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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고문관의 추억~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4.07.10|조회수742 목록 댓글 18

최근 임병장 사건 이후 군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지만

반면 의지박약한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늘었습니다.

요지는 부모들이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의지가 약하다는 것인데,

이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히려 군대가 그런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상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고

위계질서를 가장 중시하는 과거의 늠름한 청년상은

사실 ‘노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지요.

그런 전근대적인 인간상을 기준으로 놓고

요즘 젊은이들을 평가하면

그 기준을 가볍게 통과할 젊은이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충분히 정상적이고 나름 바람직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관심병사가 되고 그로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군요!

사실 저 또한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졸병 때 선임들의 엄청난 갈굼을 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당시 선임들이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정상적인 사회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불합리하고 잘못된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병들 간의 그러한 잘 못된 관행들은

간부들의 명시적 지시, 혹은 암묵적 승인아래

당연한 군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졌고

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병들은

문제 사병으로 낙인찍히게 된 것일 뿐입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가 그러하리라고 봅니다.

..

더 큰 문제는 군 생활이라는 것 자체가

30개월을 복무한 저의 경험으로 비춰봐도

실제로 ‘국방의 의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업무라는 게 사실상 간부들 뒤치다꺼리하는 것이다 보니

현실 군 생활이란 입대 전에 생각한 ‘신성한 국방의 의무’

혹은 ‘나라를 지키는 일’과는 거리가 먼

매일 반복되는 노가다와 삽질의 연속일 뿐이었고

(제 기억으로 군생활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장교님들이 테니스 치시는데 지장이 없도록 

테니스장의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병들끼리도 우리는 단지 간부의 ‘노예’일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지요.

물론 일부 몰지각한 하사관들은 병사들을 향해

‘버러지들’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우리는 뒤에서 그들을 ‘인간쓰레기들’이라고 부르며

이 무의미하고 지겨운 군 생활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

대한민국 남성에게 있어 군 생활이란

어떤 식으로든 씻기 힘든 트라우마를 남기게 되는데,

20대 초반 청년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사건들,

특히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는 폭행들에 연루되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사건들을

한 두 번씩은 경험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군생활의 악몽들은

제대 후 사회로 복귀한 후에도

끊임없이 다시 부활하게 되는데,

어디가나 소대장을 쏙 빼닮은 과장이 있게 마련이며

또 대대장을 너무나 똑같이 빼닮은 괴팍한 부장,

그리고 사단장의 부활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유체이탈 화법의 달인인 사장 등등..

군대에서 만난 부조리하고 이중적이며 자기밖에 모르는

비열한 인간 군상들이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군대의 부조리와 모순이 거대하게 확장된

하나의 거대한 병영 사회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군대화된 병든 사회 속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

군생활을 하면서 든 의문점!

과연 저 인간들이 군인이 맞는가?

그리고 과연 저들은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가?

대부분 단지 세금에 기생하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기생충들일 뿐 아니가?

그나마 의지가 있다면

‘승진’에 관련된 무한한 욕망과

‘공짜’에 대한 집요한 집착에서 나오는

상당히 비정상적인 동물적 의지!

30개월이라는 지루한 군생활 동안 보고 느낀 것은

바로 군대라는 이름의 세월호였고

우리 사회인 거대한 세월호의 축소판이라는 사실!

특히 공무원 사회라는 또 다른 형태의 거대한 군대!!

그리고 이제 우리 사회는 군대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그간 누적되어 온 내적 한계로 인해

스스로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최악의 상황!

바로 리더십의 부재!!

인사 청문회에 그 기름낀, 오일리한 면상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들이미는 권력의 화신들!

자신의 범죄를 과거의 ‘관행’이라면 뻔뻔하게 해명하는 쓰레기들!

그리고 그 쓰레기들이 슬슬 통제하기 시작하고 있는 대한민국호..

유유히 흐르던 물이 고이자,

그 틈새를 파고드는 큰빗이끼벌래들..

북한에 비해 44배의 국방비를 쓰고도

북한을 이길 수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군대!

그리고 그 군대에서 그 늙은 귀태들을 위해

기본적 인권도 빼앗긴 채 군에서 노예 생활을 하는 청년들..

그리고 그 시간 미국의 유흥가에서 룸싸롱을 드나들며

청춘을 만끽하는 귀태의 자식들..

무언가 잘못 되도 크게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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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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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열공하자 | 작성시간 14.07.10 우리 사회인 거대한 세월호의 축소판이라는 사실!
    절대 공감합니다.
    늘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양고 | 작성시간 14.07.11 임병장 사건 이후 가장 와닿는 글이네요. 우리나라에서 군이야말로 검찰과 함께 개혁 1순위인듯 합니다.
  • 작성자레프트사이드(서울) | 작성시간 14.07.11 이것은............... 진리의 글이다... !!

    반박할 수도, 토를 달 수도, 지적할 수도 없는.. 진실의 단어만을 나열한 글..

    진리의 문장...!!

    감동받고 추천 하나 누르고 갑니다.. ㅜ.ㅜ;;
  • 작성자순백이아빠 | 작성시간 14.07.13 시원하네요

    저는 40대입니다

    젊은이들한테 아무런 훈계할 명분이 없는 기성세대가 아닌가하는데

    왜 그렇게 요즘 젊은이들 요즘 젊은이들 하면서 욕들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라꼴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이 말이죠
  • 작성자이성환(서울) | 작성시간 14.10.06 저도 25개월을 병역...정말 병사로 군복무하는게 올마니 역겹냐.??의 준말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불합리 비합리..아니 그냥 인간 군상들의 집합소이자 무능한 조직...
    정말 전쟁수행능력도 없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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