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을 쓰다 ◎
- 시 : 돌샘 이길옥 -
등을 돌려 앉은 여자의 입에서
살짝 고개를 든 오월동주란 말 찢어
그 속을 들여다보니 거기
똬리 틀고 앉아 독기를 품고 날름거리는 뱀의 혀
섬뜩한 살기가 날카롭다.
평생을 눌러 참은 여인의 한이
서릿발로 날이 서다가 굳어
가슴 깊숙이 가라앉아 칼을 벼리었나 보다.
나이 들면서
참았던 분忿의 본색이 고개를 들면서
감춰뒀던 갈의 녹을 벗기고
민감한 촉수로 기회를 엿보다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녀의 오랜 응어리가 터진다.
꼭꼭 숨겨왔던 적의에 불을 붙이고
타오르는 불길로 담금질한 칼
기어이 내려치는 순간
여인의 억울함이 번쩍 하늘을 가른다.
오월동주의 악연이 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