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귀하의 점빵은 여전히 안녕하십니까?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10.04.06|조회수725 목록 댓글 10

물건구입하러 자주 가던 점빵이 있었다.

한국에서 갓 온 젊은 분이 운영하던 것인데 얼마 전에

들렀더니 사람이 바뀌었다. 두명이 있었다.

 

한사람은 새로 일하러온 한국인, 다른 한 사람은 조선족 교포.

전에 일하던 한국분이 어디갔느냐 하니 갑자기 일이 생겨 한국에 갔다나?

 

돌뿌리에 채여도 인연이라고 만나기 쉽지않은 착하게 생긴 한국인을

오랜만에 만나 커피도 얻어마시고 이러저러한 삶의 이야기도 하려했더니

느닷없이 짐싸고 도망가듯 한국으로 가?라며

조금은 서운한 마음을 가졌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그사실을 말하니 의아해하며 갸우뚱한다.

 

"아닌데? 얼마전에 전화가 오기를 사정이 있어 점빵을 옮긴다던데?

나한테 장소까지 알려주던걸~~~"

 

그런데 조금 전 그사람들은 나더러 갑자기 짐을 싸고 한국으로 갔다데?

라는 생각과 아내의 말에 믿음을 더 두었다.

 

전에 운영하던 점빵은 그런대로 사람들이 안에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긴하는데

새로 옮긴 점빵은 어떻게 운영될까 궁금해서 엊그제 아내와 길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정말 길을 확실하게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가기 힘들만큼

점빵가는 길이 요리조리 삐뚤빼뚤 갈팡질팡 그자체였다.

 

하여간 모 건물의 맨 끝자락에 위치한 그 점빵.

나는 반가운 마음에, 점빵 주인은 놀라움에 서로 입만 헤 벌리다가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니, 간다면 간다고 이야기를 할 것이지 왜 도둑고양이처럼 이랬어요?"

 

'전에 사모님께 전화를 드렸지요. 부득이 장소를 옮긴다고...'

 

'그랬구나.

그런데 왜 점빵을 갑자기 이리로 옮겼어요? 여기가 더 잘되는 모양이죠?'

 

잠시 멈칫하더니,

점빵 주인은 담배를 꺼내 물면서 '커피마실래요?'한다.

 

당연, 나는 커피-홀릭(커피광)이니 커피안주면 나와 원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담배를 훅~ 내불며 불쑥 한마디 한다.

"전의 그 점빵을 빼았겼어요."

 

"엥?? 빼앗기다뇨? 그 점빵이 사촌형수의 명의로 된 거 아니었어요?

사촌형수가 교포라모???"

 

"그게 아니구요. 전엔 편히 생각하라고 그렇게 말한거죠.

어느날 갑자기 자기 명의로 되어있으니 자기 꺼라며 우겨대는데

대책이 서나요?"

 

"아니 그럼, 당하고 가만있었어요?"

 

"그럼, 어쩌겠어요? 그냥 당하고 말아야죠. 한국인이 여기서 무슨 힘이 있나요?"

 

그는 아예 체념을 하였다. 당하는 대로 당하겠다는 생각뿐인가보다.

 

세상에. 나만 어리버리한 줄 알았더니 우리는 역시 핏줄이 같은 민족인가?

 

점빵 주인은 계속 말을 잇는다.

"제 점빵은 빼앗은 여자가 그 점빵을 조카에게 주었어요.

조카가 무슨 기술이 있나요? 자격증은 여기서 돈주고 사고는

기술자를 한국에서 불렀어요.

 

물건하나 건지지 못하고 완전히 손털고 나왔지요.

막상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기존의 손님들도 있고하니

일단 손님들에게 전화로 이차저피해서 점빵을 어디어디로 옮긴다 하고

아내와 아이들은 한국으로 보내고 저 혼자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여기서는 지내기 괜찮아요?'

 

'전에 손님들이 여기까지 찾아오니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본래 그 점빵주인은 말이 없고 얌전하고 착한 사람이다.

정말 순박하고 수줍음도 잘 타는 남자인데 어지간히 애를 먹었나 보다.

한국에서도 여의치 않아 무엇인가를 해보겠다고 중국으로 왔다가

사업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된통 당한 것이다.

시퍼렇게 두눈을 뜬 상태에서 점빵을 빼앗기면 눈이 안뒤집어지겟느냐는 말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조심스러운 것이

'교포들은 다 그래. 믿을 놈없어.'라는 또다른 애꿎은 오해가 생길까 우려된다.

그러지 말기를 신신당부드린다.

 

대략 20여년 전에 한국에서는 1가구 2주택이 금지된 적이있다.

