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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샤데이 SNS 산책

[잡담]잡담 - 여름나기를 위한 샤워부스 리모델링.

작성자John Doe|작성시간10.06.16|조회수636 목록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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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감.
거울을 보니, 유쾌한 마음과는 달리, 등장한 얼굴은 심히 불쾌하기 짝이 없다.
바야흐로, 링클케어가 필요한 시간이 된 것인가?

-
원래 공부 못하는 자들에게는 몇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 법인데,
그들은, 한가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여느 사람들 처럼 모처럼 한가한 나날에, 근사한 전시회를 간다거나, 어여쁜 연주회를 간다거나,
주문만 해두고, 궁금해 마지 않던 책장을 두리번 거린다거나, 밀렸던 영화들을 본다거나,
그런 생산적인 일들은 일체 없이,
머리도 감지 않으며, 속옷도 안갈아 입으며, 책은 고사하고 일체의 문자에서 자유로워진다.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는다.
그 좋아하는 연애, 따위도 일체 하지 않는다.

그런데 또,
공부 못하는 자들이 가끔 바쁠땐, 이상하게도, 평소와는 다르게 마구마구 무엇인가 막 하고 싶어서,
눈코뜰새 없다고 표현하는 그 상황에도, 자꾸만 딴짓이 하고 싶어지는 것인데,
일년에 몇번, 바로 그때엔 비록 공부못하는 자들이라도, 한꺼번에 서너가지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
한꺼번에 서너가지의 일을!!
그러니까, 공부 못하는 자들을 주위에 두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그 적당한 타이밍을 잘 살릴 수 만 있다면,
꽤나 쓸만한 인사관리자가 되는 법이다.

그런데 또,
거짓말씨는 아무렇지 않은듯 '그들, 공부 못하는 자들'이라고 말했으나, 실은 '그들'의 대표격 이랄 수 있는 거짓말씨는
그러니까,
살짝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셈인게다.


 

-

어쩌면, 첨부터 형편 없는 수익률을 핑계삼아, 조기'소환'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행 가듯, 사뿐히 수트가방 몇 개 챙긴것인 전부인, 상하이 생활이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언어는, 외계어로만 들리고, 

그림 없는 메뉴판의 로컬음식점은 출입할 꿈도 못꾸지만,  

도.저.히. 심심해서, 견딜 수 없기에,

어제와 오늘, 종일, 땜질을 했다. 

 

진공관,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그런데, 그 불편함에 길들여져 버리면, 제법, 쓸만한 소리를 내주기도 한다.

걷다보면, 플라타너스가 그늘을 만들어주고,

걷다보면, 비록 남의 집일지언정, 살짝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집이 남아 있고,

걷다보면, 지랄스런 고층 아파트 하나 없는,

French concession에 살고 있지 않았다면, 진공관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테지.

게다가, 진공관이란 엄밀하게 말하면 사회주의 초기 산업의 성패와도 궤를 같이 했었던 부품인데,

중국에서 사갈 것은, 비단, 참깨뿐만이 아닌것이다.  

 

언제든, 떠날 곳임을 알기에, 구매 하는건 뭐든지, 다이어트 해야 했던, 시간들임에도,

유일한 즐거움인, 욕조에서의 목욕,시간을 위해,

샤워부스에, 스피커를 설치했다. 

그리고,

땜질을 마져 했고, 선재들을 연결/정리 했고,

10여분간 예열을 했으며, 욕조에 물이 넘칠 즈음,

그야말로, 랜덤하게 음악을 걸어 놓고, 옷을 벗었다.

 

 

 

 

 

-

샤워부스는, 태생적으로, 그 자체 훌룡한 리스닝 룸.

욕조에 누워, 담배를 물고, 손끝에 남아 있는 실리콘 등 속을 뜯어내다가,

생각해 본다.

이렇게 잠들어 버리면, 욕조의 틀과 거짓말씨,는 혼연일체가 되어 버리는거겠지.

빵틀,처럼 말이야.

 

-

진공관의 선택은 swing감 넘치는 것들을 잘 받쳐줄 범용적인, 것을 목표했으나, 어쩐지 결과는 기대와는 다른듯 하다.

현악기에는 발군인데, 정작 팝에는 별루.

그나마 다행이라면, 트리오, 쿼텟쯤의 소규모 편성의 재즈에는 기대 이상의 것들을 울려준다. 

셀레스쳔의 조합보다는, 보스와의 조합이 40년대 상하이와도 어울리는 듯.

물론, 인상론의 차원에 머문 얘기지만...

 

-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를 위해 150유로쯤의 재료는 소비되어 갈 테지만,    

난데없는 부품 주문서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발품을 팔았을, 통역 Jack에게는 살짝,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

그 친구를 불러서, 감사한 마음으로, 목욕을 시킬 수도 없고,

그져, 마감재라도, 이쁘게 꾸며, 이 곳을 떠나는 날, 남겨 주는 수 밖에.

 

-

여하간, 다행이다.

이렇게 겨우, 장난감이 생겨서, 올 여름나기는 한껏 수월할 것이다.

 

 

 

 

뱀발 - Blog글을 가져 오느라, 글이 어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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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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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yurie | 작성시간 10.06.16 ㅎㅎㅎ ㅅ ㅇ 씨 상해떠나는 날 그 앰프 나한테 양도하면 안될까??? 우리집 스피커가 음압레벨이 높아 소출력진공관에 딱인데~
  • 답댓글 작성자John Do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6.16 그런데, 말이죠. 이 녀석이 의외의 소리를 들려 주는걸요? 종일, 이것저것 물려 봤는데, 하, 괜찮은 걸요.
    all 부품 shanghai지만, 특유의 화이트노이즈를 잡는 설계도는 딴에는 밀라노라지요. 노이즈 잡느라 rectifier가 급 설계변경되어 전면에 배치 되버린것도, 제가 느끼는 상하이 도시와 닮았답니다. 하하.
    아무렴요.형님. 올때 그랬던 것처럼, 돌아갈 때도 역시 가볍게.. 다만, '양도'가 아니고, '선물'이 될 수 있다면, 선물이었으면 좋겠네요. 아, 내친김에 이러다가, LP 구하러 같이 다니자고, 형님 귀찮게 할지도 모를일 입니다.
  • 작성자상근이네 | 작성시간 10.06.17 글 읽다보니 새삼 진공관 앰프의 따스한 소리가 그리워집니다. -_-; (한때 몇달치 용돈 모아 맥 앰프를 구하러 세운상가 를 뒤지던 기억이,...-_-;)
  • 답댓글 작성자John Do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6.17 (뭔갈 구하러, xx 상가를 뒤져본 사람들은 알죠. 뭐가 따스하고 또 아스라한 것인지... 그나저나, 까까머리 시절에도 용돈이 꽤 되셨나 봅니다.!~~ 몇달치에 맥킨토시라니..) 상하이는 다 좋은데, 인테리어에 쏟아 붇는 비용에 비례하는 소리,를 내주는 곳이 아주 드물더 군요. 거의 전무하다 할 정도로.... 한인타운 쪽은 아예,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는거 같구요. 좋은 '소리' 나는 곳을 찾게되면, 공유하지요.
  • 답댓글 작성자상근이네 | 작성시간 10.06.17 ^^; 대학시절에 중고 맥 앰프요^^; 몇백만원짜리를 뭔수로,... 까까머리시절에요? ㅠ.ㅠ; 대학때는 제가 조금 벌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벌었던것 같아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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