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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ger] 체첸항쟁사

코카서스의 늑대들 : 체첸 - 24. 대홍수

작성자jager|작성시간09.02.15|조회수2,450 목록 댓글 15

 

 

 

 

  그로즈니에서 물러난 체첸군 사령부의 다음 거점은 아르군이었다. 그로즈니, 구데르메스를 잇는 체첸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이었다. 마스하도프의 사령부는 아르군 강이 지나는 이 곳을 중심으로 동쪽의 구데르메스, 남쪽의 메스케유르트와 샬리를 연결하는 선을 다음 방어선으로 정했다. 순자강 방어선처럼 아르군 강이라는 자연 방어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었다.

 

 체첸군은 여러 거점들을 중심으로 참호를 파고 저지선을 만들었다. 아르군 일대는 개활지였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기습하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특히 체첸군이 있는 동쪽 강변은 언덕과 경사가 져있기 때문에 정찰에도 유리하고 은폐도 비교적 쉬웠다. 러시아군은 그로즈니의 경험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체첸인들에게 많은 허점을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대개 선두의 전차나 장갑차가 피격되면 추가 전진을 멈추고 야포와 비행기를 통해 폭격하곤 하였다. 구데르메스의 경우는 아예 러시아군의 진입없이 폭격만 계속 되었다고 한다.

 

 

 

 

러시아군

 

  폭격으로 체첸군 진지에 타격을 가할 수는 있어도 결정적인 돌파에는 무리가 있어서, 아르군 방어선은 1995년 3월 말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전선도 체첸군의 부주의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메스케유르트 근처의 강가 도하점을 지키던 체첸군 부대가 사령부에 보고없이 자리를 떠버린 것이었다. 러시아군은 신속하게 강을 건넌 뒤에 메스케 유르트의 언덕을 점령하고 그곳에 야포와 그라드 로켓포를 배치하였다. 그리고 아르군 지역의 체첸군의 배후를 공격하였다.

 

 

 

 

 

아르군 방어선. 파란선이 아르군 강가. 녹색은 러시아의 공세로

 

 

 

  약 1주일 동안 격전이 벌어졌고, 체첸군은 200~300대의 장갑차와 전차를 동반한 러시아군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낸다. 그러나 이미 아르군 강은 방어선으로서 의미를 잃었기 때문에, 마스하도프는 다음 거점인 샬리로 이동한다. 동쪽의 체첸 2위의 도시 구데르메스는 서쪽의 거점들이 무너지자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었다. 살만 라두예프의 체첸군들은 전투없이 구데르메스를 포기하고 남동쪽의 노자 유르트로 후퇴한다.

 

  샬리에서 마스하도프의 사령부는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러시아군이 일대를 포위하려고 하였고, 샬리의 주민들은 체첸군 사령부에게 자기 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하였다. 이미 전세가 기울었으며 자기 마을이 그로즈니처럼 파괴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러시아군의 포위망에 닫히기 직전에 체첸군 사령부는 동남쪽의 써전 유르트로 야간에 이동하였다. 여기서 한달을 버티다가 다시 남쪽의 베데노로 이동하였다.

 

 

 

 

체첸군

 

  베데노는 샤밀 바사예프의 고향이자 거점이었다. 또한 과거 이맘 샤밀의 신정국가 수도이기도 한 곳이었다. 마스하도프는 1995년 5월에 베데노로 이동한 뒤에 심기일전하여 새로운 저지선을 구상하였다. 그로즈니를 떠난 이후에 3달 만에 체첸군은 산악지대로 들어섰고, 여기서 더 물러설 경우에는 더이상 정규전을 수행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남은 것은 게릴라전인데, 마스하도프로서는 이 전쟁을 '국가 대 국가'에서 '국가 대 도적떼'의 소탕전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우선 써전 유르트에서 베데노로 향하는 동쪽 길은 샤밀 바사예프의 군이 방어하기로 하였다. 이미 개전초부터 압하지아 병단이라는 가장 베테랑 부대를 보유했던 바사예프는 이 시점에도 역시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가진 지휘관이었다. 바사예프는 신병들을 교육하기 위해  70여명의 핵심 전투원들을 5명씩 잘라서 신설부대에 편성하였다. 그리고 그 부하들이 신병들과 전투를 수행하며 전투 노하우를 전수하면, 그들은 다시 복귀하였다가 새로운 신병부대로 갔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우수한 병력을 계속 보유할 수 있었다.

 

 

 

 

루슬란 알리하지예프

 

 

  다음 샬리 지역에서 베데노로 향하는 서쪽 길은 루슬란 알리하지예프가 맡았다. 전쟁 전에 전차병 교육을 이수하고 소련군 준위로 복무했었던 알리하지예프는 아르군 저지선 전투 때도 체첸 아울에서 2달 동안 러시아 공세를 저지하였다. 그가 담당한 핵심거점은 아기스티라는 마을이었다. 이곳이 돌파되면 베데노 지역까지 러시아군은 수월하게 진격할 수 있었다.

 

  서쪽의 샤토이 마을을 담당한 사람은 루슬란 겔라예프였다. 체첸 남부 산악지대의 중심에 위치했던 이 곳은 전통적으로 반러시아의 핵심 거점이었다. 그가 담당한 핵심 거점은 두다 유르트 마을이었다. 이곳이 러시아군에게 넘어가면 아르군 계곡을 따라 샤토이 지역으로 진입할 수 있으며, 체첸 서부의 거점들과 동부의 사령부와의 연결이 차단될 수 있었다.