아파트구입으로 재산증식을 하려는 양상을 막아보겠다는 시책이었던 모양으로

아는 분이 아파트 두 채를 구입하고는 한 채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돌렸다.

 

그러고는 그집을 전세로 주었는데 느닷없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그 아파트가 자기 것이라며 권리행세를 하였다.

별 수있겠는가? 아는 분은 아얏!소리도 못하고 ‘그래. 너먹고 떨어져.“하고 말았다.

 

그러고는 다른 곳에 땅을 구입해서는 그림같은 3층양옥집을 짓고는

1, 2층은 세를 주고 3층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잘 산다.

있는 사람은 망해도 3년은 먹고살 마련을 한다더니...

늘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나같은 건 한달만 수입없어도 배를 쫄쫄 굶으며

동가식서가숙(東家食 西家宿)해야하는 팔자다.

어찌 그리도 돈버는 재주가 많데?

 

하여간 그랬다.

 

점빵주인은 아무 말이 없다.

워낙 한국에서고 중국에서고 당한 일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체념하며 살아가는 모양이다.

진실은 알 수 없는 것이니 점빵주인 말만 믿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명의를 빌려주었다고 ‘이건 내꺼야!’라며 날로먹는 행위는

분명 욕얻어 먹을 짓임을 우리는 안다.

 

초창기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들은

중국을 너무도 우습게 보았고 무시했기에

술받은 자리에서 꽌시(關係)를 넓힌다며 중국인들을 만나고

말한마디만 하면 머리를 숙이며 시키는대로 할 줄 알았다가

알뺏기고 고기뺏기고 보금자리 빼앗기고 돈빼앗기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빼앗긴 경우도 있었다.

 

지금이라고 별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조심해야하는 것이다.

세상물정모르고 언어조차 자유롭지 못한 천둥벌거숭이가

돈자루만 달랑들고 중국에 왔다면

산적이 아니라 밭에서 농사짓는 순박한 농민이라도

눈먼 돈자루에 침이 흘리지 않을까?

 

어리숙하게 생긴 중국인 앞에서

너네 이런거 구경한 적이 있니?

라며 100달라짜리 지폐를 흔들어대며

돈자랑을 해대던 한국인을 보았을 때

중국인들은 아무런 느낌없는 짐승처럼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까?

 

지금은 어느정도 달라졌겠지만,

‘한국인‘이라고 하면 ’돈자루를 짊어지고 다니는 사람들‘

이라는 관념이 박힌 중국인들에게

중국어도 몰라, 중국인 습성도 몰라, 중국의 관습이나 사회도 몰라

가진 건 돈 밖에 없는 한국인들은

날로 잡아먹기 좋은 먹잇감에 불과하다.

 

진작에 일본인들의 중국정착이력을 알았더라면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꼼꼼하고 깐깐하고 까다롭고 원칙대로 법대로 행동하는

일본인들도 돈빼앗기고 회사빼앗기고 물건빼앗기고

‘두고보자’며 이를 빠득빠득갈고 돌아간 곳이 중국이다.

 

피를 나눈 동족이라며 우월한 조건으로 사업을 하도록 배려해준

대만인들 조차 돈빼앗기고 회사빼앗기고 목숨조차 빼앗긴 곳이

중국이다.

 

그러한 중국을 우습게 알고

밥 한번 같이 먹고 술 한잔 같이 마셨다고

간도 내놓고 쓸개도 내놓고 심장도 내놓은 사람들이

한국인이고 그러기에 당한 한국인들이 부지기 수이다.

 

믿고 맡겼다가 빼앗긴 돈하며 물건하며 회사하며

이루 말할 수없지만, 결코 중국인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법과 질서가 엄연히 존재하는 남의 나라에서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하지 않고

편법과 꽌시로 사업을 하려했던 부주의와 경솔함이 문제이다.

 

아마도 외국인 재산이나 회사를 빼앗은 중국인들은

이점을 알았기에 아무런 거리낌과 주저함없이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남의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그들의 양심을 비난할 수는 있겠지마,

양심이 밥을 먹여주는 것이 아니다.

중국인의 의식구조에

남을 속여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엄연한 상도(商道)라는 것이 박혀 있다.

 

우리들도 그러지 않느냐는 말이다.

‘도둑놈보다 도둑질 당한 사람이 잘못이 크다.’라고...

 

어렵사리 진출한 중국.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중국.

무슨 일이 있어도 재기하여 번듯한 모습으로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이를 갈고 지내고 있는 중국.

 

중국은 여전히 한국인에게 견디기가 녹녹치 않다.

