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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을 이기고 따낸 금메달 기적의 주인공 - 신산(神算)

작성자Doctor J|작성시간23.01.12|조회수2,811 목록 댓글 34

238센티의 무티에추가 뛰던 1970년대 내내 아시아의 탑 자리를 번번이 놓쳤던 한국.

 

그 무티에추가 은퇴를 했고, 드디어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1982년 인도 뉴델리 아시안 게임. 

 

한국도 풀전력은 아니었습니다. 10년 동안 대표팀의 백코트를 이끌던 김동광이 아시안 게임 직전에 은퇴를 했고, 센터 조동우가 간염으로 팀에 합류하질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감독 자리를 누구나 꺼려했기 때문에 대표팀 감독 경험이 없던 방열 감독에게 지휘권이 주어졌습니다.

 

뭐가 가능성은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대표팀이 금메달 전력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그런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대회는 열렸고, 한국은 필리핀, 북한, 인도를 누르며 승승장구 했습니다. 준결승에서도 숙적 일본과 만나 박수교 선수의 결승골로 1점차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안착했습니다. 

 

이충희, 박수교, 이 두 선수의 득점력은 한국팀의 상수였습니다. 그러면, 중공을 상대로 한 결승전에서 누가 변수 역할을 해줄 것이냐가 관건이었죠. 그가 바로 신산, 신선우였습니다. 

 

신선우 선수는 189센티의 센터로서 맥스 버티컬이 무려 90센티에 달했던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관리를 못받고 혹사당하면서 무릎연골이 다 닳아 없어졌고 여러번의 수술 끝에 간신히 재기를 한 상황이었습니다. 조동우가 빠진 전력에서 점프력을 잃어버린 한 센터의 활약 여부가 바로 한국팀의 변수였던 것입니다

 

 

1. 스틸에 이은 빠른 속공 패스

경기 시작하자마자 강한 완력으로 공을 뺏어내어 박수교에게 연결, 이충희가 가볍게 골을 넣습니다. 

 

 

2. 환상적인 피벗 플레이에 이은 어시스트 

마치 빌 월튼처럼, 하이 포스트로 나와 본인이 돌파를 하거나 스핀 무브를 통해 오픈맨을 찾아 공을 넣어주는 능력. 이게 신선우의 장점이었고, 수비하던 상대팀 센터진으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드는 전법이었죠. 워낙 풋워크가 좋은 선수였어서 수비 타이밍을 잡기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3. 풋백 레이업  

박수교 특유의 턴어라운드 점프슛(저 당시엔 박수교의 저 슛을 "트위스트" 슛이라 불렀습니다)이 미스되고 그 공을 낚아채 부드러운 핑거롤로 성공시키는 신선우. 신선우 선수는 점프슛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으나 핑거롤 기술은 매우 뛰어났던 선수입니다. 

 

 

4. 마치 포인트가드처럼 속공을 이끄는 센터

여유롭고 부드럽게 임정명에게 A패스 찔러주는 신선우.

 

 

5. 또 다시 피벗 플레이로 찬스 만들어준 센터 

페인트존 안에서 장신 수비들에게 둘러싸여도 절대 서두르지 않습니다.

 

 

6. 찬스만 나면 돌파 레이업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핑거롤 기술이 뛰어나서 어느 위치에서나 부드러운 레이업이 가능했던 선수.

 

 

7. 스핀 무브에 이은 왼손 레이업

몇 개의 영상만 봐도 중공 센터진이 얼마나 애를 먹는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8. 그 유명한 "수교야, 들어가" 플레이

이충희-신선우-박수교 현대 3인방의 콤비 플레이.

 

마치 스테판 커리, 드레이먼드 그린, 클레이 탐슨, 3인방의 플레이를 보는듯 합니다.

 

 

9. 속공 상황에서 노련하게 파울 얻어내는 모션

신선우 선수는 이 경기에서 영리하게 얻어낸 8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켰습니다.

 

 

10. 신선우 투 이민현

후반전 숨막히던 접전 속에 신선우가 만들어준 찬스를 대표팀 막내 이민현이 잡아 슛 시도. 안 들어간 볼을 이민현이 다시 풋백으로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유지할 수 있었던 귀중한 플레이입니다.

 

 

11. 후반전 5분 남기고 신선우의 어시스트를 받은 이충희의 깨끗한 슛

5분 남기고 한국이 77 대 72로 이기고 있던 상황. 신선우의 스크린과 어스스트를 받은 이충희의 슛으로 한국팀이 7점차 리드를 잡는 순간입니다.

 

 

12. 신선우 투 신동찬 - 결정적인 플레이

중공의 추격은 실로 대단했습니다.경기 종료를 얼마 안 남기고 턱 밑까지 쫓아왔으나, 신선우가 신동찬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주며 다시 점수차를 벌릴 수 있었고, 결국 한국은 리드를 안 내준 채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습니다.

