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크리스마스 Eve 가 맞나요 ? 너무 썰렁해서...
일하며 케롤송 들으며 내 추억속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립니다.
국민학교 3학년때...크리스마스날
TV속에선 화이트 크리스마스 화면에 케롤송을 얹어서 한껏 분위기를 띄우는데
엄마랑 둘이서 그저 TV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친구들 만나서 재밌게 놀고 있을 누나나 동생들이 질투 날 정도로 쓸쓸한 성탄절.
우리집은 동네 구멍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 먹고 싶은거 있음 가져와 먹어 ~ ' 라고 하셨다.
평소에 절대 파는건 못먹게 하셔서 돈 훔쳐 동네 다른가게에서 사먹곤 했는데...
뭘 집어왔는진 기억나지 않지만 신이 나서 내 마음속에 츄리에 환한 불이 켜졌다.
대학교때 크리스마스날
듣고 싶은 음악을 짬짬이 수첩에 적어서 시내에 나간다
츄리위에 반작이는 안개등과 솜뭉치를 얹어서 예쁘게 치장한 가게들을 구경하며
빙 크로스비의 케롤송이 깔리는 레코드점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적어간 노래를 테이프에 녹용해 달라고 주문하고
다시 화려한 거리로 나오면 시린 바람속에서 은방울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했다
우리애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온 저녁
빳빳한 색종이 위에 풀칠을 하고 그 위에 은가루 금가루를 뿌리고
빨간 산타모자를 오려붙여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보낸다
츄리엔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가 걸려있고
오색전구를 휘감은 루돌프가 그 아래 서서 코를 반짝이고 있었다.
지금보다 전혀 잘 살지 않았던 그 시절에 크리스마스는 오히려 풍요로웠다.
왜 경제는 부유해졌다고 하는데 삶은 이랗게 삭막하고 허무해지는지...
우리 자식들에게 내가 느꼈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못 만들어주는게 안타깝다.
오늘 밤비행기로 터키를 2주간 다녀옵니다
미리 송구스럽지만 영신하시고 근하에 신년하시리라 믿습니다.
다녀와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 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