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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술보다 총을 사는 게 더 쉬운 나라

작성자유선진43|작성시간17.10.02|조회수863 목록 댓글 6

오늘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무차별 총격 사건이 발생해

50여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하는 최악의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에 의한 참극이 벌어지는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개인의 총기소유가 가장 자유로운 나라에 속합니다.

범죄기록이나 정신장애가 없는 성인이라면 간단한 신원조회만으로 누구나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입하고 소지할 수 있고,

개인의 총기등록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지도 않습니다. 총기거래상의 규모를 보면 미국 총기문화의 실상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연방정부의 허가를 받은 총기 거래상점은 전국에 12만 개소가 넘어 전체 맥도널드 매장보다도 많습니다.

미국은 ‘술보다 총을 더 사기 쉬운 나라’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현재 미국의 민간인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의 숫자는 미국의 전체 인구보다도 많고 매년 5백만정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총기소유가 자유로운 만큼 총기관련 범죄와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미국에서는 매일 80명씩 연간 3만명 이상이 총기로 목숨을 잃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발생하는 전체 범죄 중에서 총을 이용한 범죄가 무려 70%에 이르고,

대학교나 중고등학교는 물론 심지어는 초등학교에서도 충격적인 총기사건이 자주 발생합니다.


총기 범죄와 대형 사건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미국사회에서

어떤 형태든지 총기에 대한 규제가 현실적으로 필요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총기관련 큰 사건이 일어나면 언론과 단체들이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됩니다.


총기로 인해 온갖 부작용을 겪으면서도 미국에서 실효적인 총기규제가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기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습니다.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 중 첫 번째가 미국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와

이 단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 의회의 상호 결탁입니다.

그 이론적 배경은 2013년에 작고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뷰캐넌이 창시한 공공선택이론입니다.

제임스 뷰캐넌의 공공선택이론은 현실을 반영해서 정치가나 관료 역시 국민 개개인이나 기업가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는 가정 아래에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간단한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NRA는 5억 달러의 비용이 드는 로비로 100억 달러의 이익을 볼 수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때 국가는 당연히 100억 달러의 손실을 봅니다. NRA 회원이 미국 인구의 1%라 가정하면

이 회원들은 자신들의 로비 활동으로 국가가 입을 피해 100억 달러의 1%만 손해를 봅니다.

하지만 NRA가 로비활동으로 벌어들인 순이익 95억 달러는 모두 회원들에게 돌아갑니다.

이보다 더 좋은 장사는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일반 국민 1인의 피해액은 NRA 회원 1인의 이익에 1/95 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NRA 회원들은 일반 국민들보다 95배의 관심과 정성을 가지고 똘똘 뭉쳐서 그 문제에 매달릴 것입니다.

 즉 산만하고 무관심하고 조직화 되어 있지 않은 다수의 대중보다 공통 이익으로 똘똘 뭉친 소수집단이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다 관료와 정치인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정책결정은 다수의 의견이 아닌 소수 로비집단의 의견을 따르게 된다는 것이 공공선택이론을 적용한 설명입니다.

실제로 NRA는 미국 인구의 1%가 넘는 430만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공개적으로 의원별로 등급을 매겨가며 압력을 넣을 정도입니다.


이들의 논리는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서

최근에는 총을 가진 사람만이 총을 가진 악당을 막을 수 있다는 것으로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가 전적으로 로비 때문만은 아닙니다.

정작 총기를 규제하려는 법안이 제안되면 맨 처음 부딪치는 것이 무기소지권을 명시한 수정헌법 2조입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는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광활한 땅을 개척하던 식민지 정착민들에게

원주민의 습격이나 무법자, 야생동물 등 각종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단이 절실하였습니다.

 수정헌법 2조의 무기소지권은 바로 이러한 자기방어에 대한 일종의 대응책이었습니다.


무기소지권은 또한 전제적인 정부나 독제자의 출현에 대한 견제의 수단이었습니다.

미국은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이주한 청교도들로 출발하였고,

영국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독립전쟁을 일으켜 세운 국가였습니다.

독립전쟁의 시발도 따지고 보면 영국이 식민지인들에게 총기의 소지를 금지한 다음

콩코드에 있는 민병대의 무기고를 접수하러 가는 도중에 일어났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미국사회의 저변에는 유럽의 전제정치나 연방정부의 전횡,

그리고 독재자의 출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강했습니다.

따라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국민적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는

연방정부로부터 주 정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고,

더 나아가 연방정부의 상비군 설치와 이로 인한 국민의 무장 해제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16대 대통령 링컨, 20대 가필드, 25대 매킨리 그리고 35대 대통령 케네디가

민간인에게 총으로 암살되었음에도 민간인의 총기규제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미국은 개인의 총기 소지를 불법화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총은 소모재가 아니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그 규모가 늘어갑니다.

100년 된 총도 충분히 살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작은 도시에서는 월마트나 타겟 같은 대형 마켓에서도 총을 전시하고 판매합니다.

가격도 500달러 수준이고 암시장에서는 훨씬 싼 값으로 구입이 가능합니다.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은 할인 행사에 들어갑니다.


총기 등록을 의무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누가 몇 정을 소유하고 있는지 파악도 안 됩니다.

지금부터 총기 판매를 금지한다고 해도 기존에 있는 인구수보다 많은 총기를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총기를 불법화했다가는 범죄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것이 뻔합니다.


결국 미국에서 대형 총기사건이 이어질수록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져 자기방어의 목적으로 총기를 구입하게 됩니다.

NRA의 새로운 논리인 ‘총을 가진 선한 사람만이 총을 가진 악당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미국에서는 너무도 잘 통용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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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순오43 작성시간 17.10.03 며칠전 미국서 친구가 왔다. 떠나기전 전쟁이 날텐데 위험한 한국엔 왜 가느냐고 모두들 말렸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 라스베가스 총기 사건 뉴스를 보고 혼란스러워졌다. 전쟁, 핵무기, 총기사건.....
    나의 스승, 수학선생님 글을 읽고서야 나의 혼미한 정신이 뭔가 좀 가닥을 잡아가는것 같다.
    쎄라 vie~ 이것이 인생인가? 어딘가에 가서 좀 쉬었다 와야지 도무지 원~~..... 짐을 싸자 .
  • 답댓글 작성자유선진43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0.03 김순오43 명절 잘 보내기 바래. 교장은 명절에 쉴곳을 찾아 짐을 싸니 부럽기 짝이 없네~
    다녀와서 수정헌법 2조에 대해 잘 배웠다가 이야기 나눠보자.
    늘 학구적인 당신은 청춘이야. 나도 도전을 받네.
  • 작성자박점분(55) 작성시간 17.10.03 선배님 올해도 즐거운 명절보내세요.
  • 답댓글 작성자유선진43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0.03 점분씨, 명정 잘 보내세요. 이쁜 따님들과 송편 빚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송편은 내 솜씨대로 빚어지는데, 삶은 마음대로 빚어지지가 않지요?
  • 작성자최연수 50 작성시간 17.10.29 ㅎㅎ 송편요 ?ㅎㅎ 정말 마음처럼 빚는다면 , 이 세상 일들을 그렇게 내 손안에서 만지작 거리며 ... 상상의 나래를 펴 봅니다
    아무래도 어렵네요 정말 모두를 사랑해 내는 일이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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