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치기 ♣◈
- 돌샘/이길옥 -
깨진 유리병 조각을 심어 마무리한 담벼락
여간해서 넘기 힘든 높이를
벌겋게 달아오른 덩굴장미 꽃송이들이
날카로운 유리 날에 베어지면서
뜨거운 욕정 억제하지 못하고 발을 들인다.
갇힌다는 것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한 뼘 한 뼘
몇 년을 기대어 기어오른 담을 넘는 순간
꽃들은
울컥 용트림하는 기쁨의 사태로 각혈하고 만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바깥이었던가.
호기심의 더듬이로 기어오른 꽃들의 눈에 선 핏발로
담벼락이 화상을 입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