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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시인

발가벗은 나무

작성자박유동|작성시간22.02.25|조회수538 목록 댓글 4

발가벗은 나무

고로 박유동

 

한여름 땡볕이 불타듯 뜨겁고

찜통 같은 열대야에 숨통이 막히더냐

옷을 홀랑 벗은 나무도 있네

꽃잎이 달린 가지 끝에만 껍질이 있을 뿐

기둥과 가지는 껍질이 없고

껍질은 뱀 허울처럼 가지에 거렸는데

흡사 뼈만 하얀 사슴의 뿔만 같네

 

여느 나무는 크면서 굵으면서

껍질이 늘어나고 터지며 때우고

두터운 철갑옷을 입은 듯

어떤 칼부림도 막아 내는데

껍질을 벗고 알몸인 저 나무는

송충이 벌레에 물리면 어쩌려나

모래바람을 맞아도 아프리라

 

여름 땡볕에 말라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만

이 삼동추위에 얼어 죽을까 걱정되네

아마 저 나무의 원산지는 열대이고

열대 어느 오지 마을에는

남녀가 발가벗고 산다더니

저 발가벗은 나무가 거기서 왔는지

요즘 누군가가 얼지 말라 붕대를 감아놓았네.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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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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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효진 | 작성시간 22.02.25 발가벗읏 나무 아유 너무 불쌍 하다요 인생의 삶도 나무와 같은 삶도 있어요
  • 답댓글 작성자박유동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2.26 효진님, 불상한 나무지요, 그래서 지금은 십여구루 발가벗은 나무에 얼지말라고 붕대를 칭칭 감아 놨더군요. 그런데 한구루만은 외딴데 있어 붕댈를 않감았는데 명년 봄에 살았는지 죽었는지 한번 볼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부룩소 | 작성시간 22.02.26 발가벗은나무
    고운시 올려주셔서
    감사히 잘보았습니다
    멋진글입니다
    수고하셨구요
    좋은밤 보내세요 ~^^
    댓글 이모티콘
  • 답댓글 작성자박유동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2.26 부룩소님, 찾아 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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