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카페지기 방

중국 탁구 극복, 중국 코치 영입 외의 대안은?

작성자Oscar|작성시간21.08.18|조회수592 목록 댓글 18



​중국 코치 영입의 문제를 두고 글을 적다가, 잠시 시간을 내서 과거의 경기들을 살펴 봤습니다.

아직 한국 탁구가 중국에게 비교적 선전을 거두고 있을 당시의 경기를 보니 많은 것이 새로 보이더군요.

 

공링후이, 류궈량의 시대, 유남규, 김택수는 결코 기량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습니다.

현정화, 양영자 대비 덩야핑의 경기도 현저한 차이는 아닙니다. 

그리고 유승민, 주세혁, 오상은의 시대도 그렇습니다.

 

각 세대별 경기들을 쭉 살펴 보면서 몇 가지 생각하게 되는데,

첫 번째는 우리 선수들의 피지컬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 즉 파워나 지구력에서 부족함이 없다는 점이구요,

두 번째는 한국 탁구와 중국 탁구가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는 점입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9. 한국 스타일 탁구는 중국 스타일 탁구를 못 이기는가?

 

사실 한국 탁구와 중국 탁구는 오랜 시간 동안 경쟁해 왔습니다.

항상 한국이 열세였지만 깜짝 놀랄만한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 승리가 있었고, 감격의 남북단일팀 우승의 지바 세계 선수권 대회도 있었죠.

그래서 우리 국민들의 머리 속에서는 항상 한국 탁구가 세계 최강인 것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긴 2008년 올림픽 때만 해도 남자 단체전 3인의 성적은 전부 세계 10위 안에 있었으니 최강팀이었던 세월이 꽤 있었죠.

 

그런데 우리가 중국을 이겼을 때를 보면 우리 나라 선수들이 중국 스타일의 탁구를 해서 중국을 이긴 것이 아닙니다.

한국 탁구와 중국 탁구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죠.

 

한국 탁구는 조금 더 올라운드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투지가 넘쳤으며 체력적으로 강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대표 선수들은 더욱 더 중국 선수들과 비슷한 모습의 경기를 펼치지만 체력적으로 더 탄탄해 보이지 않습니다.

 

 

 

전형상으로 한국 탁구는 일펜을 중심으로 하면서 백핸드에서도 어떻게든 돌아서서 포핸드로 공격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였으며,

상대적으로 화백 전환을 위해서 몸을 뒤로 물러나면서 공간을 만들어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뒤로 물러 난 만큼 화백 전환의 시간을 확보한 후 앞으로 달려 들면서 체중을 실어 한방을 때리는 플레이가 남자 선수들에게 많이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중국 선수들의 경우는 제 자리에서 몸을 비틀어 처리하고 뒤로 물러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화백 전환을 위한 긴 스텝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인지, 한국 선수들의 허벅지는 매우 탄탄했습니다. 

지금의 대표 선수들보다 더 체력 훈련이 많이 된 모습입니다.

 

주세혁 선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근에는 한국 선수들보다 중국 선수들의 웨이트 훈련량이 2배 이상된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게 많은 웨이트를 하면 선수들의 몸에 더 많은 무리가 갈 수도 있고, 그것이 되는 선수가 있고 안 되는 선수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사실 중국 선수들의 선수 수명이 결코 길지 못 한 데에는 그런 많은 양의 웨이트 훈련이 영향이 있겠지요.

꼭 그것이 정답인지는 미지수입니다.

선수 보호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아무튼 한국이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때, 우리는 우리 식의 탁구를 쳤습니다.

중국 탁구를 따라한 것이 아닙니다. 

 

 

 

 

10. 한국 스타일 탁구가 보이는가?

그러나 문제는 현 시점에서 한국 스타일의 탁구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과거 선수들의 영상이 유투브에 많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한번 가셔서 보시죠. 

유승민, 오상은, 주세혁으로 대표되는 2000년대 3인방, 그리고 그 이전으로 가서 김택수 유남규 등의 남자 선수들을 보면 중국과 얼마나 다르게 쳤는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탁구계가 반면교사할 나라로 일본이 너무 쉽게 연상됩니다.

한국은 적어도 탁구만큼은 일본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이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의 일본을 보시죠. 

하리모토 선수는 중국계 영향이 있어 비슷한 스타일로 보이지만, 미즈타니나 니와코기는 중국과는 전혀 다른 경기를 펼쳤습니다.

여자팀의 이토미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스타일을 보면 중국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중국을 따라하려는 느낌은 적습니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탁구치는 폼은 물론이고, 기합까지도 중국 선수들이 하고 있는 말을 따라 합니다.

같이 시합하는 중국 선수들이 자기 나라 말로 따라 하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중국을 따라해야 중국을 이기는 것이 아니고, 중국을 이기는 탁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1. 중국 코치 영입 외의 다른 방법은 없을까?

 

저는 중국 코치 영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부분은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그에 따른 실익에 대해서 시시콜콜히 적어 보는 것입니다.

 

우선 중국 코치 영입 외의 방법으로 중국 탁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도 한번 생각해 보고 싶은데요,

최근 들어 우리 청소년 선수들이 중국으로 훈련 캠프를 자주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훈련 캠프가 적어도 단기간이지만 중국 탁구를 경험하는 방법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중국 탁구와의 교류가 좀 쉽지 않은 듯 합니다.

다녀온 주니어 선수들 얘기를 들으니 중국 선수들이 진지하게 기술 교류를 하려 하지 않고 한국 선수들을 무시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합니다.

