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허거덩!! 난닝구가!!! 난닝구가!!! ㅠㅠ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10.04.20|조회수553 목록 댓글 14

오늘은 일요일이다.  빨래와 대청소하는 날

(물론 빨래는 매일한다.양말이며 속옷이며... 세탁기는 질색이라 손으로 한다.)

이상하리만치 빨래와 청소는 늘 자주한다. 집에서는 손구락 까딱안한다고

허구헌날 핀잔듣고 살았지만, 혼자살 때는 여간 깔끔쟁이가 아니었다.

 

대학때 자취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일주일에 한번씩 김치담가먹었고

된장찌개며 김치찌개며 반찬 만 5가지 이상을 해먹었다.

매주 일요일에 꼬박꼬박 손빨래를 하였고 하여튼 사는 집을 깨끗하게

해놓고 살았다.  지금은 좀 게울러졌지만...

 

그래도 기숙사에 살다보니 오래 전의 습관이기는 해도 빨래와 음식은

꼬박 잘 챙기고 있고 몸도 매일 씻고 닦는다.

결벽증이 아니라 워낙 오랜동안 몸에 밴 습관이라 나도 모르게 그런 동작이 나온다.

게다가 기숙사-교무실-강의실 외에는 토요일, 일요일도 돌아다니지 않던

예전 버릇이 그대로 나와  하루종일 교무실에서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음악도 듣고 그런다.

(실은 지금 북경근처의 중국학교 국제부(IBO반)에서

미국유학 중인 중국학생들에게 SAT를 가르친다.)

 

그랬는데...

 

중국인들은 워낙 알뜰한 생활을 해서인지 더운물도 시간을 정해서 보내주기에

시간에 맞춰 몸을 씻고 닦고 하다가 빨래거리가 몇 개있길래 빨았다.

 

난닝구 하나하고 양말 두 켤레 그리고...(그 이상 더 알려고 하지 말아달라.)

 

사실 난닝구 같은 경우는 오래입는 통에 몇군데 통풍이 잘되는 구멍이 나기는 했어도

그런대로 입을만 하고 새로 살려니 그것도 돈들어 가는 일이라

겉에 안보이면 됐지 하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버리지 못하고 입어왔다.

이게 정든다는 것인가 보다.

 

그랬는데 아침에 사고가 생겼다.  아~~ 이런 된장맞을!!!!

 

하이타이를 뿌리구선 물에 불렸다가 몇번 헹군 후에 꼭꼭 짜서 널어놓으면

상쾌한 H2O의 내음을 풍기며 마르는 난닝구의 상쾌한 감촉을 느끼며 입는 이 행복!!!

 

그생각을 하며 이번에도 그런 행복을 맛보리라 하는 마음에

아랫배에 힘을 주어 마지막 물기를 짜내려고 단말마의 발악을 하였다.

전에 누군에게 듣기를 빨래가 깨끗하려면 물기를 꼬옥꼬옥 짜야햔다는 말이 생각났기에...

 

하여간 그래서 물기를 없애려 나름의 천신만고 노력으로 물기를 짜내려는 찰나였던 것이다!!!

 

순간!

 

"투두둑!!!"하며 둔탁하며 썩은 새끼줄 끊어지는 소리가 난닝구에서 들린다.

'에이! 설마!'하는 생각에 난닝구를 펼치니!! 허거덩!!! 난닝구가!  난닝구가! 

(정말, 나는 왜 이렇게 힘이 센거지???)

 

조로(ZORO)라는 영화제목의 첫 글자마냥 Z자로 찢어져

"태극기 휘날리며"에 등장하는 너덜너덜해진 태극기 깃발마냥

난닝구가 너덜너덜해 진 것이다.

 

그게 어떤 난닝군데!!! 그게 어떤 난닝군데!! ㅠㅠㅠㅠㅠ

아무리 뒤늦은 후회를 하고 땅을 쳐도 소용없는 일이다.

여름에는 구멍이 송송 뚫려서 통풍이 잘되는 기분으로 입고

겨울에는 속내의의 더운 공기 순환으로 몸에 친숙하고 정이 든 난닝구!!!

