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당신의 새해목표가 작심삼일인 이유

작성자아빠나무|작성시간20.12.25|조회수352 목록 댓글 19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팩폭 요정 아빠나무입니다. 

 

오늘은 당신의 (솔직히 저도 포함해서) 새해 목표가 작심삼일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정신과 입원 환자가 퇴원을 앞두면 퇴원 계획이라는 것을 세웁니다. 

 

정신과 질환은 다른 질환과 달리 퇴원이 치료의 끝이 아니고 시작이거든요. 

 

전공의 시절에는 열심히 퇴원 계획을 세워서 교수님에게 보고를 하면 늘 혼났습니다. 

 

'결론은 그냥 열심히 살겠습니다가 끝이구만! 그게 지켜지겠어!'라고 호통을 들었죠. 

 

 

 

계획이라는 것은 진짜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입니다. 

 

하나의 목표를 놓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쌓아 가야 할 긍정요소와 배제해 나가야 할 부정 요소를 점검해야 하죠. 

 

또한 인간은 자신이 성취했다고 느끼지 못하면 계획 지속력을 잃기 때문에 중간중간 이정표가 될 목표도 세워야 하죠. 

 

단기 - 중기 - 장기 목표를 세밀하게 수립해야 합니다. 단기 목표가 너무 쉬워도, 어려워도 안되지요. 

 

거기에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는 사건사고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상되는 사고들을 점검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런 내용들을 단순히 머릿속으로 대충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된 계획이 됩니다. 

 

그래서 퇴원발표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의 과정을 교수님에게 보고하고, 다음번에 더 잘하기 위한 조언을 얻는 과정) 할 때 10분 이상을 계획에 대해서 떠들 수 있어야 혼이 안 났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조현병 환자가 퇴원을 앞두고 있어요.

 

이 환자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하게 하게 만들겠다!!라는 계획을 세웠다고 해 봅시다. 

 

일단 환자도 이 목표에 동의했다면, 정보 수집을 시작합니다. 

 

환자분이 거주할 집 위치, 센터 위치, 센터를 가기 위한 교통편, 센터 운영시간, 환자가 할 프로그램시간은 기본으로 알아야겠죠. 

 

그럼 이제 환자가 그곳에 가는 준비를 하는데 걸리는 것을 파악합니다.

 

센터 프로그램 시간에 맞춰가기 위해 환자가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시간, 환자가 외출 준비를 하는데 필요한 요소들, 외출 준비를 느리게 만드는 요소들을 가족들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 가는 길에 환자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게 만들만한 요소는 없는지 확인 등등...

 

그리고 센터에 갔는데 환자가 흥미를 계속해서 느끼고 할 수 있을지도 점검해야 합니다. 

 

센터를 이용하는 연령대가 환자와 비슷한지, 환자가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관리하는 직원은 어떤 편인지, 프로그램이 어렵지는 않은지 등등이 있겠죠. 

 

더해서 센터로 가기 위한 습관을 형성해줘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씻게 만들기, 센터 다녀오면 게임 같이 해주기 등등이 있겠죠. 

 

 

 

이런 것을 하나하나 점검한다는 것이 신기하죠?

 

그런데 이렇게 해도 목표가 안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능이 많이 떨어진 조현병 환자라서 그런 것 아니냐고요?

 

놀랍게도 기능이 거의 떨어지지 않고, IQ가 120 넘게 측정되는 고기능 성격장애 환자도 못 지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만큼 어떤 목표를 이룬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죠. 

 

아마 회사를 다니는 분들은 계획서라는 것을 써 보셨을 것이고, 그럼 정말 엄청난 노동이 들어간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세우는 새해 목표는 '살 빼자!, 금연하자!, 공부하자!, 운동하자!'가 끝인 경우가 많죠. 

 

그러니까 안 지켜지는 게 당연한 겁니다. 

 

그냥 새해고 뭔가 시작하는 것이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으니 대충 목표를 정해 보는 정도인 것이죠. 

 

저도 살 뺀다는 새해 결심을 한 10년째 못 지키고 있습니다.

 

계획을 대충 세우니까, 대충 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목표는 대부분 대충 해서는 얻을 수 없습니다. 

 

대충 해서 이뤄지는 목표는 애초에 세우지 않거든요. 알아서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정말 새해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우리는 정말 자세한 계획을 세워봐야 합니다. 

 

대충 A4 5페이지 이상의 보고서가 써져야겠지요. 

 

그리고 보고서를 쓰는 과정에서 수많은 요소를 점검해야 하고요. 

 

 

 

크리스마스에 할 일이 없다면, 이번에는 정말 새해 목표를 지키기 위해 힘들게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상 크리스마스에 코로나 선별 진료소 근무를 해야 해서 화나 있는 아빠나무였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하고 오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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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아빠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2.26 감사합니다 ㅎㅎ 베크님도 메리크리스마스!
  • 작성자눈사람no.2 | 작성시간 20.12.25 공부나 뭘 배우는건 꾸준히 하는데 유독 운동만큼은 매번 작심삼일.. 역시 짝사랑만이 답인가 ㅠㅠ(실제로 성공한 운동 다이어트 2번 다 좋아하던 애한테 잘보이려고 빼던 때... 처음이 108→73, 두번째가 92→76이고 나머지 시도는 다 실패 ㅎㅎ 요요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 두 번의 다이어트 간 4~5년 정도의 차이가 있어요 ㅋㅋ)
  • 답댓글 작성자아빠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2.26 어우 그정도 뺄 수 있는 것만도 대단하시네요. 근데 그정도로 성공했었으면 매번 작심삼일이 아닌 것 아닙니까?ㅋㅋ 충분한 동기를 만들기만하면 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이니까요. 동기를 만들어봅시다!
  • 작성자구이 | 작성시간 20.12.26 A4용지 5장급 계획이라면 확실히

    애착이 생겨서 안지킬래야 안지킬수가 없겠네요.
  • 답댓글 작성자아빠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2.27 ㅋㅋ 그런 요소도 있겠네요. 계획은 예시지만, 목표를 지키게 만들 수 있는 요소는 개인마다 다를테니 그걸 잘 발전시키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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