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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제도 없이 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는가? (독일 체육에 대한 오해)

작성자Oscar|작성시간20.07.07|조회수503 목록 댓글 19








제가 올린 두 개의 이미지를 보시면 스포츠가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가를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 사회가 발전하는 원리로 "정-반-합"이라는 원리가 있지요.

뭔가 옳다고 여겨지는 것, 좋다고 여겨지는 것이 "정"으로 등장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의 반대되는 "반"이 등장해서 정을 무너뜨립니다.

반 역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정과 반의 장단점 중 장점들을 아우른 "합" 등장하고, 그 합이 다시 정이 되지요.

그럼 다시 반이 등장하구요....


이 정반합의 원리로 우리 사회가 굴러간다면 저는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언젠가 정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반을 해 볼 틈이 생기고,

반을 열심히 하다 보면 반을 무너뜨리고 합을 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류사회에 그런 교차하는 정과 반이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정을 더 잘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죠.

아무리 잘 해도 이전의 정보다 더 좋은 정을 하기 어려우면 어떻게 될까요?





위 영상은 지난 1995년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서 영국 선수인 조나단 에드워즈가 세운 세계 신기록 장면입니다.

그가 뛴 넓이는 18.29m이고 이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대다수는 무엇을 직업으로 할지 고민하지 않고 청소년기를 살아가다가 성인이 되어가면서 자신의 직업을 선택합니다.

직업 선택의 가능성을 넓게 열어주는데 공부는 도움이 되죠.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이 공부를 잘 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어떤 분야는 그렇게 해서 먹고 살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예체능이 그렇지요.

아주 어린 시기부터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매진한 소수만이 매우 큰 명성과 부를 누리고,

뒤늦게 시작하면 성공의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할 여유도 없고 능력도 없는 어린아이들에게

대개는 부모들이 아이의 진로를 결정하고 어린 시절부터 그 분야에 매진하도록 시켜야만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예체능입니다.

물론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취 동기나 의지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어린이들이 예체능에 뛰어들지만, 중도에 탈락하기도 합니다.

무엇이 바람직한 삶일까요?


이 문제를 두고 생각하면 도덕적인 딜레마에 처하게 됩니다.

체육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스스로 결단하기 이전 아주 어린 시기에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그 어린 시기에 부모가 자녀의 삶을 결정하는 것이 옳은가?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절충안들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취미로 가르치다가 자신이 운동을 자신의 직업으로 결정하면 그때부터 시키자...

혹은 인생의 진로로 알고 열심히 하다가 중도에 그만 두어도  다른 직업들을 선택하는데 지장이 없게 하자.

아주 이상적인 생각이고, 이것이 어떻게 보면 현 정부의 엘리트 정책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능할까요?


탁구 기술의 발전 과정을 보시죠.




이 영상을 보시면 과거의 탁구와 현대의 탁구가 얼마나 다른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 삶을 힘들게 하는 발전은 굳이 스포츠 분야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뉴튼이 대학에 입학한 후 20대초반에 대학에 있는 모든 천문학 책을 일년 만에 읽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시대 천문학 책이 몇 권이나 되었을까요?

만약 지금  시대의 천문학도가 현존하는 모든 책을 읽고 그 위에 자신의 이론을 수립하려고 한다면 그것이 가능할까요?




이상을 꿈꾸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이 그렇게 녹녹치 않음을 또한 인정해야 합니다.

최근 우리는 최숙현 선수 문제로 아주 마음이 어둡습니다.

엘리트 스포츠계의 병폐 문제는 분명히 고쳐야 하고,

어쩌면 폭력을 당연시 한 과거 세대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포츠계가 개인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하기 어려운 아주 특수한 분야라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엘리트 스포츠계를 없애는 것이 반드시 좋은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점을 달리해서 독일의 교육 제도와 한국의 교육 제도에 대해서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전의 글들에서도 적었지만, 우선 독일에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독일은 수업 시간이 한국보다 무척 적고, 스포츠 학교가 잘 되어 있어서 탁구에 전념하는 학생들은 충분한 운동량을 갖출 수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고 하면 강압적인 교육이나 가족도 못 만나고 상시 합숙하는 그런 형태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엘리트 스포츠에서 잘못된 것은 없애야 하는 것은 분명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 독일의 보다 합리적이면서 자율적인 엘리트 스포츠 분위기를 가져 오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엘리트 스포츠를 없애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1.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전쟁 수행을 위한 교육,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위한 인종 차별적 교육 제도를 없애고,

낙오자를 방지하는 교육 정책을 도입합니다.

어린이들은 대략 만초등학교 4학년 정도에 좌뇌 발달이 비슷한 수준에 이르러, 문자와 숫자를 모두가 다룰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까지 구구단을 외운다거나 혹은 복잡한 문장을 읽는다거나 하지 않고, 거의 한국의 유치원 수준의 교육만 진행합니다.

그리고 4년 동안 가르친 선생님이 이 학생이 인문계로 갈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실업계로 갈 것인지를 구분하여 결정하고 이것을 부모들은 이견 없이 대체로 따릅니다.


2. 이런 교육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사회적 부가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직장을 구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즉 일자리가 충분합니다.

