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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송곳'이 없는 사회의 비극!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4.04.17|조회수922 목록 댓글 11

어제 구조 상황을 지켜보느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 특히 자녀를 갖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모두 같았으리라고 봅니다.

오열하는 부모들, 그리고 차가운 물속에서 죽음의 공포와 마주쳐야 했던,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차디찬 물속에서 청춘을 마감한 어린 영혼들..

정말이지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생존자들이 에어포켓에 있다는 소식도 있으니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져봐야 될 것 같습니다.

..

도대체 왜 이런 인재들이 반복되는 것일까요?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로 소중한 젊은이들을 잃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런 비극이 발생하다니 분통이 터지기에 앞서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1999년 19명의 유치원생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씨랜드 사건 이후

메달과 훈장을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김순덕 씨의 외침이 떠오릅니다.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대충대충 빨리빨리 덮어버리고 넘어가는 바람에

진실이 가려지고, 그것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 고통을.

둘째 아이를 위해서도 이 나라를 떠나야겠습니다!“

 

당시 김순덕씨를 비난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김순덕씨는 남은 자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겠지요.

..

어제 그 짧은 시간에 보여준 정부의 모습은 우왕좌왕 그 자체였습니다.

마치 재난 상황에 대한 어떠한 매뉴얼도 없다는 식의 뻔뻔함..

정작 책임져야 될 사람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만 책임을 전가하는 못된 관행들..

언론조작!

진실은폐!

공작정치!

..

하지만 현 사태에 대해 정부만을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번 세월호 침몰은 다른 인재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사회 거의 모든 부분에 공통된 모순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들은 이를 빌미삼아 여당을 비난하겠지만

사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다 하더라도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우리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안전 불감증,

편법과 불법,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뇌물 문화,

마지막으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학창시절,

그리고 늦어도 군 생활을 하면서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부조리를 깨달았겠지만

이는 대통령이 어떻게 하라고 해서 바뀔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아마도 정치인들은 펴보지도 못하고 죽어간 청춘들의 생명을 걱정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한 득실을 따지느냐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겠지요.

소중한 생명들이 차디찬 바닷물에서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한미방위비 비준안(9200억)은 일사천리로 통과되었으니 말입니다.

..

어제 논산댁님께서

네이버의 ‘송곳’이라는 웹툰을 소개해 주셔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았습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미 삶속에서 체험한 부분들이겠지만

어제 있었던 세월호 사고와 오버랩이 되면서

이제는 무언가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부조리에 익숙해져 체념한 모습,

바로 그것이 100여 년 전 종군기자로 한국을 찾았던

‘야성의 소리’의 저자 잭 런던이 한국인의 눈에서 보았던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일갈하기를 ‘모든 조선인들을 다 죽여 버리고 싶다!’라고 감히 말했던 것입니다.

조선인들을 보고 차라리 ‘자살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라고 까지 말한 잭 런던은

그의 저작 ‘야성의 소리’에서 보여주듯이 끝임없이 권력에 반항하고 도전하는 것이야 말로

삶을 가치 있게 해주는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생명을 잃은 희미한 눈빛을 가진 스스로 체념한 노예 민족!

잭 런던의 눈에 조선인들은 생존 가치가 없는 민족으로 비춰졌던 것이지요.

..

하지만 그의 그런 절망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쟁 후 한국은 정말이지 세계사에 유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의 견문록에서 조선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게으른 민족’이라 평했지만

지금의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근면한 민족으로 꼽힙니다.

우리민족은 지도자들이 방향만 잡아주면 밤낮없이 일하는 민족입니다.

그러나 단지 그러한 성실성만으로 발전한 것은 아닙니다.

바로 앞서 말씀드린 네이버 웹툰에서 비유적으로 표현한

‘송곳’과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최근 일어난 많은 의문의 사건들 속에서

은폐를 뚫고 나오는 송곳과 같은 존재들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일까요?

어쩌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상적인 자기 최면에 취해

말끔한 비닐 밑 분뇨 덩어리 사이에서 비닐을 뚫고 나오는

‘송곳’을 오히려 못마땅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마도 그 ‘송곳’이 발생시키는 냄새가 버거운 것이겠지요..

일개 직원의 힘으로 삼성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배를 뚫고 나왔던 ‘송곳’,

바로 김용철 변호사가 ‘내부 고발자’라는 비난을 받고 우리 사회에서 매장되었듯이 말입니다.

사실 ​김용철을 죽인 것은 삼성이 아니라 사실 집합적 의미의 대한민국이었지요.

..

수많은 승객들을 뒤로하고 혼자 빠져나온 ‘선장’이 이끄는 배를 탄 사람은

단지 운이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자체가 죄였던 것일까요?

왜 그는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와 함께 자신의 목숨을 버린

타이타닉의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나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함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세계 해군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그라프 슈페호의 함장

‘랑스도르프’와 같은 명예로운 선택을 하지 못한 것일까요?

그의 모습에서 헛된 공약만 남발하며 정작 백성들의 안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았다면

너무 지나친 과장일까요?

..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해 ‘현정부’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 전반의 부조리를 여실하게 보여준 사건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국민들은 찬 바닷물 속에서 죽어간 수백 명의 젊은이들에게

조금씩이나마 모두 죄를 진 것이지요.

부디, 이 아수라장을 떠나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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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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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코난(경기) | 작성시간 14.04.17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가진다죠 정치뿐만아니라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듯합니다 치안,재난시 위기대응능력, 사고수습능력같은 국민의 생명이 경각에 달했을때 나라가 잘 보호해줄수있느냐도 ....
  • 작성자논산댁 | 작성시간 14.04.17 저 역시 어제 오늘 아무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세 아이의 엄마이다보니 더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하느님이 그들을 보호해주시길 기도했습니다.
    답답한 하루네요...
  • 작성자和敬淸淑 | 작성시간 14.04.18 피어나기도 전에 빼앗긴 꽃들
    모두모두 꺾이지않기를 염원하는맘입니다
    가슴이 찢어질듯합니다
  • 작성자순백이아빠 | 작성시간 14.04.26 유구무언
  •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5.07 이 글을 쓸 때만 하더라도 현 정부를 비난할 맘이 없었으나 사고 수습을 보면서 비난을 좀 해야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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