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상해생활]한국말하는 택시기사 아저씨

작성자시지프|작성시간14.12.19|조회수4,900 목록 댓글 35

얼마전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벌써 일주일 다 되어 가네요.

지난 일요일 저녁에 간만에 중국 친구를 만나서 저녁을 먹으려고 약속을 잡고 택시를 탔습니다.

상해 동물원 역 근처에서 탔어요.

택시를 타고 친구에게 전화를 했죠.(당연히 중국말로..)

"나 지금 택시 탔어. 곧 도착할꺼야. 우리 저번에 먹었던 지꽁바오 먹자. 도착하면 다시 전화할게"

그리고 전화를 끊었는데 택시기사 아저씨가 말을 거시는 겁니다.

"중국 요리 지꽁빠오 맛있어요?"

이거 번역해서 쓴 게 아니라 정말 또렷한 한국말로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는데 일단 대답은 해야겠어서 한국말로 "맛있어요" 라고 대답하고

다시 중국말로 여쭤봤습니다.

"니 전머 쉐 한원?"

이번엔 중국어 대답.

"워 취구어 한구어..(나 한국 가봤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신기해서

"커 전머 쉐 한원?" 하고 다시 여쭤보니 이번엔 다시 또렷한 한국말로 대답하십니다.

"한국에서 4년 일했어요. 타일 붙이는 일 했어요"

정말 놀랍고 신기해서 아저씨랑 쭉 얘기를 했습니다.

대화는 대부분 한국어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에서 타일 붙이는 일을 하셨다고 하네요.

함께 일하는 동료가 대부분 한국사람이어서 한국말을 빨리 배우셨다고 합니다.

벌써 십년 전 일인데도 한국어 대화가 꽤 능숙하셨습니다.

이 부근에 한국사람이 많아서 한국 손님이 꽤 타는 편인데 한국 손님들이 많이 신기해하신다는군요.

본인 말로 아마 상해에 한국어 할 줄 아는 택시기사는 자기 하나일꺼라고..

锦江택시였습니다.

상해 사람이라고 하시네요. 한 마흔은 넘어보이셨습니다.

제가 하는 중국어를 듣고 바로 한국사람인 줄 아셨다네요..(이놈의 발음ㅠㅠ)

 

아..말이 좀 통하는(?) 택시 아저씨를 만난 김에 평소에 궁금하던 2가지를 여쭤봤습니다.

택시 기사 입으로 직접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첫번째는 가끔 좌회전이 금지되어 있는 사거리가 있는데

보통 그런 곳에서는 택시기사들이 직진해서 교차로를 건너간 후 유턴을 해서 돌아온다음에 우회전을 해서 갑니다.

어차피 좌회전도 불법이고 중앙선 넘는 유턴도 불법이라면 그냥 좌회전을 하지 왜 건너가서 유턴하나 궁금했었거든요.

평소에 유턴하겠다고 대가리 들이밀고 차선 다 막고 있는 거 보면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저거만 규제해도 교통정체 꽤 풀리겠다고 항상 생각하면서..

아저씨 대답이 명쾌하네요. 듣고보니 당연한 소리기도 하지만.

좌회전 금지 구역에는 카메라가 있고 건너가서 유턴하는 지점에는 카메라가 없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 택시기사는 카메라만 없으면 뭐든지 해요....-.-;;;"

두번째는 정말 요즘들어 승차거부가 잦아졌다고 느끼는데

정말 디디다쳐 같은 스마트폰앱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궁금했거든요.

아저씨 왈 디디다쳐 때문이랍니다.

콩처(공차, 빈택시) 등 켜져 있는데 승객 보지도 않고 가는건 디디다쳐 콜 받고 그 손님 태우러 가는 거라네요.

대부분 그 이유랍니다.

 

한국말 하는 택시기사 아저씨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택시 타서 안심하고 한국말로 떠들어도 안 되겠어요. 누군가는 다 알아들을지도..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organic mind | 작성시간 14.12.22 맘을 어루만져주시니 갑자기 긴장도 풀리고 마음도 편해지는거 같아요^^ 시골이라해도 상해랑 그리 멀지않으니 얼마나 다르겠나했는데 많이 다르네요.ㅎㅎ 예전엔 한국이 그리웠는데 지금은 상해가 그리워요. 언젠가 칼칼한 중국어를 하며 택시기사님을 제압하며 다니게될 날을 꿈꿔봅니다. 미돌이친구님도 장쑤성이시면 같은 성도네요. 왠지 더 위안이 되네요 ㅎㅎ 고맙습니다^^
  • 작성자민물새우 | 작성시간 14.12.26 재밌네요 ㅎㅎㅎ
  • 작성자개똥이 | 작성시간 14.12.30 타일 ㅎㅎ . 2000년 초반이면 한국에서 돈좀 벌어겠네요
  • 작성자칭다오제이 | 작성시간 15.01.08 인터넷으로 불러는 디디따처나 콰이디 따처...
    둘다 현금 결제 가능 하고요 첨 시작 할때는 기사들이 가능 하면 즈푸바오 같은걸로 결제를 해 달라고 했지만 외국인이라 안된다고 하면 되고요
    첨에는 현금 주면 위분의 말씀처럼 자기들이 추가로 받는 금액이 있어서 불평을 했지만 요즘은 현금 줘도 불평 안합니다..
    불평 하면 평가란에 불만족이라 적어서 보내면 몇번인지 모르지만 누적되면 며칠간 콜을 받을수 없기에 택시 기사들 현금도 잘 받았습니다.
    그리고 예약 기능도 있어서 예약을 하면 몇시까지 어디로 옵니다...

  • 작성자칭다오제이 | 작성시간 15.01.08 특히 출장으로 타 지역을 가게 되면 가고자 하는 지명만 문자로 입력하면 기사들이 바가지를 쒸우지 못하더라고요...
    시골은 불러도 안오는곳만 제외를 하면 유용한 앱인것 같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