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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블레이드 헤드를 줄이면 뭐가 달라질까요

작성자공룡|작성시간19.05.11|조회수1,150 목록 댓글 18

제가 요즘 엘보우로 탁구를 치지 못하는 동안 괜히 이 애 저 애 엄한 블레이드들의 헤드 줄이는 튜닝을 하고 있는데요^^
꽤 많은 분들이 헤드를 튜닝하면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해 하셔서
아예 그 내용을 상세히 써 드릴까 합니다.
저는 주로.. 가 아니라 늘^^ 반다 스타일로 헤드를 튜닝합니다.
반다는 옛날 수십 년 전 유럽에 있었던 탁구용품 브랜드의 이름입니다.
발트너가 도닉의 계약선수가 되기 전 어린 시절에 반다의 블레이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오겹합판인 반다 오펜시브였고
그 헤드의 모양이 전형적인 반다 스타일로 계란형으로 특이하게 생겼었죠.
발트너가 도닉과 계약하면서 반다 오펜시브와 같은 블레이드의 공급을 요구했고 재질 뿐아니라 스타일도 같게 원했겠죠.
그래서 탄생한 도닉의 블레이드가 발트너 디콘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제가 예전에 발트너의 블레이드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 자세히 나와 있지요.
아무튼 이 특이한 계란형 헤드는 반다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고 브랜드가 사라진 지금까지도 발트너 디콘과 센소카본의 j.o shape 버전에서 살아남아 있습니다.
이 특별한 스타일의 블레이드는 헤드를 비롯한 전체 길이가 깁니다.
헤드의 길이는 159~161mm, 폭은 149~150mm, 그립의 길이는 105mm 입니다.
그립을 포함한 전체 길이가 일반적인 셰이크핸드 블레이드보다 거의 1cm 가까이 길지요.
대신 헤드 끝쪽의 폭이 계란형으로 좁아집니다.
이 스타일로 만들어진 블레이드의 특징은 포어백 전환이 쉽고 손에 전달되는 감각이 직접적이며 타구 시 공끝이 날카롭고 빠릅니다.
헤드 쪽의 무게감이 덜하기에 무거운 러버를 조합해도 부담이 적고 대상 플레이에서도 정교한 컨트롤에 잇점이 있습니다.
대신 공의 무게감은 좀 떨어지고 파워 역시 헤드 끝이 넓은 블레이드에 비해 약합니다.
헤드 끝쪽이 넓을수록 그 무게감에 의한 원심력이 공의 파워를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장단점이 분명한 이 스타일은 발트너의 게임 스타일만 생각해 보더라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중진 파워 플레이가 아닌 컨트롤과 감각에 의존한 전진 올라운드 플레이에 잘 어울리는 설계입니다.
예전부터 발트너의 플레이를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그의 사용 용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던 저는 특별한 그 블레이드의 형상 덕에 이런 내용들도 차차 알게 되었지요.
그동안 수많은 블레이드들의 헤드를 반다 스타일로 튜닝했습니다.
어림잡아 30~40 개 이상은 튜닝한 것 같은데요.^^
이렇게 튜닝한 후 게임에 사용해 보면 거의 같은 특성을 보여줍니다.

1. 타구감이 단단해집니다.
2. 울림이 적어지고 타구음이 높고 짧아집니다.
3. 전반적으로 묵직함이 사라지고 경쾌한 감이 생깁니다.
4. 헤드 쪽 무게감이 줄어듭니다.
5. 공이 빠르고 가벼워집니다. 그만큼 공끝의 무게감도 가벼워집니다.
6. 포어백 전환이 빠르고 쉬워집니다.
7. 네트 앞에 짧게 놓기가 쉬워지고 네트플레이가 수월해집니다.
8. 중진과 후진에서 파워가 생각보다 많이 떨어집니다. 중진과 후진에서의 컨트롤 능력도 전진에서보다 떨어집니다.
10. 공이 날리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소프트 스펀지 러버를 조합할수록 더 그렇습니다. 단단하고 무거운 러버와의 조합이 더 좋습니다.

만약 그립 쪽에 여유가 있거나 제가 시간에 여유가 있을 경우^^에는 그립을 떼어내서 조정하거나 그립 끝을 잘라서 헤드의 길이를 원래 반다 스타일 헤드의 길이인 159~161mm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공끝이 지나치게 가벼워지거나 중후진에서 파워가 부족해지는 단점들이 많이 희석되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비교적 잘 맞습니다.
그런데 그립 쪽 여유가 없어 그립이 짧아질 우려가 있거나 귀찮거나 할 경우^^엔 그냥 일반적인 레귤러 헤드의 길이인 157mm 그대로 둔 채 헤드 끝과 윙 쪽의 형상만 줄이는 튜닝을 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위의 내용들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집니다. 단점들이 더 크게 드러나기도 하지요.^^
이번에 튜닝한 바토스와 크레스트AR+ 두 개도 길이를 늘이지 않은 채 헤드만 줄였더니 타구감과 파워가 썩 안 좋게 된 듯하네요.
시간 내서 길이를 다시 손봐야 할 것 같습니다.^^
헤드가 3~4mm 길어지면 다시 타구감이 좋아지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맞춰질 겁니다.
발트너 센소카본의 튜닝품은 그럭저럭 만족할 만합니다.
오히려 살짝 튕기는 느낌이 가미되어 전진에서의 초속과 파워는 더 좋아진 느낌입니다.

