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 글들

심시티/토탈워 하듯 국정 운영과 군사 원정 자체를 즐겼던 황제 -_-

작성자마법의활|작성시간13.06.27|조회수1,827 목록 댓글 18

  뭐랄까 바실리우스 2세란 사람은 로마사에서도 그렇고, 세계사적으로 볼 때도 대단히 특이한 인물입니다.

 

   근면한 행정의 달인에   나가서 군대를 직접 지휘하고 또 이겨서 돌아오는 장군 황제.

 

  당연히 만나기 힘든 명군이란 평가를 들을만한데,

 

당대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썩 좋은 소리를 못 들었고 그렇다고 국민들한테서 인기가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높다고 할 수가 없는 상태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만 해도 희귀 케이스인데, 황제 자신이 이런 노고를 몰라주는 국민과 주변 사람의 행태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괴이한 행태도 또 다시 의문으로 다가옵니다.

 

 

 대체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밑에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민감하고,

 

또 자기 노고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데 이 사람은 그런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주 이상한 케이스였습니다.  

 

 

  그렇다고 노고를 덜 들였는가?  그것도 아니었죠.

 

눈 뜨고 있는 시간이면  산더미 같은 결재 서류가 쌓여 있는 황궁 사무실에 틀어박혀서 잠도 자지 않으며

 

일일히 이거 처리해 저거 처리해 지시하고,   안 되고 있는 거 있으면 확인하며,

 

  사무실에 있지 않을 때는   항시 연병장 나가서 군인들 훈련시킵니다. 

 

  그리고 중요한 원정은 꼭 자기가 직접 나가서 지휘하는데 무서운 점.

 

 이 사람은 전투 장비 지휘 검열을 자기가 직접 한다.

 

  ......

 

  한마디로 말해 국방부 장관도 아니고 대통령이 일일히 야전 부대 시찰 나가선,  군인들 주루루루룩 세워놓고

 

일일히   총은 제대로 닦고 있는지, 장구류는 제대로 챙기고 있는지 본다는 거죠.

 

   모든 전투 장비 검열을 혼자서 다 도맡았을리는 없지만 여하튼 이런 걸 직접 나서서 개입하는

 

황제는 제가 알기론  로마사를 다 통틀어도  바실리우스 2세 밖엔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마 당하는 쪽도 미칠 지경이었을 겁니다.  이런게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게 행여나

 

적발되면 얼굴이 다 시뻘개질 정도로 화를 내는 걸로도 유명했습니다.  

 

 

  

  항시 이렇게 생활하다보니 취미 생활을 즐길 여유? 당연히 없습니다. 여자하고 놀 시간? 당연히 그런거 없죠.

 

음악도 안 좋아하고, 옷에도 관심 없고, 그렇다고 음식에 취향이 있는고 하면 그것도 아니고, 

 

신앙심이 딱히 깊은 것도 아니라 종교 생활에도 취미 없어, 건축? 그런거 왜 해 아까운 세금 나가는데. 당연히 안 합니다.

 

 그렇다고 사람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연인인 고사하고 알려진 친한 친구도 없는 사람이죠.

 

 

    때문에 당대인들은 도데체 저 도깨비 같은 사람이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사는지 아주 궁금해했던 것 같습니다.

 

  뭐 후세에 남은 결론은 "그냥 이상한 사람"   수준이고, 존 노리치 같은 사람은 바실리우스 2세가 위대한

 

제국을 만드는 것 외에는 다른 목표가 없어서 그랬다고 말하는데.....

 

 

   그냥 제가 보기엔 바실리우스 2세는 아무래도 요즘 현대의 한국 토탈워 혹은 심시티 게이머들이 하는

 

 "게임"을 즐기듯 국정을 운영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마 밤늦게까지 내정의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챙긴다는 건 보통의 황제들한테서는 고역이지만,

 

 이걸 일종의 실시간 심시티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직접 군인들 지휘해서 이기고 작전과 전략과 전술을 짜면서 직접 야전 행동까지 하는 것도

 

일종의 대규모 서바이벌 게임이나 토탈워로 생각한다면?

 

   물론 이건 리얼리티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냥 현실이라, 삐끗하면 국가의 운명과 수많은 생목숨이 오락가락하니

 

 국정 운영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저런 마음으로 국정에 임할 수가 없습니다만,

 

  워랜 트레드골드가 지적하는 바실리우스 2세의 가장 큰 단점이 있습니다.

