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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 야 기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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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reecon|작성시간15.05.02|조회수863 목록 댓글 6

그토록 기다렸던 봄이 왔지만 너는 지쳤다고, 이제 질렸다고 했다. 내 옆에 있으면서 항상 힘들었다고 했다. 네 눈을 보자마자 나는 네가 정말 끝났다는 걸 알았다. 차갑게 굳은 네 손을 잡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해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너는 아주 오랫동안 이별을 준비해온 듯 했다. 그걸 미리 알지 못했던 내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네가 나에게 질릴만한 이유는 차고도 넘쳤기 때문에 면목이 없어 나는 너를 제대로 잡아보지도 못했다.


이 나이까지 변변한 직업 하나 없는 나 같은 사람을 떠받들어주고 인정해줘서 고마웠다. 답답한 나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주고 나를 아낌없이 뒷바라지 해줘서 고마웠다. 사랑이 넘치는 눈빛, 함께할 미래에 대한 달콤한 약속.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만큼 행복한 순간이 너무 많았는데 제대로 감사하기는커녕 불평만 털어놔서 미안했다. 네 미래가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네 뒷바라지를 당연시 해서 미안했다. 끝나고 나니 내가 그 사랑을 받을만해서 받았던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과분한 사랑을 너무 당연하게 여겨서 미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가장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를 한 마디 불평 없이 함께 겪어 내줘서 너무 고마웠다. 네가 변했다고 감히 탓할 수 없을 만큼 내 인생은 엉망이었고 지금도 엉망이다. 네가 그토록 바랬던 합격 소식을 한번도 들려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이제 나는 너와 함께 내 오랜 꿈도 보내려 한다. 잡을 수 없는 별을 쫓다가 소중한 너를 잃은 것 같아 나는 내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내가 현실에 안착해 너에게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너는 나를 다시 봐줄까. 인연이 아니었다고 간단히 말해버리기엔 나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네 사랑은 그 날 끝났겠지만 내 사랑은 이제부터일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비현실적일 정도로 헌신적이었던 내 첫사랑 너를 나는 쉽게 보내지 못할 것 같다. 쉼 없이 흐르는 눈물, 네가 내 곁에 없음을 자각할 때마다 쿵 하고 내려앉는 가슴. 어느 것 하나 쉬이 사그러들 것 같지가 않다. 네가 없는 미래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나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를만큼 힘드네요 ㅠㅠ 이별 선배들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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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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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카페지기(아랑) | 작성시간 15.05.03 저도 1903625 님의 말이 정답인 듯하네요. 힘내시길...
  • 작성자우화등선 | 작성시간 15.05.03 기운 내세요. 앞으로 다가올 새 인연에 미안하지 않도록.
  • 작성자담배는마음에좋다 | 작성시간 15.05.05 저 역시 님처럼 그렇게 힘든 시기에 이렇게 저렇게 글을 적다보면 그래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진정이 됐습니다. 술, 담배, 여행 오만가지 다해보았지만. 글쟁이의 삶에선 역시 글로 배설하는 것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죽음이 임박할 정도로 괴로울때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되는 것을. 결국 누군가에 인정받고 싶어서 한 목소리 한번 내보고 싶어서 그런 내안의 이기만 버리면 되는데. 삶의 기본 동력인 욕망를 어떻게 내안에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 항상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성간에 사랑이나 꿈. 목표 모두 이 안에 있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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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어렴풋이 | 작성시간 15.05.13 '쿵 하고 내려앉는 가슴'.................ㅜㅜ

    실컷 한바탕 울고!

    내가 합격하면 너는 다시 올 거다. 그때를 기다려라! 이렇게 마음 먹고!!

    일단 공부합시다....사랑은 가슴 속 영원히 남지만, 젊은은 한때이니....

    딱 합격하고 찾아가서!
    ' 너 내가 ..내가 진짜 너만 보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니 옆에 누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기다릴테니까 좀 있다 보자'

    딱 그러고! 대답 듣지말고 돌아와서 친구랑 쏘주한잔 딱! 마시면서 핸드폰 만지작 거리고

    그러다가 다음날 첫 출근 하고
    선배한테 한 6개월 개갈굼 당하고 나면

    유일하게 쉬는 토요일, 그 사람과 함께 찻집에서 뽀뽀하며 사진 찍고 있겠죠...

    아...그때가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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