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11-6 샤데이 SNS 산책

[잡담]오늘의 산책,과 우리가 그들을 소비하는 방식.

작성자John Doe|작성시간10.06.21|조회수1,007 목록 댓글 5

 

 

 

-
작금의 불안한 경제 상황 만큼이나 동일하게, 월드컵에서 나타나는 유럽국가들의 성적표는 우울한 점액질 같은
그 무엇인데, 네델란드와 일본의 경기를 보고 있는 사이, 룸메이트,라 부르기엔 조금 이상한 하우스,메이트가 내게 묻는다.
"쉬지아후이는 무슨 동네인줄 아는가?"
"이따가 물어라. 경기 끝나고"
"요 앞길 (그러니까, 메이루청이 있고, 강후이가 있는 큰 길)이 그나마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길이더군. 러프하게 말하면,
1,300-1,400년 쯤 되고 말이야."
"뭐라구? 이따가. 이따가"

맥주를 홀짝이는 사이, 경기는 그닥 유쾌하지 않게 끝이 났고, 리모콘을 찾다가, 이윽고 생각났다.
"저녀석, 뭐라 그랬지?"

 

 

-
대개의 유럽국가가 그러하지만, 정부가 설계하고 지시한 커리큘럼도  없으면서,
어린이에 대한 역사교육의 시작 시기와 형태는 거의 모든 유로존에서 동일한데,

그것은 바로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출발한다는 것에 있다.
우리식으로 말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에게 부여되는 역사과목의 첫시간은,

바로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의 유래와, 유적과, 전설과, 사람에 대한 리써치로 시작을 하는데,

시시해 뵈는 마을 역사공부의 시작은 그렇게 일 년내내 계속 된다.
그런 역사 교육의 시작은 독일에서도, 영국에서도 , 프랑스에서도, 이태리에서도 동일하다.
한국 같으면, 백과사전으로, 인터넷으로 이리저리 대신 리서치 해줘야 하는 부모만 죽어날 것이 뻔하나,
그들의 부모들에겐, 설령 부탁하는 아이를 가진 부모라해도, 그 정도 숙제는 숙제가 아니다.
그들 부모 역시, 그렇게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과 시간과 역사에 대해서, 유래와 유적과 전설과 사람에 대해서 배웠고,

기억해 왔기 때문이다.

 


-
남자에겐 한없이, 친절하고,
친철한 남자에겐 더 없이 친절하지만, 여자에겐 이유없는 적의를 곧잘 드러내는 하우스메이트 녀석은,
세상에 없는 것도 가르치고 배우기까지 하는, '국제법'으로 학위를 하고도, 진로를 바꿔 어느덧 촉망 받는 '딜러'로

살아가는 살짝 특이한 인간이긴 하나,
알고 보니,
트위터 혹은 블로깅을 통해서, 상하이에 살고 있는 자국의 사람들, 이탈리안 을 규합해서는,  
"동네"라는  소주제로 각자 자신들이 알고 있는, 혹은 googling해서 얻어낸 정보들을 더하며,

이미 개개인들에겐 신화화 되버려 정정하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 중국인에 대한 인상론적인 편견들을,
비교적 객관적인 근거들을 통해, 제거하고, 탈색하고, 정정하고, 논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그와 함께 나서는 산책길에선, 마치 투어 가이드 인양, 쉴새 없이 이 집에 얽힌 이야기와,

이 도로에 가려진 옛이야기들을 떠들어 댔었는데,
그럴때 마다, 나는, 슬며시 귀에 꽃은 이어폰의 볼륨을 높이며,
그져, 우리와는 다르게, 대개의 유럽인들이 가지는, 중국에 대한 알 수 없는 신비감을 저런 방식으로 충족하려 하는가

보다 했었다.

 


-
불량한 대꾸로 일관했던, 좀 전의 상황에 살짝 미안해져선,
하우스, 메이트를 불러내, 토요일 밤의 화산루를 걷는다.
그가, 또 혼자말 같은 질문을 해댄다.
"그 많던 서(徐씨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특정 성씨,의 집성촌이라는 한자 문명권 특유의 집단 주거 방식을, 너무 나도 신기하게 여기고 있는

이 친구의 질문을 생각해보니,
그는, 그들의 토론과 논쟁을 통해,
특정 유명인 혹은 권력인의 성,(서모씨) 에서 따왔다고 흔히 기술되어 있는 쉬자후이 명칭에 대한 기원을,

Wikipedia의 정보를 맹신하는 대신,특정 성씨의 집단 취락 지역, 쯤으로 결론 내린 모양이었다.

