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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토론

[경제]개인의 재산이 지나치게 많아야할 이유?

작성자Khrome|작성시간22.01.22|조회수157 목록 댓글 18

전부터 쭉 생각해오던 게 있었는데, 개인에게 재산이 지나치게 많아야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자본주의 이전에도 지나치게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고려 시대 때도 한개 도道 수준을 자기 집안 토지로 소유한 이들이 있었고, 로마 시절에도 로마 경제의 20%를 차지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로마 쪽 사례는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런 극단적인 부의 집중은 그 집단의 올바른 순환을 방해합니다.

 

라티푼디움을 위시로 하는 대농장은 그것이 발생하는 사유가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로마 경제의 몰락을 부추겼습니다. 그리고 대농장주들은 그것들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로마는 결국 제정이 되었죠. 고려시대 때도 전시과로 나라 땅을 죄다 관료에게 몰아주고, 그걸 세습 가능하게 해주면서 경제가 무너지게 됩니다.

 

이처럼 경제의 올바른 순환이 무너지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그게 사회적 혼란을 낳고 종래에는 멸망이나 현대의 경우 정권교체(그것도 꽤 폭력적인 방식을 동원하거나 그런 분위기 하에.)가 이루어지는 경우 또한 많지요.

 

 

자본주의는 개인의 능력 등에 따라 벌 수 있는 만큼 버는 게 이상한 게 아니며, 얼마든지 부를 축적해도 좋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러한 부의 축적을 위한 노력과 개발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기술을 진보시키며 사회를 이끈다고 말하지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과 '개인'이 돈이 많을 이유는 좀 다릅니다. 돈을 많이 벌고 재산을 축적시키는 것이 얼마나 경제활동의 동인이 되는지는 당연히 다들 아실 겁니다. 지금 재벌, 대기업 경영자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데, 갑자기 그에 비할 바 안 되는 돈을 주겠다고 한다면 의욕부터 상실하겠죠. 그럴 바에 왜 돈 받으면서 일하나 싶을 겁니다. 자기 능력과 가치에 대한 대가를 비정상적으로 받는데.

 

마찬가지로 그런 재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또한 무시할 게 못 됩니다. 가령 특정 기업에 대한 주주 권한을 가지고, 심지어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며, 아예 대주주가 되거나 소유하거나, 경영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더 많은 개인-집안의 재산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그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명예욕, 성취욕 등등 인간이 힘들고 어려운 교육을 거치고 경제 활동을 하는데 심지어는 건강을 망치거나 가정에 소홀할 정도로 시간을 쓰며 고생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그러한 욕구와 동인을 강하게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쉬이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닌 것도 사실인 것처럼요. 하지만 그러한 욕구를 강력하게 가지는 사람들은 있고 성공한 대부분은 사회 고위층을 차지했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건 이겁니다.

 

법인이 아니라, 개인이 그렇게 지나치게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겁니다. 

 

기업도 아니고 한 개인이 너무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건 그 자체로 사회문제를 유발할 공산이 있습니다. 사회에 흐르고 다른 크고 작은 기업들에 흘러야할 자본이 누군가의 주머니 속에 있다면 낭비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그 개인은 그 많은 재산을 쉽게 소비하지도 못합니다. 그러지도 않고요. 한 개인이 많은 돈을 쓴다면 그건 비싼 물건을 사기 위해서이지 한 사람이 평생 쓰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소비제를 구매하기 위함은 아니죠.

 

명품과 고급차량, 보석 같은 귀금속, 사치품을 사기 위해서라면 하루에 수십억 정도야 우습게 쓸 수 있겠지만 라면이나 다른 식자재, 티슈, 물티슈, 쓰레기봉투, 10만원 안팍의 옷, 컴퓨터, 책, 교체나 구매 필요성이 있는 가정용품을 사기 위해서라면 많아봐야 수백, 수천만원이면 족합니다. 그것도 냉장고나 전기밥솥 같은 걸 포함한 거고요. 소모품의 경우 기간을 짧게 잡으면 더더욱 필요 금액은 줄어듭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의 성장, 발전, 명예, 성취욕과 그러한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달성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경제와 국가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도 개인의 재산인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자산가들은 그저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 축적하고 있고 쓸 때는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하기 위함일 때도 많습니다. 특히 부동산 쪽이 그렇지요. 그렇다고 부동산 거래가 경제에 도움 안 되는 헛짓거리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부동산을 통해, 그것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경제는 국가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니까요.

