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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이별

작성자한동수|작성시간17.10.28|조회수183 목록 댓글 5



단풍잎이  흩날리는 날...

옆집 레지나씨가 드디어 떠났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입가에는 엷은 미소를 띈 채...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는...

마지막 기도를 하고 포옹을 나누고 돌아서는데...

앞이 부옇게 흐려지더니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립니다.


강산이 네 번 바뀌었을 세월을 함께 하며

낯 한 번 붉힌 일 없이 살아왔는데...


아프지 말고 건강히 잘 지내고 언제든 생각나면 오라고 말을 해주고

집에 들어왔지만...

도무지 마음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가슴 한켠이 구멍난 듯 허허롭습니다.

분심이 들어 하는 둥 마는둥...

묵주기도를 드리고 된장 손질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엿기름가루를 풀어 찌꺼기를 걸러내고는 밀가루 풀을 끓였습니다.

식는 동안 멍하니 앉아 밖을 내다 보니...

그 곱게 보이던 단풍이 오늘은 서걱거리는  마른잎으로 보입니다.


봄에 갈라 두었던 된장을 항아리에서 꺼내어

식힌 엿기름 물에 메주가루랑 빻아 두었던 고추씨 가루를 섞어 

다시 항아리에 담고 다독다독 마무리를 했습니다.

      


"형님, 레지나가 갔어요..."

견디다 못해 웃동네에 사는 형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게 말야, 그냥 함께 살지 왜 갔는지 몰라..."

휴우~ 한숨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립니다.


성당에 가거나 연도하러 가거나 피정을 가거나

늘 밖으로 많이 돌아다니느라

날마다 보지 못해도 늘 곁에 있을거라고, 

헤어지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나 자신도 모르는 새 많이 의지했었나 봅니다.


24년 전...

남편과의 이별이랑 또 다른 이별이...

못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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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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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클레멘스 | 작성시간 17.10.28 절절한 사랑이 묻어납니다.
  • 작성자주님의종요셉 | 작성시간 17.10.30 마르타 자매님~~~ ^^
    누군가 또다른 그분이 자매님 곁을 함께 하리라 믿습니다~
    뽜이팅 !!
    댓글 이모티콘
  • 작성자한동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0.31 클레멘스님, 요셉님, 감사합니다...
  • 작성자비비안나 2 | 작성시간 17.11.07 마음이 많이 허허로우시죠
    주변에 아시는 분이 돌아가셔도 마음이 얼마나 허전한대요
  • 작성자나무로즈마리 | 작성시간 17.11.08 ㅠㅠ ㅠㅠ계절이 가을이라 더 마음 허전해 지네요, 당분간은 이웃에 자주 놀러 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사가신 레지나님도 동수형님도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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