훈련 시간 외 내기 탁구를 하자고 해서 한국 선수들이 용돈 벌이 수단이 되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썩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국 대표팀은 어느 나라와도 교류를 꺼리기로 유명합니다.

결국 한국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과 경기를 해 보려면 시합장이 거의 유일무이하죠.

상대적으로 그런 문제 때문에 티모볼이나 주세혁 선수 경우처럼 중국 프로팀에서 활약하면서 교류 기회를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경우에는 중국 프로팀에서 매력을 느껴야 가능한 일이므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외의 방법은 한국 선수가 중국으로 탁구 유학을 가는 것인데요,

그것 역시 쉬운 것이 아닌 것이 중국 탁구는 철저한 적자생존 시스템이라 외국인이라고 편하게 기술 전수를 받을 수 있지가 않습니다.

특히 정서적으로 가족의 돌봄이 필요한 청소년 시기에 중국의 무지막지한 탁구 학교에서 혼자 지내게 된다면 정상적으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중국 탁구와의 무한 경쟁을 위해서, 엘리트 탁구는 중국 지도자 영입과, 그들을 통한 교차 훈련 캠프나 연합 훈련 캠프 같은 것을 추진하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대안 같이도 느껴집니다. 

 

 

 

 

 

12. 중국인 코치를 데려온다면.....

 

이제 내용을 좀 정리해야 겠네요. 

 

중국인 코치를 데려 온다면, 가장 효율적인 연령은 초등학교 선수층인데, 그 경우에는 높은 연봉을 부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러버까지 중국 러버로 교체해야 효과를 볼 것입니다.

 

중, 고등 학교에 영입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서브 코치로 영입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 코치 시장 상황상 선수들의 입시를 책임질 메인 지도자가 중국인이라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높은 수준의 연봉을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은 남습니다. 

 

실업팀, 시군청팀은 어떨까요?

중국인 지도자가 대표팀을 도운 일도 있고, 실업팀을 도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형을 바꾸는 정도의 영향력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에 효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중국인 코치를 데려오는 것이 안 좋을 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비용 대비 효율성이 매우 낮을 것입니다.

중국 탁구는 결국 중국 용품과 중국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13. 덧 붙이는 우려 : 정서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 

 

코치는 정서적인 유대감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중국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는 묘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들은 타국의 탁구를 무시합니다.

그래서 곧잘 코치들간, 혹은 타국 선수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물론 모든 코치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선례들이 있음은 참조할 만 합니다.

 

또 선수들이 잘 못 하거나, 가르친 대로 잘 안 되면 억지로라도 가르쳐서 고치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은 선수들이 많아서 제대로 못 하면 내보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선수가 귀한 나라여서 그런 중국인 코치의 지도 방법은 통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타국에 자국의 우수 코치를 내보내는 것을 사회적으로 터부시 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마치 국부 유출과 같은 것으로 본다고 할까요?

그래서 해외 진출은 하되 중국 선수들의 약점을 공략할 전략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식의 은근한 애국 행위를 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코치 영입에 관련한 여러 생각들을 그 동안 세 편의 글을 통해 적어 봤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저도 중국 코치 영입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이 많이 늘어난 편입니다.

그런데 명확하게 달라진 점은 초등학교 선수들을 위해 코치 영입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그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제 글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스파워 | 작성시간 21.08.19 역시 오스카님의 해박하신 말씀에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저역시 학국 탁구를 응원하면서도
    한가지 아쉬운점은 전/중진 드라이브 전형으로
    획일화 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린윤주의 갈라치기
    이토미마의 콩콩뛰며 스매슁
    하리모토의 초전진 압박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발하여 그에 맞는 전술을 수립해야
    탁구의 즐거움이 더해지고 다양해지리라 생각됩니다.

    2018년 코리아오픈에서 장우진선수가 우승할때,
    성적도 좋았지만, 중국선수가 짧게 스톱을 걸어울때
    중진드라이브 전형이라고 볼수있는 장우진 선수가
    초전진 포핸드 드라이브로 응수하여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것으로 보고 너무 좋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탁구저변과 전문 선수층을 보면
    저는 지금 정도의 국제대회 성적도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AI 분석등
    다양한 실험과 열린 사고가 있었으면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8.19 공감합니다.
    일본도 답을 알고 간 것은 아닐 거에요.
    다양한 전형의 두터운 선수층이 있다보니 다양한 해법이 나왔을 거에요.
    그런 면에서 이 글의 마지막 결론은 선수 확보 문제입니다.

    감사합니다 ☺️
  • 작성자daswas(양평) | 작성시간 21.08.20 저는 이 말씀 "중국을 따라해야 중국을 이기는 것이 아니고, 중국을 이기는 탁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에 무한공감합니다.
    이번 올림픽탁구 경기를 보니 제가 볼 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부족이 엿보여서 많이 실망했어요. 잘 하다가 안풀리면 뭔지 모를 난처함과 맥빠져있는 모습같은게 보였거든요.
    펜싱의 박상영선수가 리우와 올해 도쿄에서 보여줬던 투지가 아쉬웠어요. 여자배구같은 그런 모습 말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8.20 예, 그게 제 의견이에요.
    유남규, 현정화, 유승민 선수들은 중국보다 잘 해서 이긴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중국 선수들이 하지 않는 다른 것을 했기 때문에 이길 수가 있었던 것이죠.
  • 답댓글 작성자오픈 1부를 도전하자! | 작성시간 21.08.22 정👍말 공감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