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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_일상이야기

[스크랩] 가이드의 눈

작성자미완의 유랑|작성시간19.02.15|조회수399 목록 댓글 2

미국서부여행기

 

      가이드의 눈

 

                                                                               김선희

여행도 나이를 먹는다는 말이 실감나듯이 첫날 덜컥 그 느낌이 다가왔다. 몇 년 전 미국동부와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빨리 서부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3년이 넘다보니 이순이 다가온 현실, 그래도 운좋게 패키지이긴 하지만 서부3대도시와 그랜드캐년을 여행하는 행운을 얻었다. 순전히 남편의 출장 덕이긴 하다. 여행을 자주가는 나에게 뭐라 할 줄 알았는데 한번은 다녀와야 할 곳이야하며 선뜻 허락해주며 독려까지 ... 허나 사막을 가로지르는 광활한 대지를 버스로 이동하느것은 미처 생각 못한 고난의 시초였다.

 

세계 각지를 간다고만 하여도 거절하지 않는 역마살의 주인공으로 아프다가도 여행만 간다면 건강이 회복되는 특이체질인 이 몸도 나이 탓인지 몰라도 미국의 서부도시를 버스로 장거리이동 중에는 비실이가 되었다. 생리적인 현상인 소변의 움직임은 종잡을 수 없는 시집살이였다. 유럽에서는 정확하게 2시간 운행하면 휴식에 들어가는데 미국은 기본이 3시간? ‘조금만 가면 휴게소 나옵니다.’ 하면 30분이었다. 가이드의 속삭임에 참아야하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여러분 다음에 오시는 분들에게 기저귀를 꼭 가져오라 말씀해주세요... 가이드의 귀여운 멘트에 속수무책으로 참아야 했다. 그러므로 어디보다도 미국서부가이드는 지루함과 참을성을 견뎌내는 기쁨의 명약처럼 지겨움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는 의무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5시간 이상을 타고 이동해야 하므로 가이드의 눈에 따라 즐거움이 있는지 없는지 성패가 엇갈릴 것이다.

 

5월 어느날 금요일이라 공항은 어느 때보다 복잡했다. 미국에 이민 가는 것처럼 큰 꿈을 짊어지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층비행기를 타보는 첫 경험도 흔적으로 남기며 비행기 안에서 가이드(스튜디어스)의 눈을 본다. 억지웃음과 진한화장으로 점철된 얼굴에 억지서비스가 내몸을 피곤하게 만든다. 가이드의 표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한시간 삼십분이라는 긴 시간의 비행 끝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드디어 미국 LA국제공항에 내렸다. 내리는 순간 큰 나라여서 거대할 줄 알았던 내 생각과는 달리 인천공항과 별다른 변별력이 없었다. 다만 공기가 확연하게 맑다는 느낌이 코를 스쳤다. 관절염환자들이 로스엔젤레스에 가면 다리가 낫는다고 한 말이 기억났다. 수속이 까다롭다고 미리 알고 갔는데도 전신 엑스레이를 찍을 때는 방사선이 내 몸에 관통되는 느낌이 확~ 들었다. 내 몸을 비집고 들어가 투하된 방사선이 기분 안 좋다는 걸 한마디 하고 싶었다. 성격을 눈치로 알았는지 수속을 빨리 끝내주었다. 그 덕분인지 일정표에도 없는 LA.다저스야구장엘 첫 번째로 안내하는 가이드의 눈!을 보고 감사한 생각이 지나갔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쪼개 배려하는 최상의 서비스, 야구선수 윤현진의 모습을 모상을 보면서라도 애국심을 유발하려 했던건지...

 

가이드는 베이비부머세대인 나와 비슷한 세대로 18년 전 미국에 이민 온 반공교육세대라 소통이 원활했다. 거부반응 없이 반공정신이 투철한 가이드를 달고나처럼 보게 되었다. 경기장이 있는 상암월드컵경기장 주변에서 살아 신기할 것도 없었지만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박찬호 야구선수생각이 나이가 든 티를 내고야 말았다.

 

정말 가보고 싶었고 설레임을 가졌던 할리우드를 두 번째 관광지로 갔는데 7080세대인 명가이드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곳을 잘도 택했다 여행객이 대부분 베이비부머세대였고 나이가 70대도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이 여행의 특징이었다. 5시간이면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를 기본으로 가야 하니 어르신들은 엄두를 못낸 것이리라.

 

버스로 이동 중에 하는 일이란 눈감고 자다가 깨어 바깥을 내다보고는 사막은 계속되므로 또 자고 일어나고를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명가이드를 만난 덕에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하는데 재미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고속도로는 후리웨이인데 통행료, 제한속도, 신호가 없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질서의식은 대단했다. 천천히 달리고 정확하게 지킨다, 원칙은 칼처럼 지켰다. 달리는 버스가 영화관이 되었다가 개그콘서트장이 되다가 음악회장으로 변신의 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가이드의 역할이 컸다. 웃다가 울다가 (너무웃겨) 5시간을 달려 버스에서 내리면 언제 사막을 달려왔나 싶게 큰 도시의 웅장함과 경치가 압도했다.

 

썬키스트의 마력 또한 대단했다 태양과 입맞춤한다는 말처럼 습도가 없고 강렬한 태양이 내리쬔다. 5월인데 31도가 보통온도이다. 가이드의 립서비스와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이 콧노래를 하게하고 이승철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순간 요세미티 국립공원입니다. 안내방송이었다.

