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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이 희생양이 되는 정책 방향에 대해

작성자Oscar|작성시간20.07.06|조회수729 목록 댓글 36

유럽식 디비전이 한국 탁구에 도입되게 되었습니다.

저는 최초부터 유럽식 디비전이 한국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유럽, 특히 디비전이 성공적으로 안착된 독일과 한국의 교육 및 사회 체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생각 나는 대로 글을 적어 보겠습니다.


1. 독일의 교육 시스템은 2차 대전에 대한 반성의 결과, 하향평준화 된 공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평준화된 공교육 시스템이라는 점은 같으나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상향 평준화된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2. 한국의 입시 제도는 일관되게 그 수준이 높아져 왔으며, 학생들이 공부할 양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높은 사교육 수준으로 인해 공교육 수준 역시 해마다 더 높아지고 있으며 그 결과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입시에 대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3. 독일은 학생들이 듣는 과목수가 많지 않으며, 운동을 하고 싶으면 학업 이후의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대개 아침 8시 이전까지 등교하고 중학교 저학년인 김나지움 7학년 무렵까지는 점심 시간 없이 1시 반 정도에 수업을 마치고 하교를 하며 고학년이 되어 가장 늦게 하교하는 경우도 4시 반 이전에 끝납니다.

숙제를 하는 시간도 법률로 명시되어 1-2학년은 30분 이내, 3-4학년은 45분 이내, 5-7학년은 1시간 이내, 8-10학년은 75분 이내에 마칠 수 있는 분량만 숙제를 낼 수 있습니다.

독일의 학교 시험 역시 중간, 기말고사의 경우 독일어, 제1 외국어인 영어, 제2 외국어 (프랑스어,라틴어등 선택), 수학 등에 대해서만 치뤄지고, 나머지 과목들은 학기 중간 중간 테스트가 있으며 시험에 대한 부담도 한국처럼 높지 않습니다.

(출처 : https://dogilstory.tistory.com/68 )


4. 독일이 이렇게 적게 공부를 한다고 해서 지식의 수준이 낮거나 하지는 않은데, 그것은 독일 대학의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는 대학 진학율이 한국처럼 높지 않으며, 대학에 가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한국처럼 높은 교육열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5. 독일의 하향 평준화 교육이 가능한 근본적인 원인은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이 없는 사회 제도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직업을 구하기 어렵지 않은 경제적 여유가 그 바탕입니다.


6. 그런데 저는 그러한 경제적 풍요함이 곧 과거로부터 이어온 기술 축적 (1,2차 세계 대전의 경험도 바탕이 된)과 더불어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듯 제국주의적 기반하에서 수립한 선진적인 기술과 브랜드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바꿔서 얘기하면 독일만큼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나라가 독일처럼 여유로운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기는 어렵고, 유럽에 있다고 하더라도 풍요롭지 않은 상황에서 독일처럼 복지 정책이나 사회 시스템을 운용할 경우 극심한 경제난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사례들을 그리스 외 여러 유럽 국가에서 볼 수 있습니다.


7. 한국은 제국주의 시스템하에서 축적해 놓은 기술이나 브랜드력이 없으며, 자원도 풍족하지 않고 지리적으로 매우 첨예한 대립이 맞닥뜨리고 있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지금까지 급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룬 것은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습니다.


8. 한국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의 근간에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위치를 결정지어져 버린 것, 혹은 주어진 것으로 여기지 않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려고 발버둥치는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양반과 상민, 천민의 구분이 불과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했지만, 한국 전쟁으로 인해 모두가 피난민이 되면서 계급은 와해되고, 양반은 양반 가문으로서의 체통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상민이나 천민 계급은 신분 상승을 이루어 가문을 일으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9. 상대적으로 유럽과 일본 등은 젊은이들의 신분 상승, 혹은 부의 상승 욕구가 약하고 한국처럼 역동적인 신분 상승 욕구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은 어느 누구도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부와 지위를 누리려고 노력하며, 그로 인해 사회 내 역동적인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물론 현실 안주가 없는 만큼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크고, 상대적으로 사회 전반에 대한 개선의 요구가 강하며 매우 빠르게 사회 전반에 있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10. 한국 사회의 교육 제도에 대해서는 많은 어린 학생들이 이런 가열찬 신분 상승 욕구 속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공부하도록 강요당하고 있음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가 많으나, 실제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배워야 할 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문제의 수준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11. 이 상황에서 운동 선수들에게 일반 학생들과 동일하게 수업에 참여하라고 하는 것은 현재의 운동 선수들에게 받아 들이기 어려운 과제를 주는 일입니다. 운동이 아닌 미술이나 음악으로 입시를 치르는 예능계 학생들의 경우, 일정 수준의 학력을 이루지 않으면 대회에 나가지 못 하게 하는 일은 없는데, 상대적으로 그런 조항이 체육계 학생들에게만 적용된다고 하면 그것은 불평등한 일입니다.