 

신선우는 이 날 (저의 스탯 기록에 의하면) 16득점, 10리바운드, 13어시스트, 3스틸, 1블락샷을 기록했습니다.

 

신동찬-박수교 백코트였으나, 실질적인 팀의 플레이메이킹은 이 센터의 손에서 이뤄졌습니다. 노련하고 유능한 리딩 가드가 둘이나 있었음에도 상대팀 진영까지 볼을 운반한 것도 신선우였고, 신선우가 박수교나 신동찬에게 공을 넘겨 주면 신선우가 다시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건네받고, 박수교, 이충희, 신동찬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지점에서 오픈 찬스를 기다리는 식이었죠.

 

신선우가 특별했던 점은, 8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센터는 골밑에서 궂은 일을 하고 스크린이나 서주는 역할이 고작이었는데, 그런 기존의 센터들과는 격이 다른 농구를 구사했기 때문입니다. 포인트 가드보다 공을 더 많이 소유했고, 하이 포스트로부터 패싱력으로 게임을 풀어나갔던 올라운더였고, 자신이 맡은 상대팀 센터를 꽁꽁 묶어버리는 수비력은 물론, 패싱 레인까지 차단하며 많은 스틸까지 유도해내는 빅맨이었습니다. 신선우는 단 10점만 득점하고도 경기를 장악했다는 소리를 듣던 특별한 센터였고, 그의 이런 장점이 모두 나왔던 경기가 바로 이 82년 아시안 게임 결승전이었습니다.

 

BQ가 너무나 좋았고, 순간적인 재치나 센스, 그리고 말도 안되는 여유로움과 침착함... 그는 말 그대로 신산(神算)이었습니다.

 

또한 그의 현대팀 수장이었던 방열 감독의 지략 또한 대단했습니다. 중공을 꺾기 위해 토너먼트 내내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수비법을 들고 나와 중공 팀을 괴롭혔던 것입니다. 런앤 점프(Run & Jump)와 매치업 존(Match-up zone), 그리고 2-3 존 디펜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투 아웃 쓰리 백(Two out Three Back)이라는 다양한 수비를 선수단에 주문했던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수비 방법은 모두 일반적인 수비법이 아니었습니다. 런앤 점프는 선수들 체력이 심하게 사용되는 쉽지 않은 압박 수비 방법이었고, 투 아웃 쓰리 백 역시 상대 코트부터 압박을 하는 체력과 공간 협업이 요구되는 고난도 수비법이었죠. 그나마 매치업 존 정도가 선수들이 이해하기 쉬울 정도였고요.

 

그리고 공격은 속공이 아닌 이상, 무조건 30초 룰을 다 쓰는 지공작전을 폈습니다. 성미가 급한 중공 선수들이 수비하다가 짜증이 날 정도로 경기 내내 지공작전만 썼습니다. 24초 동안 공 돌리다가 마지막 6초에 슛을 쏘는 전법을 고수했는데, 그 때마다 이 현대 3인방이 슛을 성공시켜줘서 이런 기적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 게임 남자농구 금메달의 업적은 위대한 감독, 위대한 선수들이 합작해낸 위대한 승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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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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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yourolnywan | 작성시간 23.01.14 신산 신선우..
    그의 플레이에서 강한 허슬이 느껴집니다.
  • 작성자웃겨라 동해야 | 작성시간 23.01.20 와...센터였다니 ㄷㄷㄷ 당연히 가드 아니면 스포정도(?)라고 생각했는데
  • 답댓글 작성자Doctor J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1.20 중고교 시절부터 은퇴하는 순간까지 올라운더 센터였습니다. 부상 전엔 점프력과 힘이 엄청 좋아서 단신이었어도 빅맨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고요.

    허재가 가장 닯고 싶어했던 우상이었습니다. 허재가 왜 그토록 리바운드와 패스에 신경을 많이 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 답댓글 작성자웃겨라 동해야 | 작성시간 23.01.20 Doctor J 닥터 제이님께 또 배워갑니다
  • 작성자줄리어스랜들 | 작성시간 23.01.30 저랬던 신산이 감독으로 이상민-추승균-조성원-맥도웰-재키존스를 만났으니 얼마나 신났을지.. 그시즌 끝나고 재키존스를 SK에 보내지만 않았어도 3연속 우승 가능했을텐데.. 그래도 감독으로도 대단했지만.. 그때의 이조추맥키 라인업이 진짜 쉴세없이 몰아치는 파도같았는데 두고두고 아쉽네요 물론 저는 대우팬이어서 뼈속깊이 그때의 현대걸리버의 막강전력을 기억하고 있지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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