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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상 창고

방학이 쓸쓸한 아이들[경기신문 칼럼]

작성자교육자치|작성시간05.07.03|조회수25 목록 댓글 1
 

방학이 쓸쓸한 아이들

최창의(경기도교육위원) / 경기신문 칼럼


이제 곧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무더위에 지친 아이들은 방학 생활의 기대감에 들뜬다. 학교 다니는 동안 못해 본 여러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시원한 수영장에서  헤엄도 치고 갖가지 즐거운 캠프에 갈 수도 있다. 식구들과 산이나 바다를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잘 사는 집 아이들은 해외 어학연수를 가는 것도 흔해졌다. 


이렇게 즐겁고 신나는 방학의 뒤안길에는 오히려 방학 기간이 쓸쓸한 아이들도 있다. 바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자녀들이다. 이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의 벌이가 적어 기본적인 생계를 해결하기에 빠듯하다. 그래서 방학 동안에 돈을 들여 재미난 일을 하거나 배우기란 좀체 꿈꾸기 어렵다. 사교육을 받거나 캠프 따위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더욱이 이들을 더욱 서글프게 하는 것은 방학이 되면 점심까지 굶게 될 지도 모른다는 차가운 현실이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일부 차상위계층을 비롯한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학기 중에는 학교급식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이같은 아이들이 올해 경기도에서만 8만1천8백명에 다다르며 이에 따른 예산은 교육청이 지원한다.


하지만 방학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집에서 무료로 중식을 받는 대신 지원기관과 대상자 선정이 지방자치단체로 바뀌면서 그 혜택을 받는 아이들 수가 턱없이 줄어든다. 현재 잠정 집계한 수치로는 경기도내 학기 중 무료급식 대상 학생수의 13.2%인 1만800명만 이번 여름방학에 점심을 제공받게 된다고 한다.


방학이 된다고 해서 아이들의 가정 형편이 별나게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건 말할 나위 없다. 그러면 학교 다닐 동안은 점심을 먹더라도 방학 때는 건너뛰기라도 하란 말인가?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고 답답한 노릇이다. 복지라는 허울 좋은 이중 잣대로 배고픈 아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아이들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자치단체와 교육청은 책임을 미루고 있을 일이 아니다. 이러저런 핑계거리를 들이댈 게 아니라 함께 나서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부모가 가난하다는 이유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방학 생활이 쓸쓸한 아이들에게 밥까지 굶주리는 고통을 주어서야 되겠는가?   (200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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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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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솔내음 | 작성시간 05.07.06 81,800명? 막연한 이야기로만 느끼다가 숫자로 만나니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학급별로 어머님들이 알아서 해결(?)하는 일은 너무나 소극일라나요? 무슨 운동처럼, 그렇게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 일에 관심이 넘치시는 몇 분 극성 자모들이 티내지 않고 이런 벗들을 보듬을 수 있다면...세상이 훨씬 살만할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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