실험하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다. 허정무 감독이 밝혔듯 지금 월드컵 엔트리는 사실상 거의 정해져있다. 김영후던 유병수던 황재원이던 이젠 월드컵에 가기 어렵다. 남은 A매치도 많지 않아 월드컵에 갈 선수들의 손발을 맞추는데 주력해야한다. 하지만 '월드컵 기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석현준은 국가대표팀에 뽑힐만 한 선수일까? 여기에도 필자는 부정적이다. 석현준의 활약 무대는 주로 리저브 리그다. 1부 리그에서도 상위권 팀들과 하위권 팀들의 실력차가 크게 나는 네덜란드리그에서 리저브 리그라면 그 차이는 얼마나 심한가. K리그의 로테이션급 공격수들을 현재 아약스 리저브 팀의 석현준이 뛰는 자리에 그대로 가져다 놓는다면? 석현준 이상의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석현준이 비로소 국대급 자원으로 평가받으려면 1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야한다. 심지어 석현준은 현재 청소년 대표팀(U-20)에서도 주전이 아니다. 지동원과 정승용, 정찬일 등 좋은 공격수들이 즐비한 청소년 대표팀에서 석현준은 청소년 대표팀급 자원들의 공격수들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낮았다. 대표팀 경기에서는 지동원의 서브 정도로 기용되었다. 동 나이대 선수들 사이에서는 '넘사벽'이었던 지동원은 현재 올시즌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하였으나 K리그 5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한 골도 터뜨리지 못하였다. 이 사실이 석현준의 실력을 가늠하는 직접적인 척도는 되지 못하더라도 간접적인 척도 정도는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석현준을 남아공으로 보내자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사대주의적 발상'이다. 주전으로 쓰지는 않더라도 경험을 위해서 월드컵에 가게할 수도 있지 않냐 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월드컵에는 총 23명의 선수가 엔트리에 포함된다. 그야말로 하나 하나가 정말 중요한 선수인 것이다.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로 23인을 채워야한다. 히딩크도 최성국과 정조국 등을 '연습생' 정도의 신분으로 월드컵 대표팀과 함께 훈련하게 하였다. 하지만 23인의 엔트리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당대 최고의 유망주인 최성국과 정조국이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로 꾸려야하는 23인에 포함시키기에는 엔트리의 자리 하나도 '유망주에게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서'라는 막연한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K리그에서 톱클래스급 활약을 보여주는 김영후, 최성국, 최태욱 같은 선수들도 23인 엔트리에 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석현준을 그 23인의 엔트리에? 터무니 없는 소리다. 석현준이 K리그의 드래프트 제도를 피해서 간 곳이 네덜란드가 아니라 J리그 였다면? 혹은 드래프트를 신청해서 K리그로 왔다면? 똑같은 선수지만 청대에서도 주전자리를 꿰차지 못했던 석현준의 석자도 아는 사람도 얼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약스에 입단하고 리저브 리그에서의 활약(에레데비지 리저브 리그에서 연속골을 넣은 것도 활약이라 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들지만 아무튼..)으로 '국대급 자원'이 되버렸다. 이러한 과도한 관심은 석현준 본인과 한국축구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이쯤에서 김현회 기자의 칼럼을 링크한다. 김현회 '석현준을 향한 기대, 아직은 이르다' http://news.nate.com/view/20100317n03876?mid=s1001&isq=3486)

 

 앞에서 석현준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한국축구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K리그의 드래프트 제도로 톱클래스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김보경은 J리그 세레소 오사카로 이적했으나 용병 쿼터에 밀려 J2리그에 임대가는 신세가 되었다.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은 이제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고 호주와 네덜란드, 우크라이나까지 국제화되고(?) 있다. 게다가 손흥민의 사례처럼 각종 편법을 이용한 유럽 클럽들의 '도적질'과 유망주들의 '배신'도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선수가 유럽에서 뛰고 있다고 1군 무대에서 아직 무언가 보여주지도 못한 선수를 월드컵에 데려가자는 등의 말이 힘을 얻기 시작하면 이런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을 부채질하는 꼴이 될 뿐이다. 유망주들이 일본만 아니면 해외로 진출하면 좋지 않냐고? 이런 주장은 철저히 자국 리그를 무시하는 관점에서 나온다. 리그의 관점에서는 뭐 딱히 부연설명하지 않아도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이 왜 리그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다들 알 것이라 믿는다. 필자가 K리그 팬이라 이런말을 하는 것일까? 아, 근데 왜 같은 축구팬을 자처하는 한국인인데 왜 자국리그 팬과 자국리그 팬이 아닌 사람을 나눠야 하는가? 이것도 재미있다. 어쨌건 이 말은 석현준과 상관없으니 접어두고.. 선수의 관점에서도 무분별한 해외진출은 전혀 좋지 안않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많은 유망주들이 유럽에서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성공한 선수는? 설기현 뿐이다. 유소년시절부터 잉글랜드에서 훈련받은 이산, 메츠의 조원광과 어경준, 바야돌리드의 양동현 등 모두 청소년 시절 큰 주목을 받던 선수 였으나 '그저 그런 선수'가 되어 K리그로 복귀했다. 심지어 이산은 행적이 묘연하고 조원광은 현재 K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내셔널리그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유망주들이 해외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하는 것은 큰 위험을 수반한다. K리그에서는 유망주 대접을 받으며 구단에서 성장하기까지 기다려주고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붓지만 해외에서는 몇 번 못하면 거기서 끝이다.

 

 어제 뉴캐슬 제츠의 송진형이 PSV 입단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송진형이 누군지도 모르던, 혹은 이름만 막연히 알던 사람들이 갑자기 큰 기쁨을 표하며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유망주로 추앙하기 시작했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팬이었다던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송진형이 서울에서 주전 경쟁에 밀릴 때, 이후 호주에서 활약할 때 그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곧 송진형이 PSV 입단에 성공한다면 조만간 국가대표팀에 뽑아야 한다는 여론들이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일부 유럽을 향한 사대주의에 젖은 축구팬들의 생각없음에 구토가 나올 것만 같다.

 

 

P.S 1 - 우선 글을 다소 과격하게 적은 점 사과드립니다.

P.S 2 - 제 생각이 글 하나에는 모두 정리하여 담기 힘드네요. 반론이 있으신 분들은 반론을 제기해 주시면, 거기에 또 반론을 펼치며 제 생각을 전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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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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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할룽요 | 작성시간 10.04.01 메츠에서 뛰었던 어경준과 피에스비의 석현준의 입지가 제 생각에는 비슷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 어경준은 서울에서 1군 진입도 어려워하고 있죠.기대는 가져도 좋지만 지나치게 외국리그를 우상화시키지는 말았으면 좋겠더군요. 더군다나 요즘은 네덜란드리그의 명성도 차츰 프랑스리그에 밀리는 형국인데.
  • 작성자체험살해현장1 | 작성시간 10.04.02 좋은글이네요
  • 작성자모따군(구라) | 작성시간 10.04.07 일단 더치리그 수준자체가 이천수있을때 경기보니 그닥이던데.....그것도 리저브에서 뛰고있다면 그건 K리그수준도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인건 사실
  • 작성자Jose Nurinho | 작성시간 10.04.10 정말 좋은글이네요
  • 작성자Cahill | 작성시간 10.06.02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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