빙하가 만들어 낸 기암절벽 속에서 떨어지는 폭포랍니다. 계속 안내하는 지칠 줄 모르는 저력의 사나이 ! ‘요새미티국립공원에 들어서니 어릴 때 밑에 무언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남몰래 들추어 보았던 요와 이불이 공원 이름 덕분에 생각나 슬며시 우스음보가 터지기도 했었다.

키 크고 잘 생긴 남성처럼 쭉쭉 뻗은 나무들이 정렬자세로 우리를 반겼다. 참으로 살기 좋은 곳이네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뇌리를 스쳤다. 울울창창 나무속을 뚫고 마냥 즐거운 포즈를 취하고 셔터를 누르고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가이드의 눈은 손님들을 즐겁게 잘 모셨구나 하는 안도의 눈빛이다. 힘든 직업이 뻔 할 텐데도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국에 있었으면 은퇴해서 동네뒷산이나 어슬렁대며 시간 때우기를 할 나이인데 이민 온 국민들은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미국은 일한만큼 능력을 인정한다는 말이 확실한 것 같았다. 68세인데도 간호원 일을 하고 72세에 대학에서 한국인이 영어로 강의를 한다는 말도 해 주었다. 일한만큼 능력을 인정해준다는 말이 사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정돈이 잘 되었고 물건의 튼튼함은 독일에서 느꼈던, 사치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느낌을 받았다.

 

패키지여행은 가이드의 눈으로 움직인다. 여행사도 한국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가이드의 눈이라고 본다. 햄버거 한 개를 먹여도 수제 햄버거로 먹여주는 가이드의 정성, 맛있는 음식을 먹이게 하려는 정성이 돋보였다. 여행은 호기심을 가지고 떠나지만 사전지식을 충분히 가지고 떠나는 자유여행이 아닌 패키지여행에서는 가이드를 잘 만나느냐가 50프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이름도 익숙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관광할 때도 가이드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고 시간을 할애하고 차이니즈거리의 집집마다 외부계단이 달려있는 모습도 지진과 연결시켜 실감나게 설명하는 모습이 참으로 색달랐다. 산타바바라 낭만기차여행도 교외선 수준이나 일본의 신간센을 타고 가는듯한 느낌을 주도록 자세한 안내를 했다.

 

미국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본 부분은 그랜드캐년과 라스베가스이다. 세계 관광지

중에 5대안에 든다는 가슴 터질 듯한 수직절벽의 묘미를 보여주는 그랜드캐년과 부라이스캐년, 자이언캐년을 보여준 뒤에 경비행기를 타고서 편안한 마음으로 큰 아버지의 품을 보게 하는 절묘한 차례 선정도 참 좋았다. 그랜드캐년은 <신의 최대, 최후의 걸작 세계7대 불가사의> 라는 설명이 참으로 어울리는 장관이었다.

라스베가스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는 도시였다. 이틀이나 머물면서 1달러짜리 카지노오락도 해보고 ... 우리나라 정선에 가서는 구경만 해도 큰일 나는 줄 알고 감히 만져볼 생각도 못했는데, 가이드는 자신감과 함께 안내를 자세히 해주었다. 사춘기 때 순진했던 우리들에게 남자 손만 만져도 아기가 생긴다고 남자를 조심하라 했던 할머니의 성교육(?)이 생각나면서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카지노에 들락거리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 덕에 겁을 냈지만 1달러짜리 오락카지노도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밌었다. 첫 경험치고는 돈을 5달러를 땄으니 이런 신기한 일이......

아무튼 미국서부기행은 사막을 버스로 이동하는 긴 시간 말고는 즐거움을 남게 해주었다. 낮에는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밤에는 콜로라도의 강변에서 달빛을 즐겼다.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일 것이다. 가이드의 눈으로 우리세대에 맞추어 조각하고 펼쳤던 광활한 대지의 향연 910일의 미국서부여행,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의 안내인 스튜디어스는 미국 갈 때와는 판이하게 친절했다. 똑같은 항공사 비행기이지만 여행의 피곤함을 덜어주는 가이드역할을 잘 수행하였다.

가이드의 눈은 어디서나 중요하다 여행지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식당에서도, 집안에서도, 그 역할을 맡은 이가 최선을 다 할 때 그 위치가 더 빛남을 이번 여행을 통해 배우고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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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반짝이는 별 | 작성시간 19.03.03 자매님의 여행에대한 글이 실감나고 재미가 있습니다.
    여행 가이드가 능력이 있고 노련한 가이드라면, 여행을 훨씬 더 흥미롭게 안내할 것입니다.

    여행도 재미가 있지만 님의 글솜씨가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빠져들게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고, 또 다시 읽으며 저도 직접 여행을 하는 것과 똑같이체험을 합니다.

    여기 말고 어디에 또 글을 쓰시지는 않았는지요?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고 아마추어가 아닌 기성작가 보다도 더 잘 쓰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카페어 들어온지가 얼마 안 되었는데. 실감나는 글을찾아 돋보기를 쓰고
    더듬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반짝이는 별 | 작성시간 19.03.03 작가님께서 쓰신 글을 모두 읽었습니다.
    어쩐지 글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작가님이셨습니다.
    진짜 작가님을 몰라뵈어서 죄송합니다.

    실감나는 미국 서부의 여행기를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말로만 드턴 그랜드 캐년, 책이나 필름으로만 보던 그랜드 캐년을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융프라우 설산에서 평정심을 배우다. 와, 하늘에 인사드리러 가는 마음으로, 과달루페 성지순례도 실감나게 잘 읽었습니다.
    인생에 남는 것은 여행도 한몫을 할 것입니다.
    여행을 즐겨하시는 덕으로 여러나라로
    많은 여행을 하셨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흥미롭게 많이 올려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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