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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빠는 자와, 빨리는 자!

작성자비빔밥(경기)|작성시간12.07.02|조회수965 목록 댓글 40

일단 들어가기 전에

오늘 제 글에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잔 걸치고 쓰는거라..ㅠ

..

..

학생 때는 가난한 자들을 업신여기는

가진 자들에게 많이 분노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오히려 가난한 이들의 무지함에 더 많이 분노하게 됩니다.

스스로 노예짓 하면서 노예임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진실을 알릴 방법이 없더군요.

그리고 그런 노예가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들 중에 있다면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 아닐 수 없는 겁니다.

..

제가 썰렁한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요?

..

옛날 옛적에 세계를 방랑하는 한 여행자가 있었습니다.

이 여행자가 여행 중 산속 깊은 곳에서 작은 마을을 하나 발견하고

긴 여정을 풀며 휴식을 취하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이방인을 맞이한 마을 사람들의 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마을 사람들의 친절함과 따스한 환대에 긴장을 풀었던 여행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마을이 매우 특이한 분위기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 마을에는 마을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장로가 하나 있었는데

그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급한 일도 뒤로하고 그 집일을 먼저하고

농사가 흉작이어서 자시들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거둔 곡식을 2~3할을 장로에게 먼저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었습니다.

이미 그 마을에서 가장 큰 장로의 새집을 새로 짓느냐

모든 마을 사람들이 매일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했고

그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점점 야위어 갔습니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4~5살 어린 아이들 까지도

장로의 궁궐을 짓는 일을 시켰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그 아이들의 부모들은 서슴없이 모진 매를 들었습니다.

덕분의 그 장로와 그의 가족들은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그 마을에서 주인 행세를 하고 다닐 수 있었지요.

장로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절대적인 순종을 보면서

그 장로가 마을에서 매우 중요한 일을 맡은 사람이거나

아니면 과거에 마을 사람들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을 해낸 사람이 아닐까?

여행자는 나름대로 그 이유를 찾고자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여행자는 주위의 마을 사람들에게

왜 당신들은 그 장로의 노예로 사는지를 묻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여행자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들이 왜 그렇게 살아야 되는지 이유를 아는 마을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으며

자신들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조상 대대로 그 집안을 위해 일해 왔고

그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장로가 사악한 궤계로 마을 사람들을 속여 왔음을 깨달은 여행자는

고민 끝에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를 돌봐주고 있었던 집의 장님 노인이 그를 가로 막습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마을 사람들이 절대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말이죠.

놀랍게도 그 장님 노인은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장로의 조상은 마법사로 마을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어

대대손손 노예로 부려먹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 노인은 태어날 때부터 장님이어서 장로의 최면에 걸리지 않았지만

장님인 자신이 살아남는 길은 그 장로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평생 비굴한 삶을 살아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젊은 여행자는 그 노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이유 없이 매일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장로가 거대한 군대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자신들의 잘 못된 생각 때문이었기에

그 잘못된 생각만 지적해 주면

쉽게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죠.

결국 그는 장님 노인의 충고를 거부하고

마을 사람들 한 명 한 명 만나며

자신이 깨달은 진실을 진심으로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반문에서 서서히 귀찮음으로 바뀌고

설득의 노력이 반복될수록 여행자에 대한 분노로 바뀌게 됩니다.

단지 몇몇 깨어있는 마을 젊은이들과

아이들의 중노동에 가슴 아파했던 여자들 몇 명만이 여행자를 옹호할 뿐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여행자가 자신들의 소중한 임무의 가치를 폄하했다며

오히려 여행자를 마을에서 몰아내고자 합니다.

물론 여행자는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무지로 인해 평생 고통을 받아야 되는 마을 사람들에게

무한한 연민을 느낀 여행자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자신의 진의를 깨닫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름 없는 한 여행자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의심의 씨앗을 심었다는 사실을 안 장로는

마을 사람들의 동요가 더 커지기 전에

자신을 농락한 죄가 아닌 마을 사람들을 농락한 죄를 물어

그 여행자와 그를 옹호한 마을 사람들을 잡아 나무에 매달아 죽입니다.