 

왼쪽 갈빗대 윗쪽에서 오른 쪽 아래 옆구리방향으로 찢어진 난닝구!

 

그거 없으면 난 허전해서 어떻게 살지?

 

마눌님만큼은 아니고 아이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껌쪼가리 아스팔트에 달라붙 듯,  내 몸에 바짝 달라 붙어서 

나에게 언제나 온기를 전해주던 난닝구!!!

 

순간 퍼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당장 버릴 수는 없고 해서 잘 말려서 개켜놓았다가

바느질해서 예쁘게 꿰매어 입어야 겠다고...

 

본래 어려서부터 바느질 잘한다고 어머니에게 칭찬받고 자란 터이고

결혼하고 나서도 늘 반짇고리를 가지고 다니던 차였다.

아내가 남자가 철없다며 야단칠 때까지는...

 

이왕 생각난 김에 십자수를 사다가 찢어진데를 십자수로 메워???

그런 다음에 맨 겉에 입고 다니지 머... 참신하고 산뜻해 보일지도 모른다.

 

슈퍼맨은 삘건 팬티를 겉에 입고댕 기던데 난닝구를 겉에 입은들...

 

거시기, 누구더라 힙합인지 햅밥인지 하는 애덜덜도 난닝구를 겉에 입더만...

 

음~

 

그래서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

 

하여간 지금은 난닝구없이 지내겠지만, 내일부텀은 십자수를 놓은

난닝구를 겉옷으로 걸치고 댕길 생각이다.  기대들 해보시라..

하이간 난 이런 쪽으로 머리가 좋은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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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씨린하오터 | 작성시간 10.04.21 저는 속옷 떨어진 것은 괜찮은데 깨끗하게 입는 게 중요하다라고 배운지라... 아무래도 물자가 조금 부족한 시대(60년대)에 태어나서 그런 소리를 듣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입는 티셔츠나 잘 때 입는 티셔츠는 목이 늘어지고 아무리 빨아도 흰색이 안되고 치렁치렁하더라도 마눌 타박 받으면서도 입습니다. 시골버스 님 말씀대로 편안한 게 좋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난닝구는 땀 흡수 때문에 입습니다. 좀 낡고 늘어지고 흰색이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물론 흰색 계통의 남방 입을 때는 상대적으로 상태가 좋은 난닝구 입습니다. 난닝구 좋아!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4.21 안에 흰 난닝구를 입고 남방을 입으면 남방색갈이 살아나더군요. ^^
  • 작성자상근이네 | 작성시간 10.04.21 저는 원래 항상 런닝을 입었었는데 (군대부터의 버릇) 결혼후에 마눌님의 지시(?)에 의해서 티셔츠 내부에는 런닝을 입지말라는 명령을 잘 수행하고있습니다. (안입으면 이상한데,...-_-;)
    아무래도 빨래하기 귀찮은 마눌님의 작전(?) 이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세탁기 좋은거 사준 다음부터는 가끔(?) 다림질된 런닝 줄때도있습니다. "풀은 안먹이냐?"고 물어봤다가 다림판으로 얻어맞을뻔한,.....-_-;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4.21 에공~ 클날뻔 하셨네요. 요즘 세상에 간도 크십니다. ^^ '감히 '풀도 안먹이냐?'는 말씀을 하시다니~ 저같으면 주굼입니다. ^^ 난닝구를 입어야 몸이 따뜻하고 편안하더라구요. *^^*!
  • 작성자水好 1004 | 작성시간 10.04.21 하하하 재미있네요... 황당해 하시는 표정이 눈에 선합니다... 새런닝도 좋지만 웬지 오래 된 게 땀흡수도 잘되고 좀 편안하고 그런거 같아서 저도 오래 입는 편인데... 끊어지도록은 못입어 봤습니다. 백양 메리야스 우수고객입니다. 지금은 이름을 바꿨지만 아직도 백양 하얀 속옷만 줄기차게 입어 준다는....(쌍방울은 거의 안입어 봤음. 품질 문제가 아니라 습관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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