헤드를 줄이려는 분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특히 헤드 헤비로 인한 무게감 때문에 헤드의 크기나 길이를 줄이고자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헤드를 함부로 줄이시면 안 좋습니다.^^
오버사이즈 헤드라면 제작자들이 괜히 헤드를 그 크기로 만든 게 아니니까요.
타구감과 성능은 참 맘에 드는데 무게가 무거워서 헤드를 조금만 줄이면 좋겠다.. 이런 분들이 대부분인데요^^ 이런 경우 헤드를 1mm 라도 줄이면 그 맘에 드는 타구감도 함께 사라집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또 너무나 쉽게들 무시하시는 게 사실입니다.
헤드의 형상과 사이즈를 조금만 바꾸어도 타구감과 성능 특성은 크게 달라집니다.
튜닝 전과 같은 타구감은 절대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튜닝 후 어떻게 바뀔지 미리 알고 그 바뀐 특성을 더 좋아할 경우에만 튜닝 후의 결과물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ㅎㅎ
저는 반다 헤드가 갖는 특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튜닝을 즐겨합니다만 일반적인 타구감과 특성이 좋으신 분들, 특히 중진에서의 파워 플레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절대 헤드를 줄이시면 안됩니다.
타구감이나 공끝의 무게감에 상관 없이 가벼운 느낌의 블레이드로의 변신만 원하시는 분들이나 전진에서의 조작성만 높아지면 만족하실 분들에게만 헤드 줄이는 튜닝을 권합니다.
그리고 대충 눈짐작으로 줄이지 마시고 꼭 이미 시판되는 유명 브랜드의 헤드 본을 대고 같은 형상으로 작업하시길 권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헤드의 형상은 버터플라이 레귤러 형상이고 157x150mm 의 일반적인 크기를 갖고 있지요.
ITC의 프리미어 시리즈, 닛타꾸 어쿠스틱, 야사카 마린 카본 등의 몇 블레이드들은 헤드가 아주 조금 네모에 가깝습니다. 헤드 끝쪽이 살짝 넓어서 원심력에 의한 파워가 더 살아나게 되어 있죠.
아예 헤드의 크기를 키워서 파워와 안정감을 높인 애들은 코르벨, 테너, 바토스, 허롱5 같은 애들입니다. 예전에 스티가에서도 여러 모델의 오버사이즈 버전을 출시했었구요.
원래 컴팩트 헤드를 가진 애들은 제작자에 의해 의도된 바가 있어 그 사이즈의 그 형상으로 태어난 겁니다.^^
사이즈와 형상은 타구감과 성능에 바로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입니다.
똑같은 재질의 똑같은 모델이지만 이너포스ZLC 보다 아주 살짝 작아져 레귤러사이즈로 다시 태어난 이너포스레이어ZLC 는 성격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을 써보신 분들은 아시지요.^^
결론은
제가 심심풀이로 헤드 튜닝하는 건 성격의 변화를 충분히 예측하고 일부러 하는 거니까
저와 같은 목적을 가지신 분이 아니라면 기존 제품의 형상을 바꾸지 마시고 그냥 쓰시라는 말씀.ㅎㅎ

블레이드 튜닝을 많이 해본 공룡

(아래 사진은 반다스타일의 원형이 남아 있는 발트너 디콘 j.o.shape 블레이드입니다. 반다스타일 보시라고 참고로 올립니다. 진짜 원형인 반다 오펜시브의 사진은 제 이전 게시글 중 '발트너의 블레이드'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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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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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루프드라이브(게시판지기) | 작성시간 19.05.12 역시 고수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 작성자아직아닌가봐 | 작성시간 19.05.12 제가 공룡님의 반다스타일 바토스를 시타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공룡님 말씀처럼 원래의 바토스의 감각은 약간 희석되었지만 반발력은 오히려 증가한것 같았습니다. 둥글둥글하던 바토스가 성형하고 연예인처럼 계란형이 된것이 이채로웠고 마무리가 너무 깔끔하셔서 놀랐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공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5.12 전진에서의 반발력은 높아지고 중후진에서의 묵직한 파워는 덜하죠.^^
    걔는 모서리 작업 후 카본 가루를 깨끗이 닦아내지 않고 귀찮아서 그냥 그대로 강화한 거라 사이드 색깔은 좀 밉죠?ㅎㅎ
  • 답댓글 작성자공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5.12 원래 바토스의 성격을 다시 좀 살리기 위해 재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아우터파이버 목판들이 유난히 성격의 변화가 심하기도 해서..
    그립을 떼어내서 좀 길게 빼낸 위치에 다시 붙이는 방법으로 헤드의 길이를 160mm 정도로 조정해주면 성격의 밸런스가 더 잡힐 겁니다. FL은 복잡하지만 ST는 간단히 조정할 수 있죠.
    아마 지금 짧은 헤드의 모습으로는 날리거나 가볍게 튕기는 느낌이 많이 생겨 있을 겁니다.^^
  • 답댓글 작성자아직아닌가봐 | 작성시간 19.05.12 공룡 ㅎㅎ 솜씨가 정말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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