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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멋진 글

섬진 윗마을의 매화

작성자김성중 레미지오|작성시간23.05.29|조회수92 목록 댓글 2

어느 해 봄이던가 꽃 속에 묻힌 섬진 윗마을을 이리 보고 저리 보면서 터덕터덕 지나가다가. 산자락에 눈에 띄는 외딴집이 있어 그 오두막에 올라가 보았다. 누가
살다 버리고 갔는지 빈집인데 가재도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채였다. 언덕에 차나무가 심어져 있고 동백이 몇 그루 꽃을 떨구고 있었는데. 허물어져 가는 벽 한쪽에 서툰 글씨로 이런 낙서가 있었다.

' 우리 아빠. 엄마는 돈을 벌어서 빨리 자전거를 사주세요? 약속.'

'약속' 끝에다가 하트를 그려 놓았었다. 무심히 이 낙서를 읽고나니 가슴이 찡했다. 자기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는 걸 보고 몹시 부러워하면서 아이는 자기 아빠와 엄마한테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랐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가난한 그 집 아빠와 엄마는 이 다음에 돈 벌면 사주마고 달랬던 모양이다.
자전거를 갖고 싶어하던 그 집 아이의 소원이 이루어졌는지 나는 궁금하다. 아직도 자전거를 갖지 못했다면 그 집 아이에게 이 봄에 자전거를 사주고 싶다.

- 법정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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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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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 작성시간 23.05.29 아마 자전거를 샀을 겁니다.
    그리고 애기 아빠는 시내 기업에 취직하여 도심으로 전부 이사를 하였습니다.

    레미지오님의 얘기에 끝을 달아 보았습니다.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는 좋은 얘기만 하며 사시길 빕니다.

    행복하십시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김성중 레미지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5.29 글이 주는 따뜻함이
    마음을 찡하게했습니다.
    그 집 아이가 자라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저도.그랬을꺼라
    믿습니다.
    쓰테파노 형제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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