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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작성자한동수|작성시간18.01.24|조회수220 목록 댓글 4


엊저녁때부터 내린 눈이 온통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눈을 쓸어 모으려고 대문 앞에 나섰다가 바라본 산, 

앙상한 나무들에 하얀 눈꽃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와아!"

감탄을 하다가...

낼 성당에 갈 일이 걱정스럽습니다.


아침에  벌벌 떨면서 성당엘  다녀왔습니다.

미사 후에 레지오 주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점심 식사를 하고는...

이내 곯아 떨어졌습니다.

미끄러질까 온 몸에 힘을 주어서인지, 

뒷다리가 땡기고 아프고 몸이 녹초가 되었나봅니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야지, 한 것이

아홉시 "평화의 기도" 알람 소리에 깨었습니다.


참 오랜 만에...

깊은 잠을 푸욱 자고 나서야  몸이 개운해졌습니다.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9일 기도를 마치고...

저녁기도, 끝기도를 마치고...

읽다 덮어 두었던  '도 종환님'의 산문집을 펼쳤습니다.


오랜만에 창 밖에 눈 쌓인 풍경을 바라본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을 모두 하나로 덮어버린 듯한 벌판은 참으로 고요하다.

내가 고요함으로 돌아와 바라보는 날 비로소 고요한 얼굴을 보여주는 자연은 우리의 거울이다.


돌아보면 언제나 똑바로 걸어오지 못했다.

흔들리면서 걸어온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나 흔들리다가는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다시 길을 가고,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되기를 소망한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없고, 내개는 모두 행복하고 기쁜 일만 생기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나만 맑고 고요하고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곤란함과 어려움과 시련과 상처가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그 고난을 딛고 다시 고요한 자신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고통스러워 몸부림치고 흔들리고 하다가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숱한 장벽, 숱한 굽이굽이에서 만난 어려움을 물처럼 품어 안고,

소리 없이 흐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중에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입니다.

아니, 내 마음을 너무도 잘 표현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밖은 몹시 춥다는데...

개미 기어 가는 소리까지도 들릴 듯, 고요한데...

마음을 다독이는 글로 인하여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깊은 겨울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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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비비안나. | 작성시간 18.01.24 저도 좋아하는 시입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들꽃처럼~~ | 작성시간 18.01.25 강추위에 눈까지 많이내렸군요.
    요즈음 신부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렇게 추운날은 성당에
    안와도 되니 부디 몸조심하시라고
    추위에 길 나섰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 난다며 당부하십니다.

    부디 건강 잘 챙기시고 몸조심하세요.
    멋진 설경사진 담아갑니다.
    인천에서는 참 보기힘든 설경입니다.
    사진도 시도 글도 구구절절 마음을 적셔옵니다.
    감사해요^^~~
  • 작성자나무로즈마리 | 작성시간 18.01.26 책이 안팔리는 작금에 마르타 형님. 책이야기가 참 고무적으로 다가옵니다.
    개미 기어가는 소리 들릴듯이 고요한 눈내린 밤, 홀로 앉아 책읽으며 젖어가는 따스함,
    글 읽으며 제 마음도 젖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주님의종요셉 | 작성시간 18.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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