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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당신은 누구십니까!

작성자한동수|작성시간16.04.01|조회수170 목록 댓글 10

 

 

당신은 누구십니까? / 도 종환

 

강으로 오라 하셔서 강으로 나갔습니다.

처음엔 수천 개의 햇살을 불러내어 찬란하게 하시더니

산그늘로 모두 지우시고

바람이 가리키는 아무도 없는 강 끝으로

따라오라 하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숲으로 오라 하셔서 숲속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습니다.

만나자 하시던 자리엔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를 대신 보내곤

몇 날 몇 밤을 붉은 나무잎과 새우게 하시는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고개를 넘으라 하셔서 고개를 넘었습니다.

고갯마루에 한 무리 기러기 떼를 먼저 보내시곤

그 중 한 마리 자주 뒤돌아보게 하시며

하늘 저편으로 보내시는 뜻은 무엇입니까?

 

저를 오솔길에서 세상 속으로 불러내시곤

세상의 거리 가득

물밀듯 밀려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났단 사라지고 떠오르다간 잠겨가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상처와 고통을 더 먼저 주셨습니다. 당신은...

상처를 씻을 한 접시의 소금과

빈 갯벌 앞에 놓고

당신은 어둠 속에서 이 세상에 의미없는 고통은 없다고

그렇게 써 놓고 말이 없으셨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지금 풀벌레 울음소리로도 흔들리는 여린 촛불입니다.

당신이 붙이신 불이라 온 몸을 태우고 있으나

제 작은 영혼의 일만팔천 갑절 더 많은 어둠을 함께 보내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오늘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영정을 보니 낯선 자매였습니다.

올해 나이 예순 한 살 이라 했습니다.

어제 받은 문자로는...

참 힘들게 살았다 했습니다.

조문은 생략하고 미사만 한다고 했습니다.

 

많이 참석해서 하늘나라로 떠나는 그녀를 위로해 주자고 했습니다. 

그러면 위안이 될거라 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병자 세례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신부님께서도 병자성사를 주시며...

가슴아파 하셨다고 합니다.

유가족도 별로 없었습니다.

 

고별식을 마치고 퇴장하는데...

환하게 웃는 모습의 영정을 들고, 흐느끼는 사람은

남자가 아니고 여자였습니다.

순간, 눈물이 앞을 가려

파견성가 227장을 부를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가끔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 묻고 싶습니다.

"주님, 도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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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한동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03 그분의 뜻을 잘 헤아리지 못하기에....살아가면서,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왜요, 왜 착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시는 겁니까? 하고요...
  • 작성자글라라120 | 작성시간 16.04.02 저보다 저를 더 염려해주는 남편과 무뚝뚝하지만 정 많은 아들 그리고 내 형제자매들, 그리고 결혼으로 인해 가족의 이름을 얻은 형님, 동서, 아주버님들... 전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자매님의 댓글 오늘 보았습니다,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결과가 좋았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나무로즈마리 | 작성시간 16.04.03 글라라님 정말 행복한 분이십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속에서 결과가 좋으시다니 정말 마음으로 기쁘네요.
    조리 잘 하시구요, 아무렇지 않게 건강하게 주님자녀로 사시기를요,
  • 작성자한동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4.03 아, 정말 다행입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만...앞으로 건강 잘 챙기셔서 당신 위해 봉사 많이 하라는 주님의 분부이신가 봅니다...
  • 작성자나무로즈마리 | 작성시간 16.04.03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도 자주 드리는 질문입니다. 하느님 정말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 아침에도 질문을 해 봅니다.
    그저 빨리 부르시면 더 빨리 천국의 문을 들어서니 좋은 일 아닐까? 더듬어도 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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