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은 나무
고로 박유동
한여름 땡볕이 불타듯 뜨겁고
찜통 같은 열대야에 숨통이 막히더냐
옷을 홀랑 벗은 나무도 있네
꽃잎이 달린 가지 끝에만 껍질이 있을 뿐
기둥과 가지는 껍질이 없고
껍질은 뱀 허울처럼 가지에 거렸는데
흡사 뼈만 하얀 사슴의 뿔만 같네
여느 나무는 크면서 굵으면서
껍질이 늘어나고 터지며 때우고
두터운 철갑옷을 입은 듯
어떤 칼부림도 막아 내는데
껍질을 벗고 알몸인 저 나무는
송충이 벌레에 물리면 어쩌려나
모래바람을 맞아도 아프리라
여름 땡볕에 말라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만
이 삼동추위에 얼어 죽을까 걱정되네
아마 저 나무의 원산지는 열대이고
열대 어느 오지 마을에는
남녀가 발가벗고 산다더니
저 발가벗은 나무가 거기서 왔는지
요즘 누군가가 얼지 말라 붕대를 감아놓았네.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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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효진 작성시간 22.02.25 발가벗읏 나무 아유 너무 불쌍 하다요 인생의 삶도 나무와 같은 삶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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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박유동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02.26 효진님, 불상한 나무지요, 그래서 지금은 십여구루 발가벗은 나무에 얼지말라고 붕대를 칭칭 감아 놨더군요. 그런데 한구루만은 외딴데 있어 붕댈를 않감았는데 명년 봄에 살았는지 죽었는지 한번 볼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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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부룩소 작성시간 22.02.26 발가벗은나무
고운시 올려주셔서
감사히 잘보았습니다
멋진글입니다
수고하셨구요
좋은밤 보내세요 ~^^ -
답댓글 작성자박유동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02.26 부룩소님, 찾아 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