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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사유의 부재!!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4.11.14|조회수571 목록 댓글 11

http://media.daum.net/issue/394/newsview?issueId=394&newsid=20141114113909734

 

이번 수능은 물수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보아하니 영어와 수학은 너무 쉬워서 1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지게 되고

국어는 너무 어려워서 변별력 조절에 실패했다고 하는데,

정말 변별력 조절에 실패한 것일까요?

아니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일까요?

어쨌든 아직 세상에 첫발을 내딛지 않은 많은 어린 학생들이

첫 관문에서 쓴맛을 단단하게 보게 되겠지요.

뭐, 이전 글에서도 언급 드렸다시피

1%의 자제들은 내신이나 수능 따위는 크게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만..

..

저는 아직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지만

고등학교에 보낼 생각이 아예 없습니다.

물론 본인이 공부를 너무 잘해 상위 10% 이내의 아이들이 가는

특목고나 자사고를 갈 수준이 되거나

아니면 다른 뜻이 있어서 전문기술 고등학교에 간다면

학교를 안 보낼 이유가 없겠지만

이도 저도 아니라면 굳이 학교를 보낼 필요가 없지요.

제가 여러 차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책임감이 부족한 교사들의 잘못도 크지만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스템적 문제이지요.

부모들은 학교에 아이들을 믿고 보내지만

인성 교육이 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입시 대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면

공기 좋은 시골의 대안 학교를 보내면 되는 일이고

입시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입시로 특화된 특목고를 보내거나

아니면 강남의 학원가로 보내는 게 훨 낫습니다.

이도 저도 싫다면 3년간 아이와 같이 세상 공부를 하는 게

아이의 현실적 미래를 생각하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학교는 반드시 다녀야 된다는

일종의 믿음을 가지신 분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저 또한 학창시절에 하루라도 결석하면 큰 일 나는 줄 알았으니까요.

어쨌든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공부만이 아니다라는 주장들을 하시는데

공부 외에 다른 것을 배우고자 한다면

학교 말고 더 좋은 기회들이 널려있습니다.

인터넷과 주위 도서관 등의 시설만 잘 이용해도

학교 다니는 것보다 더 깊고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지요.

실제로 4각형의 시멘트 교실에서

잡다한 지식으로만 꽉차있는 교과서로

배울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사실 어떠한 예술적 상상력도 자극할 수 없는 사각형의 시멘트 교실은

그 자체로 아이들의 창의력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입니다.

교실을 벗어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과거와 달리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좋은 시설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시간만 된다면

아이와 오랜 기간 여행을 다닐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여행의 경험을 간추려 책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저도 나중에 여유만 된다면 고등학생이 된 아이와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해주고 싶군요.)

우리나라 입시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구요?

과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우리나라 입시 현실이

우리의 상식과 얼마나 맞아 들어가는가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갈수록 중상류층 자제들의 외국 명문대학 진학률이 늘어가고 있음에도

동시에 우리나라의 명문대학 진학률도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 입시 상식이 얼마나 틀린 것인가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정보싸움이고,

고급 정보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고급 정보란

그냥 말도 안 되는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지요.

그런 분들은 일선 학교에서 가장 강조하는 내신성적이

정작 대학 입시에서 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은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학교는 반드시 다녀야 되고 대학은 반드시 가야되고,

결혼은 반드시 해야 되며 자녀도 반드시 낳아야 하고,

직장 생활을 성실하게 가능한 오래 해야 된다는 이 공통된 믿음!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반드시 자기 명의의 집이 있어야 하고,

아이들의 입시를 위해서 부모가 희생해야 된다는 믿음..

이러한 믿음이야 말로 개개인들이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걸림돌이자

일생을 시스템의 노예로 살게 만드는 파란 알약인 것입니다.

물론 공부를 할 거라면 이왕이면 잘하는 게 좋고

대학을 갈 거라면 이왕이면 명문대를 가는게 좋겠죠.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의 포인트가 '경제적 성공'에 맞춰져 있다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 경제적 상황이 급변할 경우

기존의 행복도 산산조각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빚을 내어 행복한 삶은 꾸린 사람들은

파산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은 Well-Being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장 진정한 의밍의 Well-Being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저 또한 위의 많은 삶의 조건들을 맞추며 살아왔고

지금도 그 틀 안에서 삶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틀을 벗어나고자 늘 노력해 왔습니다.

물론 행복이라는 것이 사회적 여건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러하지 않고도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표준이 되기를 요구하는 주위 사람들 때문에

내가 스스로 판단하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후의 선택으로 이민을 선택하는 분들도 계신 것이겠지요.

..

오늘 신문 기사를 보며

어제 수능을 망치고 크게 낙심해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팔다리를 잘라내어 틀에 맞게 끼워놓고자 스스로 노력하는 아이들,

반대로 그 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 치는 아이들을

강제로 끌어와 시스템에 우겨 넣고자 하는 강압적 부모들,

그리고 결국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그 시스템을 벗어나

사회적 실패자로 낙인찍힌 아이들,

입시라는 사회적 이벤트가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민낯입니다.

인문학의 부재,

철학의 부재,

그리고 사유의 부재는

우리 사회를 하나의 광기 덩어리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바로

스스로 사유하기를 포기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걱정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쟁이나 호환 마마 때문이 아니라

혼란스런 환경에서 우리의 정신을 잡아줄

어떠한 이상적 목표가 없다는 점입니다.

영국에서 독립 이후 여전히 정신적으로 유럽의 예속되어 있었던

미국의 정신세계를 독립시키기 위해 새로운 사상 세계의 필요성을 느꼈던

Orestes Bronson, Henry D. Thoreau, Margaret Fuller,

Theodore Parker 등의 미국 지식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비록 전체주의를 찬미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시대 새로운 예술적 사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이탈리아의 Filippo Tommaso Marinetti와 같은

시대를 이끌어가고자 했던 지성인들의 노력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성인들은

지금 이 혼란의 시기에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의존의 세월, 다른 나라에 종속되었던 우리의 도제 삶이 끝나가고 있다.

삶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우리 주위의 수많은 민중들이

항상 외국의 (문화적) 결실들의 말라비틀어진 떨거지에 매달려 살 수는 없는 일이다.“

 

                                               Ralph Waldo Emerson 'The American Scholar'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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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이성환(서울) | 작성시간 14.11.14 비빔밥(경기) 가능할진 모르겟지만 생각이잇는 사람들이라면..가눙하리리봅니다
  • 작성자다우니일 | 작성시간 14.11.14 오늘 아이가 교육청 영재신청하기 위한 학교대표 2명선발에서 탈락되어 좀 속상하기도 했는데 아직 초등이니 천천히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재능을 발견해야 겠네요. 좋은글 감사드려요~~
  • 작성자코난.카페장(경기) | 작성시간 14.11.14 인문학의 부재, 철학의 부재, 생각의 부재가 문제라고 하셨는데 어떤게 더 근본원인일까요
  • 작성자placebo | 작성시간 14.11.15 비빔밥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스크랩좀 해가겠습니다.
  • 작성자열공하자 | 작성시간 14.12.04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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