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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상

이런 인연 저런 인연

작성자석촌|작성시간24.05.02|조회수220 목록 댓글 20

 

 
    선교장 노거수(老巨樹)
 
                            김 난 석

여인아 보느냐
나는 여기서 한 발짝 떼지 않고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음을

아느냐 여인아
나는 땅에 내린 빗물 길어 올려
하늘에 되돌려 주고 있음을
 
세월은 흘러 흘러
내 나이 삼백을 넘어서는데
너는 내 숨소릴 듣느냐
 
휴(休) ~
오늘도 바람은 나를 뒤흔들고
너는 내게 기대어 쉬려는구나.

 
*        *         *         *        *
 
이태 전 오월 초순이었다.
우리 카페 아자마켓에서 강릉의 유서 깊은 선교장을 찾았다.
유서를 말해주듯 장내에 노거수(老巨樹)가 우뚝 서있었고
그걸 어떤 여성 회원이 다가가 껴안았다.(최 멜라니아)
 
그걸 또 다른 회원이 '찰칵' 했는데(모렌도)
그래서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졸 시를 남겼다.
이름하여 '선교장 노거수'
 
시와 사진을 어떤 문학사에 보냈더니
문학지에 실어주더라.(계간 문학시대)
모델(최 멜라니아)이 그 책이 궁금하다기에
한 권 보냈는데 이게 인연이 되었다.
 
인(因)은 씨앗이요 연(緣)은 물이라 한다.
씨가 물을 만나면 싹이 트고, 물이 씨를 만나도 싹이 튼다.
연밥(蓮實)은 백 년이 가도 썩지 않고 물을 기다린다는데
그러면 싹이 트고야 만단다.
 
노거수는 여성회원을 만남으로 인해
모렌도 님은 그 모습을 봄으로 인해
 나는 그 모습을 넘겨봄으로 인해 작은 이야기가 생겼던 것이니
우리들의 인연은 그런 것이었다. 

     가을날의  짧은 동행(단양 도담삼봉에서)
 
                            김 난 석
 
벌겋게 물들어가는 가을
네 가슴 내 가슴 빨갛게 타들어 가도
나는 팔십 輛에, 너는 육십 輛에 타고 있어
인연이 멀기만 하이
 
앞태도 괜찮아
뒤태도 괜찮아
속까지 뒤집어 보여주었건만
보는 척 마는 척 지나가고 말더이
 
두어라, 인연은 따로 있는 법
한 백 년 기대이고 있으려니
인연이 아니라도 인연인 척 찾아오면
나는 떨켜 놓고 허공에 파문이나 그리려네.
 
     *          *          *          *
 
아자마켓이 열린 지도 벌써 오래 되었다.
마켓 오픈 커팅하기 직전
나는 자유게시판 방에서 첫 물품을 올렸다.
'아이리시 플루트' 였는데, 어떤 공주님이 찜해갔다.(요석공주)
이렇게 해서 아자마켓과 인연을 맺었다.
 
어느 날 꽁아 님이 청치마를 내놓아서 내가 찜했다.
봉화 어느 산골에 묻혀 사는 환속 여 스님에게 줄 요량이었다.
그렇게 해서 두 번째 인연을 맺었다.
 
이런 인연으로 지난 첫 번째 아자마켓 나들이에 꽁아 님이 왔다.
이때 눈치 빠른 채스 방장이 소위 짝꿍을 만들어 주더라.
 
그 뒤로 나는 여러 물품을 내놓았는데
그중에 서양화 도록을, 그것도 꽤 비싼 도록을 꽁아 님이 찜해갔다. 
찜하면서, 서울에 올라오면 와인 한 잔 대접한다고 하더라만
한동안 감감무소식이더라.
 
이런 인연으로 해서 이번 아자마켓 나들이에 또 짝꿍이 되었는데
단양 나들이 때 점심에 결국 백세주 한 병 사더라, 겨우.(ㅎ)
그걸 나 혼자 마시나? 아니다.
채스 방장이 가져온 백세주와 함께
끙아 님도, 벙이 방장도, 사슴 님도, 이더 님도, 리스향 방장도
또 오분전 님도, 채스 방장도, 카페지기도 함께 나눠마셨으니 
함께 한 이웃들이여! 무병하시고
나머지 먼 곳에 앉아 함께 즐기신 분들도
모두 장수하시라는 덕담을 남겼다.
 
사진은 용띠방의 우영님이 찍어줬고
이 사진을 보고 나는 위와 같은 못난 시를 남겼다.
풀이하자면 
이 노야의 그늘에서 바람을 피하다가 
좋은 사람 만나면 나는
살그머니 손을 놓겠다는 심사였다.
 
인연은 만나야 이루어지는 거지만
때론 떨어내는 인연도 있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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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3 그레요, 사실 인연이 아닌 게 없지요.
  • 작성자달항아리 | 작성시간 24.05.03 강릉 선교장, 저희 부부가 정말 자주 가는 고택입니다.
    러시아식 차양이 한옥과 안 어울리는 듯 잘 어울리는 열화당,
    연못가에 그림처럼 지어진 활래정 등이 정말 갈 적마다 좋은데
    최멜라니아님과 함께 포즈를 취한 저 노거수 또한 기가 막힙니다.
    선교장의 재 발견! ^^
    그리고 빠리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불타는 레드 커플 의상을 맞춰입으신 선남선녀, 우왕~~ 넘 멋지신 거 아닙니까? ㅎㅎ
    정과 풍류가 가득한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3 네에, 고마워요.
    선교장이 효령대군의 후손이 지은 99칸 집이라 하데요.
    370년 역사라니
    아마도 숙종 경종 영조조의 그 시절인 것 같습니다만
    역사의 굴곡도 많이 품고 있겠지요.
  • 작성자채스 | 작성시간 24.05.03 인연이란
    밤안개처럼 슬며시
    담장을 넘어 오는 거라던데

    그렇게 슬며시 넘어 오는 인연이
    부도수표가 될지 가계수표가 될지는
    하늘외에 아무도 모르는 일

    선교장 노거수도
    가을날의 짧은 동행도
    석촌님 주머니에 있는 씨앗 한 알
    용케 껍질을 벗기고 나온 그 씨앗들이
    석촌님의 전생 인명록이 아닌가 싶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4 네에, 그게 다 채스님이 판 깔아줘서 그랬던 거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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