그를 잡는 일은 쉬웠습니다.

장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여행자를 향해 마을 사람들이 서로 달려들었으니까요.

여행자가 그렇게 비참한 죽음을 당한 후

곧 그 마을의 평화는 다시 돌아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다시 기쁜 마음으로 그 장로를 위해 노동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장로가 약속을 한 놀라운 선물을

생각하며 다시 입가에 미소를 짓습니다.

..

쓰다 보니 이야기가 꽤 기네요..

재밌는 이야기는 아니죠?

좀 썰렁하다고 느끼신 분들에게는 죄송!!

(제가 나중에 50되면 쓸 소설의 줄거리라..)

..

인간의 욕망?

참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인간의 욕망이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인데,

이 약점이 인간의 두 번째 큰 약점인 ‘무지’와 합쳐지면

그 인간은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즉, 쉽게 누군가의 도구가 되지요.

뭐, 사르트르가 말하는

절대로 근본적인 행복에 도달할 수 없는

비본래성을 추구하는 대다수 인간들이

바로 요 ‘욕망 + 무지’의 기본 베이스를 갖고 있지요.

따라서 쾌락의 비참한 결말을 자본가들이 유도했다거나

미로 속에서 평생을 헤매다 죽는 쥐새끼가 의미하는

노동의 소외를 사용자가 유도했다는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소비자 자신이 반응하지 않았다면 소비의 쾌락은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으며

노동자 자신이 반응하지 않았다면 노동의 소외 역시 일어날 수 없습니다.

(신대륙의 '타이노‘족이 스페인 정복자들의 강제 노역을 거부하며

부족 전원이 스스로 굶어 죽은 것은 인간사에 길이 남을 인간성 승리의 역사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똑똑한 사람은

인간들의 욕망과 무지라는 이 두 가지 약점을 잘 이용하는 사람,

그리하여 다른 이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쉽게 반장이 되고

학창시절을 승승장구하며

사회 나와서도 좋은 직업을 갖고 빨리 승진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인간들 중에는 동정심이라는 감정이 아예 없는

사이코 패스도 있지만,

겉보기에 인정과 사랑이 넘치는 자애로운 스승이나 상사,

성스러워 보이는 종교 지도자, 그리고 사랑이 넘쳐보이는 부모들도 있지요.

자고로 ‘사랑’뒤에 숨은 욕망이 더 무섭고도 잔인한 법이죠.

..

참고 : ‘People of the Lie’ 또는 ‘Glimpses of the Devil' -M.Scott Peck-

스캇 팩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명입니다.

그 분의 책중 가장 유명한 '아직도 가야할 길‘이라는 책은 한국에도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제 인생을 바꾼 책 중에 하나입니다. 강추~~

..

문제는 그런 악의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환한 얼굴과 선량한 미소를 가진 악마들..

아마 사람들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으신 분들은

평소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분들이실 겁니다.

같은 인간으로서 ‘인간은 악하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결코 쉽지 않지요..

..

인간의 악이

인간의 선한 본성을 찾기 위해

신이 만들어 놓은 심리적 기제일 수도 있겠으나

가끔 너무나 뻔뻔한 인간의 악을 마주칠 때 느끼는 당혹감은

사회를 이루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사에

큰 고통이 됩니다.

..

아빠 세상은 어떤 곳이야?

만약 제 아들이 어느 날 훌쩍 커서 저에게 묻는다면,

아들아..세상은 말이다,

‘배우고 가진 놈들이 못 배우고 없는 사람들 이용해 먹는 곳 이란다!‘라고

말해 줄 생각입니다.

물론 막상 그때가 되면 제가 깨달은 개똥철학을 대충 얼버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현실이 냉혹해도 아이 인성도 생각해야 될 테니까요..쩝!

..

어쩌면 인간의 의식 진화는 여전히 진행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어류의 대가리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은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는 그들에게는 처음부터 먹기 쉬운 먹잇감일 테고

영장류의 뇌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부려먹기에 딱 좋은 부류겠지요.