또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직업간 급여 차이가 많지 않으며, 직업의 귀천 의식도 적습니다.


3. 이런 사회적 의식의 차이가 가능한 근본적인 원인은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도 일자리가 없고 급여가 줄어들면 지금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폭주할 것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해 풍요롭게 살고 싶어 할 것이고, 결국 한국처럼 경쟁은 심화되고 사교육도 등장할 것입니다.

즉 선후사를 따진다면 사회적 부의 크기가 우선이라는 얘기입니다.






4. 독일 사회 뿐만 아니라 사회적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대다수 국가가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는 브랜드력과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국가가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복지를 유지한다면 결국은 패망하게 됩니다.


5. 하지만 이것은 과거 식민지 시대와 전쟁 시대의 덕분에 축적된 기술과 자본, 그리고 브랜드력에 의한 것입니다.

독일은 전쟁을 통해 기술을 축적했고, 우수한 철 제조능력을 기반으로 기계류, 자동차 등에서 선진 기술을 이루었습니다. 의학 분야에서도 크게 발전했죠. 원천 특허와 기술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 프리미엄이 붙은 브랜드력으로 인해 동일한 수준의 제품에 대해서도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해 결과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6. 한국 사회는 독일에 비해서 척박합니다. 한국은 자원이나 기초 기술만 가지고 생존하기 어렵고,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시장에 대한 대응을 통해 생존을 모색해야 합니다. 과거 삼성이 도입한 인재경영 방안은 이런 한국 상황에 매우 적합한 생존 및 발전 전략이었습니다. 우리는 교육에 의존해서 생존하고 발전해야 합니다.


7. 그러므로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보편적 인재를 육성해 수준 높은 삶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천재가 필요하고 엘리트가 필요한 나라입니다.





8. 더더군다나 과거에 비해서 천재 한명이 할 수 있는 역량의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생산의 3요소로 토지, 노동, 자본을 필수적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컴퓨터만 가지면 무한한 가치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두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9. 그러므로 엘리트 교육을 없애려고 하는 현 정부의 방향은 한국 사회에 맞지 않습니다. 다양한 엘리트 교육을 유지해야 합니다.


10. 다만 모든 국민이 엘리트가 될 수는 없습니다. 엘리트가 아니어도 즐겁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인류사적 과제입니다. 소수의 우수한 인재들을 세계 최고의 인재로 키워내는 제도를 지속하되, 그런 인재가 아니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11. 그러나 그런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쓰고도 남는 잉여 생산이 있어야 합니다. 경제의 규모도 늘어야 하고 삶의 수준도 높아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엘리트들이 이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 초과적인 생산을 해 주어야 합니다.


12. 그러므로  교육에 있어서는 우수 인력을 육성하고 그들을 위한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지속하되, 전반적인 국민 교육의 수준은 지금보다 낮추어야 합니다.


13. 학생 대다수가 대학을 가는 현재의 교육 문화와 환경이이 잘못 된 것은 아닙니다. 국민 전체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대학을 가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14. 즉 국민 대다수가 행복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인재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 인재 육성을 위한 차등 교육을 유지해야 합니다. 과기고, 예체능고 등 다양한 특수 목적고들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교육의 수준은 낮추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의 교육 수준은 끝간데 없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입시에 지쳐 불만만 가득하고 공부할 에너지는 잃은 채 대학에 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15. 이것은 엘리트 시스템에 있어서도 동일합니다. 아주 이른 시기에 시작해야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체육 분야에서 엘리트 시스템을 없앤다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훈련받지 않고도 올라갈 수 있는 수준 정도까지만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며, 대다수 체육인들이 운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빚을 것입니다.


16. 바람직한 것은 엘리트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 시스템에 만연된 폭력의 고리를 끊고, 비인간적으로 대우받는 선수들이 없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17. 더불어서 엘리트 선수가 되더라도 사회 기본 구성원으로서 소통하고 자신의 삶을 보람있게 영위할 수 있도록 언어, 역사, 인문학 등에 대한 기본 소양 교육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일반 입시 교육 현장으로 선수들도 들어가라는 졸속 행정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 글이 보다 더 바람직한 체육 정책을 위한 제언들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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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라켈 | 작성시간 20.07.07 글 작성하시느라 많은 시간이 들었을것같습니다.좋은글 잘 읽었고 공감 많이 됩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7.07 감사합니다 😊
  • 작성자공생공사(서울) | 작성시간 20.07.08 글 전반적인 내용이 제 생각과 많이 통합니다. 답답해서 글을 써볼까 했었지만, 제 마음을 대변한 좋은 글을 써주시니, 박수를 보내며 지켜보겠습니다. 특목고나 특수학교의 존립에 대해 특히 공감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7.08 감사합니다 😊
  • 작성자네번째눈 | 작성시간 20.07.15 예전에 미국에 사는 한국계 대학 선수 우승인터뷰에서 인상깊었던 것이 미국은 학점을 따야 운동도 할 수 있어서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부와 운동을 같이 하는 것이 지금은 힘들지만 운동을 그만 두었을 때 다른 길을 고려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지금 한국이 갑자기 많이 바꾸는 것처럼 보이는데, 학업을 병행해서 제2의 인생도 대비할 수 있는 정도로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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