 

 

전 그런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거나 국가 경제의 암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쓰지도 않을 돈을 모으는 것 자체가 경제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지나치게 많은 돈을 단지 가지고만 있고, 그렇게 지속해서 재산을 축적하기만 하는 건 마치 누구 재산이 제일 많냐는 랭킹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등수를 받고 싶어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탓에 그러한 돈이 돌고 분배되어야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해도 말입니다.

 

 

아예 일정 이상의 재산을 소유 금지라던가 일정 이상 수입은 오히려 수입보다 세금으로 더 많이 때어간다던가 그런 걸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아니, 아이디어를 모으고 손보다보면 그런 제도도 괜찮을 법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돌지 않는 피는 썩기 마련이고 결국 몸 전체를 죽이게 만듭니다. 개인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돈은, 설령 평생 놀고 먹는다고 해도, 그들이 가진 것에 비하면 정말 일부에 불과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에게 지나치게 많은 재산이 필요할까요? 어떤 기업을 소유하거나 아주 비싼 건물, 땅을 가지고 싶거나 사업 자금으로 쓰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막대한 재산이 필요하겠지요. 그건 이해하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러지도 않을 거면서 가지고 있는 막대한 부가 그들 주머니에서 그들 재산 순위를 높히기 위해서만 존재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겁니다.

 

그 사람이 쓸 지 안 쓸지 어떻게 알고 재산을 제한하거나 회수할 수 있겠느냐던가..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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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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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철학짜 | 작성시간 22.01.23 위에 탱크마스터님께서 매우 잘 설명해 주신것 같은데, 크롬님꼐서 걱정하시는 그런 부분들 때문에라도 자본주의에 대해 매우 잘 이해하고 있는 미국의 초갑부(?)들, 예를 들어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이 부자 증세 같은 것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됬든 결국 빈부격차를 확대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통해 변화를 주긴 해야 할 것 같아요.
  • 답댓글 작성자Khrom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1.23 일정 이상의 세금을 낸 부자들의 경우 자기 재산이 줄어드는 대신 큰 돈이 드는 사업을 시작할 때 성공이나 실패, 과정이나 성과와 별개로 낸 세금에 비례하거나 일괄적으로 몇 할까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급하듯 투자해주는 제도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 작성자munvidia | 작성시간 22.01.23 대자본이 필요한 투자나 시장개척을 개인보다 국가가 잘 할 수 없다면 막대한 부를 개인이 가질 이유가 되질 않나요?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창업 이전에도 부자였지만 성공하기까지 로켓 터뜨리며 힘든 시절을 보냈잖아요. 비록 미국이 복지가 형편없는 자본주의 정글이지만 이런 기업가 때문에 다들 알 만한 신산업이 계속 나오기도 하고요…. 그리고 만약 전세계적인 부의 재분배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어느 나라는 앞서나가고 싶어서 합의를 신경 안 쓰기도 하고요.
  • 답댓글 작성자Khrom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1.23 개인과 법인의 돈은 어느 정도 구분해야 됩니다. 재산이 많기 때문에 그런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그런 기반이 되어준 건 맞지만 정부, 사모펀드, 다른 기업, 다른 부자들의 돈을 투자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 스페이스X가 상장은 안 되었지만 테슬라 같은 경우도 상장되어 투자를 받고 그 돈으로 계속 기업 굴리고 개발하고 그렇죠. 개인의 돈 또한 법인을 만들어 투자금, 자본금으로 쓰게 되면 내 돈이 내 돈이 아니게 되기도 하고.. 하지만 말씀대로 국가,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고 시도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며 그게 진짜 자본주의 시장이라는 걸 만들어내고 새로운 기술 혁신,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천이기도 한 건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자들 돈 다 빼앗아서 재분배해야 한다. 같은 폭력적인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어디 투자할 것도 아니고 주머니에 놓아주는 부자들이 정말 많은데, 그럼 이렇게까지 많은 돈을 가질 필요가 있나? 라는 의문만 제기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지요.
  • 답댓글 작성자munvidia | 작성시간 22.01.23 Khrome 네, 분배 이야기는 다른 분 댓글보고 썼습니다, 쓰지 않아도 되는데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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