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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행복의 정복!!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4.02.28|조회수616 목록 댓글 18

Those whose outlook on life causes them to feel so little happiness that they do not care to beget children are biologically doomed.

자녀를 낳고 싶지 않을 만큼 삶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생물학적으로 멸종의 운명해 처해 있는 것이다.

Bertrand Russell

 

 

제가 종종 인용하는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이란 책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요즘 러셀의 '행복의 정복'이란 책을 다시 읽고 있는데

역시 명저는 오랜 시간이 흐르고 다시 읽어도 늘 새로운 감동을 줍니다.

제가 러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문장 틈틈이 생동하는

러셀만의 위트와 핵심을 찌르는 역설적인 표현들 때문입니다.

어쨌든 제가 위에 언급한 문장을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첫째는 저희 집사람은 나름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과,

저는 상대적으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두 명의 자녀가 있는데,

지금도 집사람은 늦둥이를 하나 더 낳기 바라는 반면,

저는 셋째 생기면 가출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니 말입니다..ㅋㅋ

..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거의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부부가 2명 이하의 아이를 낳으면 인구가 늘어날 수 없지요.

더군다나 갑작스런 출산율 저하는 고령화라는

치유 불능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물론 현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유입하여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 기업들의 이익을 보장하고자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서민들의 삶은

앞으로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그 이면에 다문화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붕괴시키고자 하는

지배 세력의 음흉한 음모가 아예 없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어쨌든 러셀의 말에 따르면 아이를 낳지 않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행복한 국민들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입니다.

낳기도 전에 미리 질려서 출산 포기를 하니 말입니다.

물론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당장의 결핍 때문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 때문입니다.

지금의 소득이 계속 유지된다고 한다면,

혹은 지금보다 좀금이나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미래가

최소한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아이들을 낳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

러셀 이야기가 나온 김에 러셀의 말을 좀 더 인용해 볼까 합니다.

..

오늘날 부자들이 종종 교양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있으나 대체로 전혀 다른 타입이다.

그들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 자신의 명성을 위해 화랑을 만드는 경우에도 그림의 선택은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그가 그림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쾌락은 그림 자체로 부터의 즐거움이 아니라 다른 부자가 그 그림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데서 오는 즐거움이다. 그가 만약 유대인이라면 음악에 대해 진정한 감상 능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의 부자들은 다른 예술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교양을 갖고 있을 턱이 없다. 지금까지 말한 이러한 이유로 인해 결국 부자들은 여가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알지 못한다.

부자가 되면 될수록 돈을 버는 일은 더욱 쉬워지고, 드디어는 하루에 5분간만 일해도 어떻게 써야 좋을지 모를 정도의 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이렇게 이 불쌍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모르게 된다. 성공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는 한, 앞에서 말한 사태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성공한 후에 어떻게 그 성공을 처리하면 되는지 배우지 못했다면, 성공은 반드시 성공한 자를 권태의 먹이로 만들어 버리게 될 것이다.

..

제가 현 부채 자본주의는 그 구조상 계속 유지될 수 없다고 말씀드려왔는데,

사실 그 자본주의 속 현대인들의 삶 또한 계속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끊임없는 경쟁과 팽창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의 생활의 방식 속에서

현대인들의 신경은 거덜 나고, 근심이 몸에 배여 그럴 필요가 없을 때에도

근심하는 버릇을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돈을 벌어 부자가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적인 피로는 충분한 수면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불필요한 습관적 걱정이나 불안으로 인한 정서적 피로는

그 자체로 휴식과 깊은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치료할 뚜렷한 묘책이 없습니다.

결국 술과 마약, 혹은 습관성 소비나 도박과 같은 중독 현상을 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중독 현상은 일시적 탈출구가 되어줄 뿐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면

더 큰 정서적 피로와 마주쳐야 되는 것이지요.

철학자 사르트르의 말처럼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계속 피하려고 하다보면

결국 남는 것은 회복불능의 정신적 피로일 뿐입니다.