이곳에서 엄하게 당하는 일이 없도록

중국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알아본 다음에 발을 디뎌야 한다.

 

오래 전에 아들이 근처에 사는 중국아이에게

돈을 빼앗긴 적이 있다.

그 중국아이는 같은 중국아이들에게도 나쁜 짓을 하기에

중국아이들에게 조차 따돌림을 당한다.

딸아이가 그 아이에게 왜 남의 아이 돈을 빼앗느냐고

대들었던 모양이다.

 

내가 그 말을 듣고 그 중국아이를 눈여겨 보았다.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고

딸아이가 혼도 내주었고 하니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한번만 더 그런 일이 생기면 난리를 치리라 벼루고 있다.

 

중국인들 조차 남의 돈을 빼앗는 행위는

나쁜 짓이라 인정하기 때문이고

같은 중국인이라고 편들지는 않을 터이다.

 

더구나

우리가 사는 곳에서

우리가 팔아주는 물건만해도

다른 중국인들의 몇 배나 될텐데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는 않는다.

 

다른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이곳 중국에다가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우리 한국인들이 짐싸고 이곳을 떠나면

태산(泰山)이 붕괴되는 난리가 날텐데

한국인을 우습게 알아?

 

근래 한국기업의 철수로 인해

문닫은 조선족 교포의 식당이나 사업장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를 만만하게 봐?

한국인이 재채기하면 독감에 걸리는 것이

조선족 교포와 중국인이 태반이다.

그런데도 우리를 우습게 봐?

 

결코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중국인에게든, 교포에게든

엄하게 당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스스로를 추슬러야 한다.

 

힘없는 같은 한국인을 업신여기고 깔보고 망하게 하려하지 말고

뭣주고 뺨맞는 짓거리를 당하지 않도록 만만하지 않은 ‘나‘를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들이부은 돈도 많고 많이도 퍼부었고 당하기도 어지간 당했으니

이제는 그만 들이붓고 그만 퍼부어대고 그만 당하고

수금하러 다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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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오늘은 상하이 | 작성시간 10.04.07 가게를 옛날에는 점빵이라 하였습니다. 80년대 초반가지는 방송에서도 사용하던 말이었지요...일반적으로는 잡화점을 이르는 말이나 혹은 특수 업종에도 앞에 업종명을 붙여 사용하거나 혹은 가게의 사오를 붙여 이르기도 하였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우먼보스 | 작성시간 10.04.11 점빵?오랜만에 들어 보는 단어 입니다.. 차이나맨님 말씀 처럼 같은 말인데 점포에 방에 있는 곳을 점방이라고 하죠,,점빵으로,,,소리내고 읽죠,,예전에는 가게에는 방이 다 보이죠 점빵에서,,ㅋㅋㅋ
  • 작성자상근이네 | 작성시간 10.04.08 예전에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던 내용입니다. ^^; 처음에 무모하게 다른이의 이름으로 가게 냈다가 주변에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중국인들,.... 수업료조금 냈습니다. 지금은 일부 조금씩 수금중입니다. 이우 에서 사무실 운영하다보면 아직도 철없는 한국인들을 보게 됩니다. 말해주고 싶어도 직접 본인이 수업료 지불치 않으면 알수 없는것이 중국의 현실이기에 그저 지나가는 조언정도만 합니다. (그래도 당해봐야 압니다.^^;)=== 그넘의 KTV 가는 모습좀 안봤으면 하는데 별로싸지않은 중국아가씨에게 빠져드는 철없는,... 쯥-_-; 걔들은 왜 한국남자에게 노트북이나 디카를 사달랄까요?
  • 답댓글 작성자상근이네 | 작성시간 10.04.08 그리고 왜 그네들 집의 아버지나 엄마는 한결같이 병들고 아프다고할까요? 정작 자신은 많은 돈을 들여서 얼굴과 몸을 수리하고 화장품을 사서 바르는데,...화려한 옷과 악세사리,....^^; 한 70~ 80년대의 우리나라 술집의 아가씨들이 말하는 레파토리,... 지금의 중국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왜이렇게 잘아냐고요? 전에 말아먹은 식당할때 단골손님들이 그쪽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중국관련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포털 에서 중고 장터에 나오는 거의 새제품인 노트북이나 디카는 어디서 오는걸까요??? 소유자가 거주하는 동네나 수준보면 절대 사용할 능력이 안되는 제품을 얼마 쓰지도않고 중고로 내놓는 모습,....
  • 작성자경보 | 작성시간 10.04.10 사람은 어느곳에살던 그나라에 법을알아겠지요 ? 아무쪼록 타국에서 고생들이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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