뭐 간단히 말해 머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가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노예로 부려먹는다는 것인데,

우민화 교육과 종교, 언론의 세뇌,

로또와 같은 자본의 다양한 행복 사업들이

무지막지한 물량공세를 해도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깨어나는 뇌를 가진 사람들도 있고

반면 아무리 옆에서 진실을 얘기해줘도

여전히 깜깜 무소식인 저기능 뇌를 가진 사람들도 있으니

꼭 환경 탓만 할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들을 사람들은 조용히 속삭여도 듣고 깨닫는 반면

들을 귀가 없는 사람들은 귀청이 나가라 소리쳐도 미동도 없습니다.

과거 똑똑한 두뇌의 대명사인 아리스토텔레스가

노예가 맞는 사람들이 있고 그로 인해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노예제도는 합당하다고 주장했지요.

대학시절엔 그 노인네가 노망이 철저히 들었구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나이를 먹으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괴변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젊은 나이에 노망이 들려나봅니다..)

뭐, 현실은 노예제도가 있냐 없냐를 떠나

노예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으니

제가 굳이 노예제도의 부활을 옹호할 필요도 없겠지요..

..

참..노예들은 자신들이 노예로 사는 현실을 절대 모릅니다.

노예들의 비참함의 꼭지는

더 이상 돌아갈 길조차 없는 순간에 자신이 노예였음을 깨닫는 건데요,

그 경우 평소엔 털끝만큼도 용기가 없었던 사람이

순간적으로 디오니소스나 마하칼리의 힘을 얻어 한강으로 가게 됩니다.

결국 노예의 삶은 과정이나 결과나 비참하기가 매 한가지 인거죠.

..

..

그냥 한밤중에 괜시리 복잡한 마음에 잠이 안와

두서없이 개인적으로 끄적인 것이니

‘정신감정’ 받아보란 소리는 안하셨으면 합니다.ㅠㅠ

저 그렇게 우울한 사람이 아닌데

세상이 자꾸 저를 우울하게 만듭나다.

우리 모두가 조금만 깨어나서 조금만 양보하면

참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 같은데,

가장 가까운 가족과 지인들도 설득하지 못하는 제가

무슨 세상에 유익이 되겠습니까?

노예 짓 좀 고만하라~고만하다! 아무리 말해도 도대체 들어 처먹지를 않네요. 쩝!

..

다른 건 모르겠고 제 자식들에게만은 좀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데 말이죠.

이 지구가 말이죠, 인간의 의식진화가 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성이라면

지상천국은 아예 시스템 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

더 쓰고 싶은데 졸려서 그만 자러 갈렵니다.

좋은 꿈들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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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논산댁 | 작성시간 12.07.04 어제 신랑과 매트릭스를 또 봤습니다. 봐도봐도 정말 최고의 영화인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7.08 매트릭스! 정말 재밌고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빨간약을 선택한 당신!!" 진정한 고민의 시작인 것이죠..^^
  • 작성자초롱초롱 | 작성시간 12.07.04 사람은 세 종류뿐이다, 가족과 고용인과 피고용인.......
    깊이 있는 글입니다. 아직도 가야할길을 읽고 느낀점은 비빔밥님과 같은 느낌이었어요..저도 변한것같습니다.
    무엇에도 지배당하지(?) 않고 나를 잃지않고 내가 가야할길을 찾은느낌. 바쁘시겠지만 글 자주올려주셔요...
  • 답댓글 작성자비빔밥(경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7.08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으셨군요? 그책을 읽기 전에는 신이나 타인을 통해서 답을 찾고자 했다면 그 책을 읽은 후에는 최소한 독립하고자 몸부림 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꾸준히 노력하니 신이나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좀 더 나은 삶을 향해 걸어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느낀 느낌을 초롱초롱님도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같은 여행자를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 작성자Family(Seoul) | 작성시간 12.07.06 비유가 적절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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