 

어느덧 땀이 줄줄줄,

맥주라도 들고 걸어볼 요량으로, 멈춰선 가게에서, 녀석은 또한번 뜬금없이, 묻는 말인지, 혼잣말인지를 해댄다.
"전에 함께 산책 갔었던 용화사, 정도가, 진정한 상하이의 얼굴이 되야 하지 않을까?"
타 도시와는 다르게, 근대 이전의 유적이라곤 손에 꼽을 수 밖에 없는 상하이를 말했음,은 되묻지 않아도 알겠는데,

그건 쫌 오버다, 라고 생각.
이윽고 계산을 하는데, 가치 불문 하고, 어느 위안화에도 등장하시는 마오주석,이 오늘따라 유난히 초라해 보인다.
"1921년 중국공산당 쿔뮨이, 러시아, 룩셈부르크와 지리를 격절해서 자생적으로!! -무려 자생적으로!-  탄생하는

그 숨막히는 역사의 장소가 이젠, 고작 신천지라는 이름으로, 맥주나 팔아대고 있다니,

또 그걸 교환하는 수단으로 마오가 팔리고 있다니 ... " 또 그녀석.
대충 그런 등속의 얘기를 들어줄 인내심도 바닥이 났고, 무엇보다 너무 더웠으므로, 딱 한마디만 해 두었다.
"당신, 오늘 너무 감상적이야"
낄.낄.낄.낄.


그러면서도 우리들의 손에는 예의, 마오주석과 교환한 이슬 송송맺힌 칼스버그가 들려 있단건 말 할 필요도 없다.

 


-
종착점을 모르고, 흘러버리는 유럽경제와의 커플링을 보여 주는 듯, 매일밤 어이없이 비기거나 혹은 져버리는 축구 탓에,
French Concession에 자리 잡은 수많은 Bar와 Cafe들은 그렇지 않아도 잘 되는 장사에,

영업시간 까지 축구 스케줄에 맞춰 연장되었는데,
우울,을 안주 삼아 마셔대는 Expat 탓에 맥주,가 동이 날 지경이라는 후문.       

 

 

 

뱀발 - Blog글을 가져 오느라, 글이 어지럽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우먼보스 | 작성시간 10.06.21 좋은 글인데,,님께서는 그래요,,어지렵습니다..ㅎㅎㅎ 장문 좋아 하시는 분 있는데,,잘 보고 갑니다..^^*
  • 작성자아름다운 눈으로 보는 세상 | 작성시간 10.06.21 그래도 핵심만 잡자면, 맞는 말씀입니다-유럽인의 역사관에 대한 부분요.
  • 작성자교아 | 작성시간 10.06.22 잘읽었습니다. 종종 올려주세요~~~
  • 작성자yurie | 작성시간 10.06.22 서구인들의 중국이해 층위는 다양한거 같아요. 스티븐 로치나 존 헌츠먼미국대사처럼 깊이있고 냉철한 인식도 있는가하면..서씨들은 다 어디로 갔냐니...서구에 가서 테일러씨들은 양복안만들고 지금 뭐하고 있냐고 묻는것과 같은 질문이네요.
  • 작성자John Do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6.23 보스 / 어지러운거 맞습니다. 게다가, 대첵없이 길기까지..

    아름다운... / 정확하게는 역사교육'방식'이, 근사 했던 겁니다.

    교아 / 충동,적인 일들인거죠. 뭐. 타박을 안하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yurie / 그렇죠?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무조건, 위트와 유머에 기대야 할 밖에요.
    단지, 일 년이든 육개월이든, 우리가 머운 공간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 조차 부재 했음을, 녀석을 통해, 부끄러워 진 거죠.
    유럽쪽 '한인모임카페'을 보면, 명소나 HOT PLACE등 무슨 어린애들 싸이? 마냥 이쁜 이미지들로 도배가 되어 있는데,
    이곳에선, 심심찮게, 아니 자주, 중국인 비판 관련 이야기들이 올라와서, 좀 당혹 스러울 뿐이죠.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