12. 유럽식 리그전을 한국에 도입하는 원인 중 하나로, 리그에서 우수한 선수가 발굴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한국의 교육 환경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13. 유럽의 경우도 재능있는 선수들은 수업을 빠지고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많은 선수들이 스포츠 학교에 입학하여 선수로서의 기본적 소양에 관련된 수업 외에는 운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초, 중, 고 선수들을 위한 전문적인 학교는 부재한 상황에서 입시 교육에 열중하고 있는 일반 학생들의 수업에 그대로 참여하고 그들과 같이 시험도 치르라고 하고 있으니 운동에 전념해 온 현 선수들은 매우 받아 들이기 어려운 강제 조항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각 학교마다 엘리트 선수를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듯 합니다.


14. 유럽식 리그를 도입함으로 운동 선수들이 일반 공교육에서 소외되는 것을 막고 정상적인 학교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수한 선수로 육성되기를 기대한다면 아래와 같은 점들을 바꾸어야 합니다.


(1) 운동에 전념하는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커리큘럼이 마련되어야 하며, 운동하는 학생들은 일반 입시와는 별개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해외 선수들과의 소통을 위한 영어 교육이 꼭 필요하며, 기본적인 소양으로 독서가 가능할 정도의 수준의 국어 교육과 인문학 교육 (역사, 지리 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2) 운동에 전념하는 학생들을 맡아서 가르치는 전담 교사제도가 운영되거나, 혹은 해당 커리큘럼에 따라 학습이 이루어지는 전문적인 체육 중학교, 혹은 체육 고등학교가 각 지역마나 세워져야 합니다.


(3) 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한국 전체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하향 평준화 하여 학생들도 인간적인 삶을 살면서 자기들이 공부하고 싶은 보다 적은 과목들을 선택하여 공부하도록 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전문성이 더 필요한 사회이며 평균적인 인물들을 양산하기 보다는 다채로운 분야에 보다 더 전문화된 인재를 육성해야 합니다.


(4) 만약 전체적으로 학습 시간을 줄여서 중고등학생들이 오후 2-3시에 학업을 마칠 수 있게 된다면 상당수 선수들이 학교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근본적인 변화 없이 운동 선수들에게 일반 학생들과 동일하게 공부하고 동일하게 시험을 보라고 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2중의 부담을 지우는 일입니다.


15. 현 정부의 체육 방침은 현재의 운동 선수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선진 사회의 생활 체육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의도가 보이는데, 사회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데, 운동 선수들만 그 경쟁에서 벗어나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16. 유럽식 리그전 도입은 곪을 대로 곪아 있는 교육의 문제를 풀기 위한 예산이 아니고, 탁구 발전을 이루기 위한 예산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교육 석학들이 모여서도 풀지 못 하는 숙제를 푸는 데에 이 예산이 쓰이겠다는 것은 무리한 생각입니다.


17.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합니다. 지금 계획해서 추진하면 100년 후에 효과가 나타난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올해 세운 예산으로 한국 교육 지평을 단번에 바꾸겠다는 생각이 타당한 생각일까요?


글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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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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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맞드라이브까지 | 작성시간 20.07.07 디비전 얘기는 아니지만, 독일식 교육을 하향평준화로 봐야 하나요... 상향, 하향... 우리 기준 아닌가 싶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7.07 2차 대전 이후 하향평준화 했다는 얘기입니다. 그전에는 엘리트 지향이었구요... 제가 쓴 이전의 글을 읽어 보세요. 히틀러는 아리안인의 우수성을 주장했고 우생학과 결합하여 우수인종 배양을 꾀했으며 교육 역시 (전쟁 수행을 위한) 우수 엘리트 육성이 목표였으나 2차대전 이후 낙오자 없는 교육으로 목표가 바뀝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7.07 https://blog.naver.com/defunct/222023630918
  • 작성자슈미아빠 jw | 작성시간 20.07.07 한국은 입상위주라 병행하기가 더더욱 힘들어보입니다....
    외국은 다 잘해서 졸업시즌에 학교를 갈지 농구로 갈지 풋볼로갈지 야구로 갈지 결정하는경우도 많다고 들었네요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7.07 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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