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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농구 게시판

KBL,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을까요? (장문주의)

작성자76다마|작성시간24.05.07|조회수2,072 목록 댓글 19

하고 싶은 이야기에 앞서 한가지 먼저 언급하고 싶은 내용은, 이대성 선수 관련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대성 선수가 해외무대에 지속 도전하거나, 여러 상황들로 인해 KBL에 복귀하더라도 복귀팀이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이대성 선수의 해외 무대 도전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타인의 진정성을 마음 속에 들어가보지 않는한 알 수 없기에, 결국 행동의 결과로 밖에 볼 수 없죠.

현재 KBL 제도가 잘못된 부분이 있지만, 현 제도 내에서 이대성 선수의 해외진출을 지지해준 대구 한국가스공사 구단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세계 넘버2 리그를 향해 가는 일본

https://naver.me/GyNkjMNE


근래 한국 농구가 국제 대회에서 참패를 거듭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 농구는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2023 농구 월드컵에서 3승을 기록하며 2024 파리 올림픽 진출권을 따낸 모습은 한국 농구팬들에게 큰 부러움을 샀죠.

그 배경에는 지속적인 투자와 뛰어난 행정력, 그리고 국경을 넘은 적극적인 교류가 있었습니다.

일본 대표팀의 2024 파리 올림픽 진출은 일본 농구의 종착지가 아니라 또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현재 일본 농구는 끓어오른 농구인기와 착실히 쌓아온 인프라에 힘을 얻어 자국 리그를 NBA 다음 가는 리그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기사 중

오는 2026년 B.리그는 또 한번의 변화를 예고했다. 1부 리그를 B.리그 프리미어로 명칭 변경을 준비 중인 것. 성적과 별개로 홈 구장 5000명 이상 수용, 유스팀 운영, 연 수입 10억 엔(약 90억 원) 이상의 조건을 충족한 팀만 1부 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외국선수 3명과 귀화선수 또는 아시아쿼터선수가 동시에 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생각 자체가 다르다. 외국선수 3명과 귀화선수 또는 아시아쿼터선수가 함께 뛰면 자국선수들의 불만이 없냐고 물어보니 경쟁을 원치 않으면 B.리그 프리미어가 아닌 하부 리그에서 뛰면 된다고 하더라. 현재 B.리그 최고 연봉이 2억 엔(약 18억 원) 정도로 알고 있는데 그들은 2억 엔을 뛰어넘는 스타선수가 나올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 세계에서 NBA 다음가는 리그를 목표로 노력 중이다.” 이규섭 해설위원의 말이다.


일본 농구의 청사진이 현실화 된다면, 일본 농구 팬들은 안방에서 NBA 다음 가는 수준 높은 농구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외국인선수 3명, 귀화 혹은 아시아쿼터 선수 1명이 코트에 나온다면 일본 선수는 1명 밖에 뛰지 못하지만, 크게 걱정할게 없죠. 해당 선수는 일본 농구 최고의 재능 중 하나일테고 외국인선수들과 경쟁하며 성장할 슈퍼스타이자 NBA 진출을 목표로 삼는 일본 농구의 자랑이 될테니까요.

1부 리그 (새롭게 출범할 B.리그 프리미어)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는 자연스럽게 2부 리그에 가서 뛰면 됩니다. 2부 리그이지만, 구단의 연간 운영비는 KBL과 비슷한 수준이고, 오히려 다수의 외국인 감독이 포진해 선수들의 발전을 돕고 있죠.

3부 리그까지 가도 수준이 결코 낮지 않습니다. 얼마전 3부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후쿠이에는 과거 KBL에서 뛰었던 데이비드 사이먼이 소속되어 있고 많은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KBL에서 자리를 찾지 못했던 몇몇 선수들이 일본 하부리그에 진출 했지만 경쟁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죠.

앞으로 외국인선수 시장, 아시아쿼터 시장에서도 KBL은 일본 B리그와 경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KBL에서 잘하는 선수들 또는 구단들이 영입을 원하는 선수들은 더 높은 연봉과 기회가 있는 일본으로 향하게 되겠죠.


-.우리는…

KBL에는 풀지 못하는 불합리의 고리가 존재합니다. (1) 일단 인기가 없고 (2) 구단들(기업)의 입김이 강해서 구단 이기주의가 있으며 (4) 농구발전/국제대회/선수권리 등은 늘 후순위에 놓여있죠. 그렇게 또 농구는 인기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소속되었던 선수가 이탈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고 타팀의 전력 보강을 경계하는 자세가 강합니다.

그런 배경에서 현재 KBL FA제도는 복잡한 보상제도로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적을 제한하고 있죠. 물론 좋은 방향으로 지속 개선되고는 있지만, 그 속도를 생각하면 아직 아쉬운게 사실 입니다.

몇년 전부터 아시아농구 발전을 위해 도입된 아시아쿼터는 어떤가요? 개인 기량이 좋은 필리핀 선수들이 KBL에 진출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전력불균형과 국내선수들의 자리 보전을 위해 타리그에는 없는 기준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죠.

필리핀 선수들은 본인과 부모 국적이 모두 필리핀이어야 KBL 진출이 가능합니다. 요즘 같은 국제사회 분위기, 특히 혼혈이 많은 필리핀 상황과는 괴리가 큰 기준이죠. 그렇다보니 비슷한 금액에 영입이 가능한 몇몇 필리핀 선수들은 영입 후보 명단에서 지워지기도 했고 이선 알바노처럼 이중국적을 보유한 필리핀계 미국인이 아시아쿼터로 한국을 찾는 특이 케이스도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KBL 선수들이 해외진출을 하는 경우는 어떤가요?

https://naver.me/GEIyqh1l

https://v.daum.net/v/20230510070114754


KBL은 2023년 FA 시장을 앞두고 [국내구단으로부터 영입의향서를 받은 FA 선수가 이를 거부하고 해외로 나갈 경우, KBL에서 5년간 뛸 수 없다.]는 제도를 신설 합니다. FA 선수들의 아시아쿼터 진출을 막기 위한 제도였죠.