 

 

 

 

 

루슬란 겔라예프의 체첸군

 

   베데노를 중심으로 세개 지역에 편성된 이 저지선은 체첸군으로서는 자신있는 편성이었다. 해당 지휘관들이 모두 전투로 검증된 우수한 지휘관이었으며, 각각의 지형이 모두 러시아군의 장점인 기갑과 공중 지원의 효과를 상쇄시키는 험한 산악지대였기 때문이었다. 그로즈니 전투 이후로 계속 후퇴만을 거듭했던 마스하도프는 베데노에서 한숨을 돌리며 태세를 정비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여기서 놀라운 작전을 성공시킨다. 두다 유르트 전방에서 겔라예프의 부대와 대치를 하던 러시아군의 주력은 그의 진지의 측면으로 빠져나가 바슈타 강가의 좁은 협곡을 야간에 행군하여 알리하지예프의 후방 메케티를 급습한 것이다. 겔라예프는 두다 유르트에서 남쪽 사토이로 향한 길을 지켰고, 알리 하지예프는 아기스티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곳을 방어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의 전선을  통해 다른 쪽으로 러시아군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체첸군의 방어선과 러시아의 공세. 색칠한 칸은 각 지역 사령관. 파란 화살표는 러시아의 기습로

 

 

  5월 중순의 심야에 이뤄진 이 공세는 완벽하게 체첸군의 허를 찔렀다. 러시아군이 400대의 전차를 앞세워 엘리스탄지까지 돌파했을 때, 마스하도프의 사령부에는 불과 100여명 뿐이었다. 체첸의 주력부대는 전방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스하도프는 베데노를 포기하고 동쪽의 다르고로 이동하는 수 밖에 없었다. 루슬란 겔라예프가 사수하려 했던 샤토이 마을도 함락되었다. 이 공세에 호응하여 마을 동쪽에 헬기를 타고 강하한 러시아 7 공수 사단의 기습을 당해내지 못한 것이다.

 

  마스하도프는 간신히 다르고로 이동했지만 이곳도 사령부가 있기에는 적절한 곳이 아니었다. 개전 전에 이미 반 두다예프 정서가 강한 곳이었다. 과거 코카서스 전쟁 시절에 러시아에 강하게 저항했던 곳 중 하나였지만, 이 전쟁에 있어 다르고는 두다예프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체첸군 사령부는 여기서 또 베노이로 이동해야 했다.

 

 

 

 


 

체첸 사령부의 후퇴로. 검은 선이 이동 경로

 

 

 

    러시아군이 그로즈니를 함락시킨 1995년 3월부터 약 3달 동안, 체첸군은 전 전선에 걸쳐 쫓겨다녀야 했다. 서부 잉구세티야의 국경 지대의 몇몇 마을들을 제외하고는 (바무트라는 곳은 1996년 5월까지 함락되지 않았다.) 전략적 요충지와 인구 밀집지역은 러시아군이 가는 곳곳마다 너무도 쉽게 함락되었다. 특히 그로즈니의 함락 이후로 대다수의 산민들도 러시아와의 전쟁이 이미 끝났다고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자기 마을이 포화를 뒤집어 쓰기 전에 나가라고 요구하기 일쑤였다.

 

 

 

 

 

 

   전쟁에 있어서 흐름이란 중요한 것인데, 러시아군은 그 흐름을 타고 있었다. 강대한 러시아군의 물결 속에 체첸이 휩쓸리기 직전이었으며, 숨통이 트기 위해서는 우선 그 물결을 누군가가 멈추게 해야 했다. 1995년 6월 14일, 그 일을 누군가가 해냈다. 바로 샤밀 바사예프였다.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rst_Chechen_War
            http://en.wikipedia.org/wiki/Ruslan_Alikhadzhiyev
           smallwarsjournal.com/documents/davidgoliath.pdf
           smallwarsjournal.com/documents/batalovinterview.pdf
           smallwarsjournal.com/documents/alikhadzhievinterview.pdf
           smallwarsjournal.com/documents/iskhanovinterview.pdf
           smallwarsjournal.com/documents/nutsulkhanovinterview.pdf
           http://galgai.com/misc/ChechenIngushMap.jpg
           Moshe Gammer의 The Lone Wolf And the Bear 
           Sebastian Smith의 Allah's Mountains
           Yossef Bodansky의 Chechen Jihad
           Olga Oliker 의 Russia's Chechen Wars 1994-2000  Lessons from Urban Comb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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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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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jage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2.22 나름 빨리 다음 글을 올리려고 했습니다
  • 작성자장독대 | 작성시간 09.02.17 오오 러시아의 전술 따지고보면 한니발의 전술인뎁 ㄷㄷ 그나저나 체첸 군 우수하긴 하지만 개개인이 너무 독립심이 강하니 원 ㄷㄷㄷ
  • 답댓글 작성자jage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2.22 잘 풀릴 때는 잘되지만 또 안될 때는 쉽게 분해되는 편이었죠
  • 작성자임용관 | 작성시간 09.10.27 사령부에 보고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인 체첸군 때문에 아르곤 방어선이 무너졌군요. 이것은 과거 다리를 이탈한 사건에 이어 두 번째 실수가 되는군요... 샬리의 주민들이 체첸군을 거부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러시아군의 전격적인 야습과 성공으로 체첸군이 궁지에 몰리고 있군요... 바사예프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 작성자기러기 | 작성시간 09.12.04 처음 그로즈니 시가전에서 분전한 체첸군이 계속 밀리는군요..이 위기를 바사예프가 어떻게 돌파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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