 

  "박약한 책임감" 

  

  ..........

 

  다만 바실리우스 2세와 로마 제국에게는 행운으로, 바실리우스 2세에겐 오늘날의 한국 게이머들과 아주 비슷한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는 건 죽기보다도 싫고, 돈하고 유닛은 무슨 수를 써서든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싶어한다. >>

 

 

    더 비유하자면 어쩌면, 게임의 승패가 먹고 사는 데 걸린 프로게이머와 같은 마인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장군 황제가 아니라 어쩌면 그냥 "게이머 황제" 아닐까.

 

     아, 앞서 말한 전투 장비 지휘 검열에서 걸린 군인은 어떻게 되었냐고?

 

  당연히 안 죽이고, 신체 훼손도 안 합니다.   인명을 중시해서가 아니라 유닛 하나하나가 아깝기 때문이죠. -_-

 

   

   그냥 그 자리에서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다만 뭐 요즘에도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다들 알겠지만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한테 전투 장비 건으로

 

 질책당한 군인이 그 다음에 자대에서 어떤 꼴을 당할진 상상할 수 없지만....여하튼 그런 걸로 쪼잔하게

 

벌 주거나 다른 이들한테 벌 주라고 명령 내렸다는 기록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유닛은 대단히 아깝기 떄문이죠.

 

  아......여기서 놀라운 점 또 하나.

 

  그렇게 사람 사귀는 거 귀찮아하고 여자한테도 관심을 안 두는 이상한 인간이,  연병장에서 군인들 모아놓고

 

격려 연설할 때는 사람이 180도 달라집니다.

 

출전하기 전에 젊은 군인들 하나하나 붙잡고 간혹 농담도 던지고 "아들아!

 

너의 집에 있는 나의 며느리와 손자들은 잘 있느냐?"  

 

(주1: 이론적으로 볼 때  전쟁터의 군인들은 모두 황제의 아들들이나 마찬가지로 간주되었고 때문에

 

    군인들을 격려했던 비잔틴 황제들은 이들을 자기 아들로 여겼기에 저런 말이 나옵니다. )

 

등으로 격려도 했다고 하는데, 뭐 이 정도야 다른 로마 황제들도 자주 했다지만 다름아닌 바실리우스 2세가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꽤나 쇼킹한 일입니다.

 

  그리고 앞서에선 바실리우스 2세가 독서에도 별 취미 없었다고 했지만, 이 사람이 직접 병법서나 군사 훈령집 같은 것도 써서

 

출판한 걸 보면 적어도 군사에 관계된 책은 많이 읽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여하튼, 게임할 때 도움이 되는 건 물불을 안 가리고 다 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블템포컴빌리 | 작성시간 13.06.28 여하튼, 게임할 때 도움이 되는 건 물불을 안 가리고 다 했다.....
    ////
    ㄲㄲㄲ
  • 작성자티베리우스 ㅋ | 작성시간 13.06.28 박약한 책임감 이건 뭐 책임감이라고 말 할수도 없는게 그런 종류의 책임감이라면 누구나 다 즐기는거(...) 아닙니까? 책임감이 너무 충만해서 문제지 ( 동시에 이런종류의 책임감으로 가득찬 저 자신도 반성해봅니다 -_- ㅋㅋ)
    어쩌면 트라야누스 관문의 패배와 바르다스들의 반란에 충격 받고 저리 변했을지도 모르겠네요.
  • 작성자배달민족 | 작성시간 13.07.03 존 줄리어스 노리치가 [비잔티움 연대기]에서 못 박았듯, 바실리우스 2세에게는 사랑받을 만한 구석이 별로 없었다. 구중궁궐에서 좀처럼 나오는 법이 없는 중국이나 이슬람의 황제들과는 달리, 당시 비잔틴의 황제들은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이 많았다. 자연히 외모와 말솜씨 등이 대중적 인기의 척도가 되었는데, "바실리우스는 키가 작고 못생긴 데다가 도무지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머리 손질도 목욕도 제대로 안 했으며, 옷도 늘 군복 차림이기를 좋아했다."
  • 답댓글 작성자배달민족 | 작성시간 13.07.03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75&contents_id=5017&leafId=75-
    황제라는 신분과 능력있었다는걸 빼면 어째,......... ㅠㅠ
  • 답댓글 작성자전투헬기 | 작성시간 13.07.06 모후인 테오파노는 비잔틴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미녀인데 왜 그 아들은 ㅠㅠ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