FA 설명회에서 김성태 KBL 사무처장은 “FA라도 KBL 제도 안에 있기 때문에 국내 구단 영입의향서를 받은 선수가 해외로 가면 5년간 자격정지가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구단과 선수 간의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선수들의 FA 자격이 완전한 자유가 아님을 KBL이 공식적으로 선포한거죠.

이현중, 양재민처럼 아예 KBL을 거치지 않아야만 자유롭게 해외리그 진출이 가능한 실정입니다.

제한을 풀고 외연을 확장 중인 일본 B리그와는 상반된 행보인데, 특히 EASL이 부상하면서 아시아농구가 활발히 교류하며 성장하는 중에 KBL만이 갈라파고스를 지향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최근 꿈틀하는 느낌은 있지만, 농구인기가 답보상태인 상황에서 우리의 파이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면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무대와 방향을 함께 하는게 맞다고 봐요.

아시아쿼터와 해외무대 도전은 결코 한국농구를 위협하는 카드가 아닙니다. 국내 농구를 더 풍성하게 해주고 선수들에겐 경쟁과 성장의 장이죠.

KBL이 제한하고 규제하며 자꾸 문을 닫는 중에 적극적으로 교류 중인 일본 B리그의 혜택을 우리 선수들이 조금 받기도 했습니다. 박세진, 박재현, 이정제, 장문호 등 한국에서 자리를 찾기 어려운 선수들에겐 B리그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줬죠. 물론 성공 여부는 그 다음 문제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훨씬 팀이 많고 시장이 큰 일본 B리그와 교류는 전혀 손해볼게 없는 장사입니다.


-.투자가 곧 성공이 되는 리그를 바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결국 돈 입니다. 투자가 이루어질 때 기회가 존재하고 투자 없는 성공이란 존재할 수 없죠.

그런 관점에서 부산 KCC의 우승은 의미가 있습니다. 부산 KCC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구단이고 그 결실을 이번에 맛봤죠. 제도적으로 제한이 많은 상황에서 제도를 넘나드는 운영은 우려가 많지만, KBL 내에 돈을 써야 우승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길 기대해 봅니다. 돈을 쓰는 구단을 중심으로 제도가 바뀌어 가야죠.

외국인선수, 아시아쿼터 선수에 대한 제한들을 완화하고 리그 내외로 선수들이 활발히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투자하는 구단은 좋은 선수들을 확보해 성적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선수들 입장에선 잘하는 선수들은 더 수준 높은 리그에 진출해 경쟁할 수 있고 국내에서 기회를 찾지 못한 선수들은 다른 리그에서 반전의 찬스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앞서 일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아시아에 떠오르는 또 다른 국가로는 필리핀이 있습니다. 필리핀은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죠. 필리핀은 농구인기가 매우 높은 나라이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1962년 자키르타 이후 61년만이었습니다.

그동안 필리핀은 농구 인기가 정말 어마어마하고 수많은 선수들이 프로의 꿈을 가지고 농구를 하고 있었지만, 그 열정과 선수팜이 필리핀 국내에서만 머물고 있는 느낌이 있었죠. 그렇기에 기대만큼 국제 무대 성적도 잘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한국과 일본, 더 좋은 환경에서 필리핀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고 필리핀의 어린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아시아 무대에 도전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필리핀 국가대표 스타이자 아시아쿼터로 활약 중인 라모스와 아반도의 필리핀 내 인기는 매우 높으며 해당 선수들을 보며 꿈을 키우는 어린 선수들은 더 많아지고 있죠. 아시아쿼터와 귀화 선수를 활용해 빠르게 성장하는 필리핀 대표팀이 이제는 더 이상 한국 대표팀보다 아래라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무조건 무제한을 외치는건 아닙니다. 리그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은 필요하겠죠.

하지만, 아시아농구 판세가 빠르게 변하는 와중에 구단의 투자를 막고 선수의 도전을 발목 잡는 제도는 과감히 바꿔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KBL 챔피언결정전은 관중 동원에 있어 연속으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리그가 코로나 이후 의미있는 흥행을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이런 물결은 매번 오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를 수 있을 때 파도를 타고 리그 발전을 달려야해요. 기회는 결코 자주 오지 않습니다.


생각나는대로 적었는데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노잼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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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76다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8 감사합니다.
  • 작성자Derrick Martell Rose #1 | 작성시간 24.05.08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국내 시장의 부흥을 위해 국내 스타 양성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외국인 선수의 비중에 제한을 둬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이 글을 보니 제 생각이 진짜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본리그를 느바 다음으로 만들겠다라는 포부라면, 리그를 저렇게 운영할 수 있고 보는 사람도 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좋은 리그를 보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기겠네요. 일본이 축구도 월드컵 우승을 노리며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있고, 농구도 이런 계획을 세우는 거 보면, 허황되고 비웃음을 살 수도 있는 계획이지만 이런 계획을 통해 제대로 나아가겠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부럽네요.
  • 답댓글 작성자76다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8 일본은 결국 그게 가능한 인프라를 갖췄죠. (3부까지 54개팀) 우리는 현실적으로 그걸 따라가긴 어렵고요. KBL의 환경상 국내 선수 보호를 위한 장치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무조건 지키기보단 리그를 오픈하는데 조금은 적극성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 작성자STOP | 작성시간 24.05.08 캬~ 역시 글빨이.. 농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잘 나타나는 글이네요.
  • 답댓글 작성자76다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8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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