이러한 기만적인 현실 탈출 사이클은 현실 극복이란 자신의 약속을 결코 지킬 수 없는 것이기에

말 그대로 현대인들은 신경쇠약으로 인한 대대적 멸종의 운명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

물론 자본주의가 지금처럼 발달하기 이전 사람들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권태와 싸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느리게 사는 지혜가 있던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단란한 가족’이 주는 해결의 기약 없는 권태가

그져 충분히 예측 가능한, 그리고 견딜만한 일상이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현대인들에게는 바쁜 일상 틈틈이 스며드는 권태는

기존의 안정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위협적 요소이며,

그 권태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거의 모든 것을 바쳐 싸우게 됩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운반하는 가장 소중한 존재인

자녀를 갖는 것 자체에도 불안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가로채는

‘배우자 도둑’과 맞서 적극적으로 싸우도록 진화되었지만

이러한 진화론적 회로는 현대에 와서 그 본래의 의미를 잃고

즉각적 생존을 위한 수준 낮은 ‘질투’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질투는 종의 유지에 기여하기 보다는

단지 정서적 불안을 증진시키고 있을 뿐이지요.

즉, 유전자의 생존 회로가 오히려 종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는 꼴입니다.

더 낳을 생각은 안하고 서로 죽이려고만 하고 있으니 말이지요.ㅠㅠ

..

결국, 권태 앞에서 생존의 활로를 찾기 포기한 종들은

종의 종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 문명은 부채 자본주의 시스템의 붕괴로 망하기 전에

시스템 구성원들의 신경쇠약으로 말미암아 먼저 붕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겠지만 말이지요.

그 얘기는 물질적 기반이 붕괴가 되어도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정신적 준비가 되어 있다면

경제적 어려움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사실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굶주림 자체가 아니라

남의 눈에 보이는 자신의 '위신'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당면한 부동산 붕괴나 금융 시스템 붕괴를 걱정하기보다

각자의 정신건강 상태와 현실 안주 메커니즘을 극복할 수 있는

즉, 새로움을 포착하는 이성의 기능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항상 모든 문제는 그 문제가 존재하는 인식 단계에서만 문제일 뿐이지,

우리의 인식 수준을 높이면 더 이상 문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물론 현실적 경제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물질적 대비는 해야 되겠지만

이는 예견된 해일에 대비해 방파제를 손보는 수준의 대비일 뿐입니다.

진정한 대비는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높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며,

이는 결국 의식 수준을 높임으로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

인식 수준을 높여야 된다는 말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때 심각하게 느꼈던 문제들이

성인이 되면 아무 문제가 아니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듯이

인간의 지적, 영적 성장에는 그 끝이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쉬운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다보니

아래 글에 코난님이 언급한 것 처럼 힐링도 유행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강신주 박사의 뒤에 있는 책으로 가득찬 그의 서재는 무시하고

오직 몇 마디 그럴듯한 말에서 위안을 찾고자 한다면

이는 처음부터 실패가 예정된 임시 방편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혹시 삶이 불행하다고 느껴지신다면

강신주의 그럴듯한 래디 메이드 강의를 듣기 보다는

혼자 조용히 소파에 앉아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읽어보심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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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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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논산댁 | 작성시간 14.02.28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철학책 손에서 놓은지 한참인데..^^.. 그래도 읽고 싶다는 마음은 있는지 늘 책꽂이 잘 보이는 곳에
    잘 모셔두고 있습니다. ㅎㅎ

    비빔밥님 말씀대로 다시 한번 책장을 넘겨야 겠군요..
    오늘은 장 담느라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피곤함이 비빔밥님 글로 인해 무뎌지는군요.
    건강하십시오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3.02 책의 지혜도 중요하지만 토양과 땀이 주는 지혜를 넘을 수는 없지요!!
    그래서 농부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이란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논산댁님도 늘 건강하세요!!^^
  • 작성자friend(부산) | 작성시간 14.03.03 행복의 핵심, 삶의 핵심! 감사합니다.^^
  • 작성자by유리구두 | 작성시간 14.04.25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비빔밥님의 예리한 통찰력에 감탄할 뿐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겔러 | 작성시간 14.10.06 좋은글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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