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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한 분이 더 오셨습니다

작성자한동수|작성시간18.04.30|조회수234 목록 댓글 2


전화가 세통이나  걸려온 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모르는 전화번호입니다.

전화를 걸어 누구시냐고 물었습니다.


얼마 전에 이사를 왔는데...

동네가 낯설기도 하고...

반장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해서 성당 사무실에 가서

제 전화번호를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주소를 물어 두었다가...

 다음날 아침 산에 갔다 내려오는 길에 찾아갔습니다.

90살이 다 되었는데, 몇살인지 나도 모르겠다는 할머니...

무슨 띠냐고 물으니 잔나비라고 하십니다.

"그럼 여든일곱이시네요..."

주름살 하나 없고,

나이들면 생기는 얼굴의 기미도 없이 곱고 이쁘신 할머니는

여든 일곱살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손자 손녀들은 다 장성해서 결혼을 했고...

60대 아들 내외와 함께 사신다고 하셨습니다.


10여전까지만 해도 성모병원 봉사도 하시고, 피정도 다니시고

열심히 활동하셨다는 할머니는...


일요일 8시에 농협 앞으로 나오시면 성당에서 모시러 차가 온다고 했지만...

얼마 전,  넘어져서 머리를 다친 이후로는

기억력도 없어지고 정신이 흔미해져서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하고,

길눈이 어두워져 집을 찾지 못하고...

바보가 되었노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드님이 모시고 다니셔서 주일미사는 빠지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기도를 해 드리고, 돌아오려고 문을 나섰더니...

집앞 길까지 자꾸 따라나오십니다.

혹시 집을 잃으실까 걱정이 되어 들어가시라고 연신 손짓을 해 대었습니다.


우리 동네는 할머니 신자들이 많으신데...

아니 거의가 다 연세 드신 분들인데...

나날이 외모도 행동도 기억력도, 달라지는 신자분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은데...

에효, 한 분이 더 오셨습니다.


누구나 하느님께로 가려면 거쳐야 하는 수순인 것을...

그걸 깨닫도록 주님께서 보내셨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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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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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들꽃처럼~~ | 작성시간 18.04.30 그레게요.
    한 분이 더 오신만큼 반장으로서 할 일도 그만큼 늘어나셨지요?
    참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 작성자나무로즈마리 | 작성시간 18.04.30 요즘은 정말 연세가 높으신 독거노인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희 동네도 90세 가까운 혹은 넘으신 어르신신자분들 많으십니다.
    그래도 힘들지만 걸으시는 분은 괜찮은데, 걷지 못하시는 분들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봉성체 하시지만, 당신 스스로 미사 오시는 것과 비교가
    안되니까요. 그래서 힘드시더라도 아주 일찍 나오셔서 쉬엄 쉬엄 걸어오시라고
    부탁도 해 보지만, 그러다가 넘어지시면 안되지 싶기도 합니다. 동수형님,
    미사다니실 수 있는 것도 큰 축복 같습니다. 건강 잘 유지하셔서, 미사도
    건강히 다니시고 봉사도 오래도록 하시고 이 카페에 좋은 글도 많이 올려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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